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 잔②] '라스' PD "박원순·최제우 섭외, 色 변주의 첫 걸음될 것"
OSEN 유지혜 기자
발행 2018.01.14 09: 54

‘라디오스타’는 이제 11년차로 접어든 장수 토크쇼다. 스튜디오 토크쇼를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예능계에, ‘라디오스타’는 굳건히 토크쇼 간판을 지키고 있다. 그런 ‘라디오스타’가 이제는 ‘사람’으로 새 바람을 일으키려 한다.
MBC ‘라디오스타’의 한영롱 PD는 지난해 8월부터 프로그램을 이끌어왔다. 11년차의 토크쇼를 맡은 소감을 묻자 한 PD는 “사실 아직까지 저도 잘 모르겠다”고 웃음을 지었다. 10년이 넘었고, 시청자 사이에서 이미 ‘라스’라는 고유의 이미지를 가진 프로그램인 만큼 접근이 조심스럽고 어렵다는 게 한 PD의 설명이었다.
“‘라디오스타’는 이미 10년이 넘게 방송되면서 색깔이 확고하다. 그래서 저도 고민이 많았다. ‘라스’에 뜬금없이 다른 코너를 넣으면서 변화를 시키는 것도 어렵지 않나.(웃음) 어떤 변화를 시도했을 때 그게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도 의문이었다. 그래서 계속 추구하고자 하는 포인트는 바로 게스트에 대한 변화였다. ‘이 사람이 왜 나와?’ ‘라스에 이런 사람도 나와?’라는 포인트를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라스에 이런 사람도 나와?’라는 말을 들으니 생각나는 인사가 있다. 바로 박원순 서울 시장. 최근 박원순 서울 시장이 ‘라디오스타’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져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던 바다. 의외의 섭외라는 반응에 한 PD는 “우려도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아마 방송 보시면 우려를 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원순 시장의 출연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왜 라스에?’라는 반응을 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진짜 다른 게스트에게 하듯 똑같이 했다. 박 시장이 정치 얘기를 하면 MC들이 ‘노잼’이라며 끊고, ‘개인기 없으면 방송 못 나간다’고 말하기도 했다. 어떤 사람과 함께 붙이는게 좋을까 하다가 가수 김흥국을 떠올렸다. 두 사람을 붙였을 때 어떤 반응이 나올까 궁금해서 그렇게 섭외를 하게 됐다.”
‘라디오스타’에 출연했던 김흥국이 “난 보수야”라고 말하는 장면은 SNS에서도 자주 목격되는(?) 장면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장면을 소위 ‘짤’로 만들어 적재적소에 사용하고 있는 중. 한 PD는 “그 짤에 착안해서 김흥국의 섭외를 생각하다가 각 분야에서 1등을 한 사람들을 모아서 조합을 만들어보자 생각했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각 1등을 모아놓은 1등 특집을 꾸려보면 어떨까 했다. 김흥국이 가수협회 투표에서 1등을 해서 가수협회 협회장이 된 것 아닌가.(웃음) 김흥국은 늘 최고의 예능감을 보여왔다. 이번에도 기대감을 져버리지 않는다.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박원순 시장과 김흥국의 만남을 예능으로,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비슷한 이치로 최근 화제가 된 최창민의 섭외 또한 한 PD가 준비한 ‘변화구’다. 한때 하이틴스타로 이름을 날렸던 최창민은 최제우라고 개명하고 현재 배우로 활동 중이다. 최제우를 섭외하면 으레 ‘옛날 사람 특집’ 같은 라인업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최제우와 함께 출연하는 라인업은 서지석, 김지민, 김일중이다. 특집 이름도 ‘내 꽃길은 내가 깐다’다. 옛날 사람이 아니라 ‘야망주’ 특집이 된 것. 
“평소 같았으면 최제우의 섭외에 맞춰 그 당시 활동한 사람들을 초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틀을 깨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유망주라는 콘셉트를 잡았다. 그랬더니 출연자들이 유망주를 넘어 엄청난 ‘야망주’였다.(웃음) 야망 넘치는 그들의 활약에 녹화 분위기도 정말 좋게 나왔다. 이런 변화들이 확고한 색깔을 가진 ‘라스’에서 추구할 수 있는 가장 큰 변화구라 생각한다.”
이런 변화구를 위해 한 PD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미팅을 한다고. 신인부터 재야의 고수(?)까지 만나는 사람도 제각각이다. 한영롱 PD는 “설득과정은 오래 걸리고 마음대로 섭외가 되지 않을 때가 훨씬 많지만 그래도 사람들의 궁금증을 이끌 수 있는 조합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또한 그들에게는 ‘도전’이다. 
“‘라스’는 MBC의 마지막 남은 토크쇼다. 토크쇼라는 게 전통적 장르이지만, 이젠 사람들이 누군가 가만히 앉아서 이야기하길 기다려주지 않게 됐기 때문에 많이 사라졌다. 그렇기 때문에 ‘라스’의 B급 감성, 거친 느낌은 살리되, 폭을 넓히고 싶다. 색깔의 변주라고 할 수 있겠다. ‘오늘은 라스가 뭘 준비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토크쇼가 되길 바라고 있다. 그 변화의 첫걸음은 아마 박원순 시장이나 최제우의 섭외가 될 것이다.”/ yjh0304@osen.co.kr
[사진] ‘라디오스타’ 제공,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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