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타이틀 없는 우승'...갈길이 먼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OSEN 고용준 기자
발행 2018.02.05 16: 23

전 세계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는 게임 중 하나인 배틀그라운드가 드디어 한국에서 e스포츠로 영역을 확장해 첫 번째 결실을 맺었다.
지난 3일 서울 강서구 아레나 홀에서 열린 'APL' 파일럿 시즌 파이널에서 KSV 노타이틀이 총 1525점으로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KSV 노타이틀은 국내 첫 배틀그라운드 리그인 ‘APL 파일럿 시즌’ 최정상에 오르면서 1억원의 주인공이 됐다.
'배틀그라운드'는 최대 100명의 이용자가 고립된 섬에 떨어져 각종 무기와 차량 등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최후의 1인 혹은 1팀이 살아남을 때까지 생존 싸움을 벌이는 ‘배틀로얄’ 게임으로 2월 3일 기준으로 한국에서 11주째 온라인게임 순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인기게임이다. 1월 초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2850만 장이 팔리고 동시접속자 숫자는 무려 310만 명 이상이다.

이번 파이널은 배틀그라운드의 인기를 확인하고 e스포츠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지난달 25일 판매된 지정석 500석은 판매 시작 10초만에 매진됐고, 26일 아프리카TV 스티커 아이템으로 판매한 300석 역시 30분만에 판매가 완료됐다. 이어 파이널 당일 현장에서 선착순 무료로 배포된 1200석 역시 마감됐다. 총 2000석 규모의 KBS 아레나 홀이 배틀그라운드 팬으로 가득 찼다.
지난 해 12월 시작해 두 달간 총 46개 팀이 참가한 APL은 당초 실험적 성격인 강한 파일럿 대회였지만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이제 정규대회로 전진하게 됐다. 
하지만 첫 대회의 결과를 돌아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우승을 차지한 KSV 노타이틀은 APL 파일럿 스플릿 1, 2 종합 우승에서 알 수 있듯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를 아는 이들이라면 분명 무시할 수 없는 강자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파이널에서 라운드 우승은 없다. 모두 4개 라운드에서 KSV 노타이틀은 1라운드 2위, 2라운드 6위, 3라운드 3위, 4라운드 2위의 성적을 남겼다. 우승의 향방이 걸려있는 4라운드에서 KSV 노타이틀은 전투를 최대한 회피하면서 구상 플레이로 2위를 차지했다. 팀 동료들이 없는 상황에서 한 영리한 플레이지만 우승팀으로서는 공교롭게 라운드 우승없이 우승하는 사례를 남겼다.
현장에서 APL 결승전을 지켜본 관계자들도 아쉬운 반응을 남겼다. 한 관계자는 "대회 규정에 맞게 좋은 경기력이었지만, 라운드 우승 한 번 없이 우승한 건 아쉽다"면서 "골프 대회를 참고한 만큼 컷오프 방식의 도입이나 라운드별 점수 가중치를 달리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대회를 지켜본 소감을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스무팀이 나서는 파이널이니 만큼 선수들의 개별 상황을 확인하기 쉽지 않았다. 전멸한 팀은 등이 꺼지면서 확인이 가능했지만 중반까지 아닌 팀들의 경우 해설에 의존해야 했다. 이 점도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골프의 컷 오프 기준을 살펴보면 2라운드 종료 시점에서 선두와 10타 차 이내의 선수들만 남기게 된다. 또 다른 기준으로는 상위 70위에 들어있는 선수들이 남는다. 만약 두 가지 기준으로 선수 숫자가 70명이 넘는다면 3라운드에서 추가 컷오프를 할 수 있다. 3라운드 커트라인은 3라운드에서 78타(72홀 기준 6오버파) 이상을 기록하고 상위 70위의 타수와 동일하거나 높다면 컷오프 당한다.
즉 숫자를 줄이면서 경기의 질은 높이게 했다. 배틀그라운드 역시 마찬가지다. 포인트 방식인 배틀그라운드 대회에서는 포인트의 차이로 2라운드 종료 후 컷오프를 시행하면 된다. 선두와 포인트 차이로 팀 숫자를 줄인 이후 마지막 라운드에서는 가장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팀들을 중심으로 파이널 라운드를 벌이면 된다.
다른 방식의 대회룰도 충분히 고민할 수 있다. 파이널 라운드 성적에서 가중치를 주는 방법도 있다.
배틀그라운드가 현재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임인 건 사실이지만 e스포츠로서는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와 같다. 게임은 '하는 재미'가 중요하지만 e스포츠는 '보는 재미'도 중요하다. 강자의 명분도 마찬가지다. 적극적이면서 뚜렷한 족적을 남겨야 강팀의 명분이 서게 된다. '보는 재미'와 '명분' 이 두가지를 조화롭게 만들어가느냐가 배틀그라운드 리그 앞에 놓인 숙제 중 하나가 됐다. / scrapp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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