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축구 반하게 만든 박항서의 '강력한 스펙들'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8.02.09 06: 02

박항서 감독이 금의환향했다. 밀려나듯 떠나야 했던 조국. 이제는 베트남의 국민영웅이 돼 돌아왔다. 
박 감독은 지난 8일 인천 송도 홀리데이 인 인천 송도 미추홀에서 귀국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영진 수석코치와 함께였다. 베트남으로 향할 때 말 없이 따라와준 후배였다. 
박 감독은 베트남 23세 이하 대표팀과 성인 대표팀을 모두 맡고 있다. 지난 10월 25일 공식 부임했다. 그로부터 3개월만에 성과를 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 한국 기준에서는 성에 차지 않는 성적이었다. 

그러나 베트남에서는 달랐다. 베트남 축구가 아시아 주인공이었던 적은 극히 드물었다. AFC 주최 대회 준우승은 모든 연령대 대표팀을 통틀어도 처음이었다. 베트남을 2002년 월드컵 4강에 오른 16년전 한국처럼 만들기에 충분한 성적이었다. 
박 감독은 그 짧은 시간에 어떻게 결과를 낼 수 있었을까. 그 해답을 이날 들을 수 있었다. 박 감독의 에이전트사 이동진 대표와 이영진 수석코치로부터다. 그들은 박 감독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베트남 정착 과정을 자세히 알고 있었다. 
이 대표는 우선 박 감독의 이번 성과에 대해 "한국 스포츠에 대한 신뢰나 기본적인 강한 믿음이 생기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후 베트남에 오게 될 후배 감독, 코치들이 부끄럽지 않도록 당당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희망했다. 그런 부분이 강한 동기부여가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는 박 감독과 이 코치가 베트남을 향하면서 한 다짐과 일치한다. 박 감독은 베트남을 떠나기 앞서 이 코치에게 "우리가 성공할지 모르겠지만 둘이 한 번 동남아를 개척해보자. 너나 나나 부지런하니까 성실한 것만 보이자. 그런 모습을 보이면 한국의 후배들에게도 문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대표는 베트남축구협회에 박 감독 추천 내용을 공개했다. 베트남 감독직에는 300명 이상의 전 세계 지도자들이 지원했다. 가장 어필한 것은 박 감독의 글로벌 스탠더드 자격 요건이었다. 월드컵에서 성과를 낸 코칭스태프 일원이었다. 2002년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도 땄다. 
또 박 감독의 기본 전술, 축구 철학, 경기 운영능력도 인정받았다. 기동력, 점유율, 즐거운 축구, 여기에 베트남 사람들에게 거부감 없는 키도 마찬가지. 키작은 베트남 선수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이해하고 그에 맞는 부합하는 운영이 가능할 것이란 믿음이 작용했다. 
이 대표는 박 감독이 무대가 크든 작든 성과를 냈다고 강조했다. 상주 상무를 두 번이나 승격시켰다. 2부 리그 가장 높은 승률(68%)을 가졌고 3부리그  있다. 68% 승률을 갖고 있었다. 창원시청이 전국체전에서 동메달을 따는 기반을 만들었다. 한국의 풍부한 인적 인프라와 성품, 라이센스 등 경력과 경험을 갖춘 코칭스태프 인선이 가능했다. 
이 코치로부터는 박 감독에 대한 신뢰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코치는 처음 대학 졸업하고 FC서울 전신 럭키 금성에 입단했을 때 박 감독과 인연을 본격적으로 맺었다. 룸메이트였고 지도자 생활도 함께 했다. 1994년 월드컵 때도 함께 했다. 이런 인연이 바탕이 되면서 상대에 대한 믿음도 생겼다. 도울 수 있는 것 돕고 싶었고 자신 역시 도전해보고 싶었다. 
마지막은 박 감독의 노력이다. 박 감독은 말이 통하지 않는 선수들과의 소통을 위해 스킨십을 택했다. 매 경기 전후 선수들과 한 명씩 안아주거나 덕담을 건넸다. 거스 히딩크 감독 아래서 적어둔 노트를 꺼집어 내 응용하기도 했다. 박 감독은 "많은 걸 배웠지만 모방한 건 아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자신만의 노하우에 히딩크 감독과의 생활 때 정리한 것을 접목시킨 것이다.
박 감독은 이제 베트남에서는 귀빈이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그랬듯 유명인사가 됐다. 베트남 국기인 금성홍기 속에서 5시간 동안 카퍼레이드를 펼쳤다. 3급 노동훈장까지 받았다. 베트남 총리가 박 감독 일행을 4시간이나 기다렸다. 
그렇지만 박 감독은 더욱 책임을 느끼고 있다. 박 감독은 "사랑과 격려가 제겐 책임감과 앞으로 더 잘하라는 격려로 느껴진다. 더불어 베트남 국민들의 기대치가 높아지기 때문에 그것을 충족시키기 위해 두 배 이상 노력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앞선다"고 말해 안주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 
베트남 전체를 뜨겁게 달아오르게 만든 박 감독에게는 분명 다양한 스펙을 가지고 있었다. 특유의 친화력과 근면함을 강조하면서도 겸손함과 자제력을 잃지 않는 모습. 여기에 그동안 쌓아올린 경력과 경험까지 더해져 빛을 내기에 충분했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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