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일정? 오타니, 부상 없이 버틸 수 있을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12.24 06: 00

미국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의 큰 영토를 가진 나라다. 서부에서 동부까지 비행기로 5시간 이상이 걸리는 경로가 적지 않다. 게다가 시차도 있다. 메이저리거가 된다는 것은, 이런 체력적 부담과 싸워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투·타 겸업’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LA 에인절스와 계약을 맺은 오타니 쇼헤이(23)도 마찬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기본적으로 투·타 겸업으로 남들보다 체력적 소모가 더 크기도 하고, 피로도와 무시할 수 없는 연관을 갖는 이동거리 또한 가장 긴 수준이기 때문이다.
‘베이스볼 서전트’의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시즌 중 가장 긴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팀은 시애틀이다. 북서부 끝자락에 위치한 연고지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일로 매년 1위를 다투고 있기도 하다. 시애틀은 2018년 총 4만783마일(약 6만5633㎞)을 이동해야 한다. 비행기에 앉아 보내는 시간만 90시간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2위는 오클랜드로 약 3만9906마일, 3위가 LA 에인절스로 약 3만9125마일을 이동해야 한다. 올해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와 인터리그를 갖는다. 상대적으로 가까운 팀들과 배정 받았는데도 이 정도다. 에인절스는 내년 가장 이동거리가 짧을 것으로 추정되는 신시내티(2만738마일)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움직여야 한다. 선수들의 체력 부담이 가중되는 것은 물론이다.
1경기에 100구 내외를 집중해 던져야 하는 선발투수다. 대신 그만큼 휴식도 보장된다. 다음 경기 준비를 위해 선수단과 떨어져 이동하는 일도 흔하다. 그러나 오타니는 사정이 다르다. 야수로서도 경기에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오타니는 이번 이적시장에서 각 구단에 과제를 내며 투·타 겸업을 어떤 식으로 지원하고 보장할 것인지에 큰 비중을 뒀다. 에인절스도 이 부분을 파고들었다는 게 현지 언론의 시각이다. 따라서 투·타 겸업이 철회될 가능성은 없다.
에인절스는 선발 등판 사이의 휴식일 조정을 통해 오타니를 지원한다는 생각이다. 정형화된 루틴이 아닌, 팀의 일정에 맞춰 그때그때 조절할 전망이다. 그러나 장거리 이동이 끼는 일정 등 변수가 많아 체력이 제대로 관리될지는 미지수다. 오타니를 위해 전면적인 ‘6인 로테이션’을 가동하기에는 에인절스 마운드가 그렇게 두껍지 않다.
오타니는 일본프로야구 시절 그나마 이동거리가 긴 니혼햄 소속이었다. 하지만 MLB와는 비교하기 어렵고, 시차도 생긴다. 게다가 일주일에 한 번 등판하는 일정에 익숙했다. 에인절스가 첫 시즌 최대한 묘책을 짜내겠지만 일본의 일정보다는 확실히 빡빡해질 것이 유력하다.
아직 젊은 나이지만 피로가 누적될 수도 있고, 그러다보면 부상 위험도 커진다. 현지에서 오타니의 투·타 겸업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이러한 이유에 기인한다. 최근 들어서는 그 어떤 누구도 MLB에서 투·타 겸업을 해내지 못했다. 오타니가 완벽히 새로운 환경에서 만화 같은 야구를 그려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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