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 팀에 불리한 WKBL 챔프전 일정, 명승부 나올 수 있나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8.03.20 06: 00

과연 최고의 명승부를 연출할 수 있는 일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산 우리은행은 19일 아산이순신체육관에서 개최된 ‘신한은행 2017-2018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청주 KB스타즈를 63-50으로 이겼다. 2연승을 달린 우리은행은 통합 6연패 달성에 단 1승만 남겼다.
객관적 전력에서 앞선 우리은행의 승리였다. 2대2 공격에서 파생된 외곽슛이 이번에도 잘 터졌다. 외곽슛이 열리기까지 스크린이나 리바운드 등 사전 동작도 좋았다. 최고참 임영희(12점)를 비롯해 어천와(18점, 13리바운드), 박혜진(11점, 3어시스트, 3스틸), 김정은(18점, 3점슛 4개, 3스틸) 등 사총사가 고르게 활약을 펼쳤다.

우리은행이 물론 잘했지만 KB스타즈는 정규리그서 보여줬던 수준의 경기력이 나오지 않았다. 전반전 31-39로 뒤진 KB스타즈는 4쿼터에도 10-18로 뒤지면서 손쉽게 2연패를 허용했다. 6,7라운드에서 높이의 우위를 살려 우리은행을 잡았던 특유의 장점을 다 발휘하지 못했다. 후반으로 갈수록 발이 느려지는 KB스타즈였다.
불리한 일정이 KB스타즈의 발목을 잡았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KB스타즈는 플레이오프서 신한은행과 3차전까지 격전을 치렀다. 15일 3차전서 70-52로 승리한 KB스타즈는 16일 하루만 쉬고 17일부터 챔프전에 임하고 있다. 챔프전에 대비한 훈련은커녕 피로를 회복할 시간도 거의 없었다. 반면 챔프전에 선착한 우리은행은 3월 4일 정규리그 최종전을 치른 뒤 13일의 시간이 있었다. 외국선수를 윌리엄스에서 해리스로 바꾸는 변수가 있었지만, 그나마 대응할 시간이 주어졌다.
정규리그 챔피언이 일정상의 이득을 안고 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플레이오프를 치른 하위팀의 불이익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다. KB스타즈는 11일 동안 6경기를 치러야 한다. ‘그렇게 억울하면 플레이오프를 2연승으로 끝냈으면 되지 않느냐?’고 지적할 수 있지만 결과론이다. 3위로 올라가도 이변을 일으키며 챔프전 우승까지 할 수 있어야 플레이오프의 의미가 있다. 정상적인 일정이라면 그렇게 목표를 잡을 수 있어야 한다. 남자농구에서는 적어도 3번 시드를 배정받은 KCC가 6강부터 시작해서 우승한 사례가 두 번 있었다. 과연 이런 사례가 여자농구에서 나올 수 있을까.
챔프전까지 올라온 KB스타즈가 100% 정상전력으로 싸우지 못하는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플레이오프 3차전 종료 후 적어도 2~3일의 휴식기를 줬다면 현재보다는 KB스타즈의 전력이 훨씬 더 나았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명승부가 연출될 가능성도 높았다. WKBL이 지나치게 타이트하게 일정을 짜서 가장 중요한 챔프전서 경기력이 저하됐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어쨌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프로다. 노장이 많은 우리은행도 장기전은 불리하다. 우리은행은 1,2차전서 100%를 쏟아 KB스타즈를 잡았다. 도전자인 KB스타즈는 포스트시즌 6차전인 챔프 3차전을 맞아 청주에서 배수진을 쳐야 하는 입장이다. 역사는 ‘체력상 불리해서 졌다’는 변명을 결코 받아들이지 않는다. KB스타즈가 반전에 성공할 수 있을까.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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