'FA+시상식' 훈련 늦어진 손아섭, 신발끈 조여맨다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7.12.16 06: 31

책임감이 커진 만큼 자세도 달라졌다. 손아섭(29·롯데)이 다시 스파이크 끈을 동여매는 이유다.
손아섭은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외야수 부문 황금 장갑을 품에 안았다. 손아섭은 유효표 357표 중 224표(득표율 62.7%)를 따내며 외야수 1위에 올랐다. 손아섭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 연속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받은 바 있다. 이후 3년만의 생애 다섯 번째 황금장갑이다.
수상 직후 만난 손아섭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그는 "솔직히 수상 가능성을 반반이라고 생각했다. 기대는 했다. 하지만 외야수 득표 1위는 정말 생각하지 못했다"라며 "3년만의 골든글러브라 기분이 너무 좋다. 언제 받아도 좋은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손아섭은 이번 겨울을 누구보다 풍족하게 보내고 있다. 생애 첫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대형 계약에 성공했다. 4년 총액 98억 원. 롯데에서도 손아섭 잔류를 이번 겨울 1순위 목표로 삼고 달려들었다. 손아섭도 메이저리그 무대와 롯데 사이에서 갈등 끝에 결심을 내렸다.
하지만 협상과 각종 시상식 때문에 분주하게 보내느라 정작 운동에 신경 쓰지 못했다. 시즌 종료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곧장 개인 훈련에 들어갔던 손아섭의 예년과 다른 모습이다. 늘 만족하지 않는 '야구 중독' 손아섭으로서는 괜스레 조바심을 낼 만한 상황이다.
손아섭은 "원래 해온 루틴이 있다. 계약 때문에 다소 늦춰졌다. 당장 내일부터라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롯데가 FA로 고액을 안겨준 것은 그간의 활약보다, 앞으로의 손아섭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손아섭 역시 이를 느끼고 있다. 그는 "구단과 팬 여러분들께서 2018년 이후의 나를 기대하고 계신다. 무조건 만족해야 한다. 나태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팀 사정 역시 마찬가지다. 롯데는 이번 겨울 팀의 상징과도 같았던 포수 강민호를 떠나보냈다. 생애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강민호는 삼성의 4년 총액 80억 원 제안을 받고 팀을 옮겼다. 강민호는 안방마님으로 팀의 척추를 맡았던 동시에 중심 타자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롯데는 손아섭을 잔류시킨 데 이어 민병헌까지 데려왔지만 전력 누수는 피할 수 없다.
때문에 남은 선수들의 책임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손아섭은 "어릴 때부터 민호 형을 정말 의지했다. 이제는 (이)대호 형을 잘 모셔서 팀을 이끌 때가 됐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말로만 하지 않겠다. 야구장 안팎에서 모범을 보인다면 후배들은 알아서 따라올 것이다. 더 나은 손아섭이 되겠다. 행동으로 보여드리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더 나은 손아섭'. 리그 최고의 외야수 반열에 오른 그였지만 만족은 없었다. 역시 고민은 장타였다. 손아섭은 "아마 장타는 야구 그만둘 때까지 숙제로 남을 것 같다. 매년 고민하는 부분이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올 시즌 장타를 신경 쓰다가 역효과도 있었다. 하지만 그 실패로 느낀 점이 많다"라며 "전 경기에 뛸 수 있는 몸을 만들면서 기술적으로는 장타를 늘려야 한다"고 각오했다.
손아섭이 다시 스파이크 끈을 동여맨다. FA 자격을 얻기 전까지의 모습이 시즌1이었다면, 더 나은 시즌2를 준비하고 있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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