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손-전’ 롯데의 굳어지는 상위 타선 배치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8.03.21 13: 00

“가장 편안해 하는 자리를 시키는 게 낫죠.”
롯데 자이언츠는 올해 민병험을 영입하면서 다재다능함을 갖춘 외야 자원을 보강했다. 두 자릿수 홈런과 두 자릿수 도루, 정확성까지 겸비한 민병헌이다. 이미 롯데는 손아섭과 전준우라는 호타준족의 외야수 2명을 이미 보유하고 있던 가운데 민병헌까지 영입하면서, 이들을 모두 기용할 수 있는 행복을 누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들을 어떻게 조합하고 어떻게 배치하느냐는 또 다른 문제였다. 4번 타자는 이대호로 고정이 됐고 5번 채태인, 6번 앤디 번즈가 차례로 들어선다. 하위 타선에 대한 고민은 차치하고서라도 민병헌과 손아섭, 전준우가 상위 타선에서 어떤 위치에서 어떤 역할을 맡느냐가 중요했다.

일단 시범경기 5경기를 치르면서 조원우 감독은 타순 조합에 대한 생각을 굳힌 듯하다. 컨디션 관리와 비주전급 선수들의 테스트를 위해 5경기 모두 같은 타순 조합을 내세울 수는 없었다. 그러나 5번의 시범 경기와 지난 20일 강풍 한파 노게임 선언된 사직 KIA전까지 총 6경기에서 1번 민병헌-2번 손아섭-3번 전준우의 조합이 선발 라인업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3번이었다. 이 3번을 포함해 민병헌과 손아섭은 리드오프와 2번 타자로 각각 4차례 출장했고, 전준우는 3번 타순으로 5회, 리드오프로 1회 나섰다.
민병헌-손아섭-전준우의 상위 타순 조합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것이 판단이다. 특히 각 타순에 대해 선수든 스스로가 편안해 하는 것이 가장 크다. 조원우 감독은 “손아섭은 2번을 편안해 하고, 지난해에도 2번에서 역할을 잘 해줬다. 민병헌도 리드오프로서 공을 많이 보고 1번을 가장 많이 해봐서 편안한 듯하다”면서 "선수들이 가장 편안해 하는 자리를 시키는 게 낫다"고 말했다.
민병헌은 지난해 두산 시절 1번 타순에서 341타석에 들어섰다. 타율도 3할4리이고 9홈런 37타점을 쓸어 담았다. 출루율도 3할9푼으로 높다. 손아섭은 1,2,3번 타순에 모두 고르게 들어섰지만 2번 타순에서 282타석을 나왔다. 타율 3할5푼9리로 9홈런 35타점에 OPS 0.990으로 가장 높은 생산력을 발휘한 타순이었다. 전준우의 경우 지난해 1번에서 가장 많은 304타석에 들어섰고 타율 3할1푼8리 11홈런 42타점을 기록했는데 3번 타순에서는 두 번째로 많은 148타석을 소화했고 타율 3할5리 3홈런 16타점으로 준수한 기록을 남겼다.
저마다 편한 타순이 있고, 그 심리적인 영향이 결과로도 나타나는 꼴이다. 조원우 감독이 원하는 이상적인 타순 조합이 있기야 할 것이다. 그러나 생각과 현실의 괴리가 큰 편은 아니기에 선수들이 편안함을 느끼는 것을 우선해서 타순 조합을 짜고 있다. 결국 그 결과가 시범경기 라인업으로 나오고 있는 셈.
일단 세 선수 모두 장타력과 기동력을 갖추고 있는 자원들이다. 이대호와 채태인 앞에서 최대한 많이 출루하고 누상에서 흔들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공격 첨병이자 해결사를 동시에 해낼 수 있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코칭스태프는 최근 도루 숫자가 줄어들고 있던 민병헌에게  올 시즌에는 1번 타자로서 좀 더 많은 도루와 뛰는 야구를 실천해주기를 주문한 상황. 전준우도 지난해 줄었던 기동력을 회복하기 위해 체중을 감량하며 시즌을 준비했다. 지난해 공격에서 다소 빡빡한 감이 없지 않았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코칭스태프의 복안이다.
민병헌, 손아섭, 전준우 3명의 다재다능한 상위타순 조합이 어떤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롯데의 공격력과 화력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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