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에 투심까지’ 김광현의 준비는 예상을 초월한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3.15 15: 02

SK 에이스 김광현(30·SK)이 쾌조의 컨디션을 과시하며 복귀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그런데 단순한 복귀가 아닌, 업그레이드 가능성까지 읽힌다. 김광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단단한 준비를 한 것 같다.
김광현은 14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의 시범경기에서 5이닝 2피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호투하며 승리를 따냈다. 아직 재활이 100% 끝났다고 할 수 없는 시점에서 팬들의 기대를 뛰어넘는 투구 내용이었다. 최고 구속은 152㎞가 나왔다. NC 타자들의 컨디션이 정상적이라고는 볼 수 없겠으나 1군 주축 선수들이 대거 출전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분명 인상적이다.
한창 좋을 때의 모습보다 더 나아진 구석도 눈에 들어왔다. 5이닝 동안 투구수는 단 47개였다. 공격적인 투구는 전성기 이상이었다. 올해는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없는 만큼 투구수를 줄이겠다는 김광현의 의지가 묻어나왔다. 한 경기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으나 구속도 좋았다. 5이닝을 던지면서 포심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은 148㎞가 나왔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김광현의 포심 평균 구속은 145㎞ 안팎이었다.

호평도 이어졌다. 손혁 투수코치는 “더 이상 특별한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고 웃으면서 “공격적으로 잘 던졌다. 팔을 앞으로 잘 끌고 나왔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등판 다음날 아침에 팔 상태를 다시 체크해야겠지만, 전체적으로 다 좋았다”고 칭찬했다. 이날 김광현과 호흡을 맞춘 포수 이성우 또한 “결과가 말해주고 있지 않을까. 오히려 개인적으로는 (상황대처능력을 점검할 수 있게끔) 안타를 좀 더 많이 맞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해 아쉬울 정도”라고 했다.
다양한 변화구도 던졌다. 주무기인 슬라이더(15구)의 위력은 명불허전이었다. 최고 141㎞가 나왔다. 여기에 느린 커브(4구)를 적절하게 섞어 던졌다. 한 가지 눈길을 끈 대목은 7개를 던진 투심패스트볼이었다. 김광현은 2015년부터 슬라이더 의존도를 탈피하기 위해 체인지업이나 커브를 집중적으로 연마한 적은 있었다. 그러나 투심 비중은 낮거나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런 김광현이 전체 투구수의 15% 가량을 투심에 할애한 것이다.
투심은 홈플레이트 앞에서 살짝 변화하며 타자들의 빗맞은 타구를 유도한다. 메이저리그(MLB)에서도 각광받는 대세 구종이다. 다만 포심에 비해 스트라이크를 넣기가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김광현의 투심은 이날 7개가 전부 스트라이크였다. 볼이 하나도 없었다. 포심과는 또 다른, 슬라이더와는 또 다른 궤적에 NC 타자들이 좀처럼 손을 대지 못했다.
김광현은 경기 후 투심에 대해 “연습 자체는 계속 해왔던 구종이다. 이것저것 테스트를 해보는 단계”라면서 “아무래도 타자들에게는 생소한 구종이다 보니 상대가 공략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 더 좋은 구종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많이 연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 완성도에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지만, 향후 확실한 무기로 만들겠다는 뜻 자체는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김광현의 투구 레퍼토리에 투심이 포함된 것은 확실해 보인다.
김광현은 이미 패스트볼-슬라이더 조합이라는 확실한 무기가 있다. 하지만 근래 들어서는 이 조합에 대한 타자들의 인내심이 강해졌다. 커트하거나, 공을 골라내는 경우가 확실히 많아졌다. 이러다보니 투구수가 늘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수도권 구단의 한 타자는 "김광현이 5회까지 100개의 공을 던지게 만드는 것이 목표인 적도 있었다. 100개가 넘어가면 아무래도 구위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광현도 반격 준비를 할 필요가 있었다.
공을 들인 체인지업이 다소 아쉽지만 커브의 완성도는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 전체적인 평가. 투심이 양념의 몫만 할 수 있어도 레퍼토리는 훨씬 더 다채로워질 수 있다. 당장 투심을 결정구로 활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쫓기지 않고 2~3년을 내다볼 수 있다는 점 또한 장점이다. 건강해진 팔꿈치에 추가된 구종까지. 김광현의 완성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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