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름 희수 그리핀-'부모님' 찾는 윤정 '남북 단일팀' 첫 골 합작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8.02.14 18: 41

어머니의 이름을 달고 뛴 귀화선수가 남북 단일팀의 역사적 첫 골을 터트렸다. 또 어시스트는 미국에 입양됐다 부모님을 찾기 위해 귀화한 선수다. 랜디 희수 그리핀과 박윤정(마리사 브랜트).
새라 머리 감독이 이끄는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은 14일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B조 조별예선 최종전서 일본에 1-4(0-2 1-0 0-2)로 패했다. 남북 단일팀은 조별예선서 3연패에 빠졌지만 한수 위의 일본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는 성과를 얻었다. 또 역사상 첫 골까지 뽑아내며 경기장을 찾은 4110명의 관중들의 열광을 이끌어 냈다.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랭킹서 22위인 한국과 25위의 북한이 남북 단일팀을 만들었지만 9위 일본과는 분명 실력차가 존재했다.

지난 2014 소치 올림픽 당시 일본 여자 아이스하키는 '스마일 재팬'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으로 불렸다. 단 1승도 챙기지 못하는 부진에도 미소를 잃지 않아 얻은 별명이다. 경기를 패했지만 오히려 밝은 얼굴로 최선 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단순히 웃고 있었지만 당시 일본은 치열한 경기를 펼쳤다. 승리는 없었지만 경기 내용은 크게 나쁘지 않았다. 이번 대회에서는 강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실력을 만들었다.
남북 단일팀도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머리 감독과 레베카 코치 등 외국인 코칭 스태프를 영입했고 북미와 유럽에서 전지훈련을 쌓았다. 하지만 일본에 대해 발전이 더딘 것은 당연하다. 어쩔 수 없다. 저변이 적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이날 경기를 평가 한다면 남북 단일팀은 승리 보다 첫 골을 넣을 수 있느냐가 관건 이었다. 일본의 주력 골키퍼인 후지모토 나나가 결장해 부담이 클 것이라는 평가였다.
귀화 선수들이 힘을냈다. 남북 단일팀의 사상 첫 골이 한일전서 터졌다. 2피리어드 9분 31초 박윤정이 연결한 패스를 랜디 희수 그리핀이 일본 수비와 경쟁을 이겨내면서 득점, 1-2를 만들었다.
골을 넣은 랜디 희수 그리핀은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듀크대 생물대학원을 다니던 중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에 합류했다. 유니폼에 어머니의 이름인 희수를 쓴 그녀는 일단 의사의 꿈을 접고 남북 단일팀의 일원이 됐다.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듀크대 생물대학원을 다니는 그리핀 랜드. 유니폼에 어머니의 이름 희수를 쓴 선머슴 같은 그녀는 미래 의사의 꿈을 잠시 정지시켰다.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랜디 희수 그리핀은 부상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 첫 골을 기록했다.
어시스트의 주인공도 귀화 선수다.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가 누군지도 모르고 미국인 부모에게 맡겨진 그녀는 대학 2학년 때 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의 전화를 받았다. 2016년 귀화한 그녀는 이름을 박윤정으로 정했다. 입양 당시 서류에 적혀 있던 이름다. 생모를 찾을지 모른다는 희망을 놓지 않고 올림픽을 뛰고 있다.
박윤정의 미국 이름은 마리사 브랜트. 1993년 5월 미국 미네소타 가정에 입양됐다. '마리사'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12년째 아이가 생기지 않던 브랜트 부부는 마리사가 한국에 도착하기 2주전 임신한 것을 알았다. 그러나 마리사를 예정대로 입양했고 동생과 똑같이 키웠다. 동생인 한나와 마리사는 둘도 없는 사이. 이번 대회에도 동생 한나는 미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일원으로 참가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실력있는 귀화 선수들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여자의 경우는 한국과 관련이 있는 이들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김정민 팀장은 전 세계를 뒤져 한국과 연관이 있는 선수들을 찾았다.
고국에 돌아온 이들은 남북 단일팀이라는 상황도 이겨냈다. 승리만큼이나 귀중한 골이었다. 한일전 패배에서 피어난 남북 단일팀의 꽃이었다. / 10bird@osen.co.kr
[사진] 강릉=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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