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인터뷰] '마더' PD "원작보다 나은것?..감성·눈물·아역·배우들"
OSEN 박소영 기자
발행 2018.03.23 10: 00

"'마더' 찍으며 저도 울었어요"
'엄마' 이 단어는 언제 들어도 따뜻하고 뭉클하다. 하지만 슬프게도 이 세상에는 좋은 엄마도 있고 나쁜 엄마도 있다. 배 아파 낳은 아이인데도 학대하는 엄마가 있는가 하면, 낳은 정 이상의 기른 정으로 진정한 모성애를 뿜어내는 엄마도 존재한다. 
지난 15일 종영한 tvN '마더'는 이처럼 다양한 엄마와 모성애의 이야기를 그렸다. 일본의 인기 드라마를 원작으로 했는데 한국적인 정서를 듬뿍 가미해 매회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원작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얻은 '마더'다. 

이보영, 이혜영, 허율, 고성희, 전혜진, 남기애, 고보결 등 배우들의 열연과 함께 정서경 작가의 따뜻한 필력이 돋보였던 작품이다. 그리고 '공항가는 길', '시카고 타자기'를 연출했던 김철규 감독이 다시 한번 그림 같은 영상미를 인정받았다.  
웰메이드작 '마더'를 탄생시킨 김철규 감독을 OSEN이 만났다. 
◆"모성애,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지난 1월 24일부터 tvN 수목 드라마로 전파를 탄 '마더'는 모성애를 몰랐던 차가운 내면의 소유자 수진(이보영 분)이 친엄마 자영(고성희 분)과 내연남 설악(손석구 분)에게 학대 받는 아이 혜나(허율 분)를 납치해 동반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낳은 정이 아닌 기른 정으로 진정한 모녀가 된다는 스토리다. 
"5년 전부터 원작을 보며 구상했어요. 계속 안 되다가 이번에 정서경 작가를 만나 판을 짰죠. 인간은 살면서 다양한 형태로 관계를 맺는데 깊은 밑바닥 감정이 드러나는 건 부녀도, 모자도 아닌 모녀라고 생각해요. '모성애는 위대하다' 이런 메시지 보다 다양한 형태의 모정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저 역시 이 드라마를 만들며 많이 배웠어요. 엄마에게 모성애는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런 건 아니더라고요. 주변에서 많이 도와줘야 하는 부분이었어요. 아빠나 다른 가족들, 혹은 사회나 제도적인 측면에서요. 엄마란 이유로 무조건, 절대적인, 위대한 모성애를 요구하는 건 잘못된 생각이란 걸 알게 됐죠. 사실 대부분 남자들은 모정은 당연하고 엄마는 어떤 희생이든 감수할 거라고 짐작하거든요. 스스로 반성하게 됐죠."
◆"좋은 배우들 덕에 '마더' 완성"
'마더'를 통해 수진을 연기한 이보영은 다시 한번 대상 여배우의 품격을 뽐냈다. 그의 딸로 분한 허율은 400:1 오디션을 뚫고 캐스팅 된 건데 원작 아역 못지않은 명연기로 김철규 감독의 안목을 입증했다. 특히 7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이혜영은 수진의 엄마 영신 역으로 압도적인 아우라를 뿜어냈다. 김철규 감독은 세 사람을 비롯한 전 배우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인물의 감정을 진정성 있게 담아내려고 했어요. 사실 아동학대나 납치 유괴 같은 소재가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인데 배우들이 그 감정을 100% 이상 살려냈죠. 덕분에 저와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진정성이 시청자들에게 잘 전달된 것 같고요. 현장 자체가 분위기가 좋아서 다들 즐겁게 촬영했네요."
"이보영은 감정이 대단한 배우에요. 밝게 저랑 얘기하다가도 슛들어가면 감정을 몰아서 쏟아내죠. 대부분 한 번에 OK한 신들이에요. 준비된 배우이고 프로라서 수진 역에 제격이었죠. 이혜영 배우는 본인 컬러가 분명한데 드라마 내용과 맞물려서 최상의 결과가 나왔고요. 15회 죽음 엔딩은 정말 인상적이었죠. 허율은 칭찬을 안 할 수가 없어요. 너무 잘해줬죠. 감성이 풍부하고 대사도 잘 외우고 묘한 느낌이 있어서 너무 좋아요."
"남기애 배우는 대중에게 많이 노출된 배우가 아니고 그런 이미지도 아니어서 미지수였는데 기대 이상이었어요. 홍희 역에 너무 빠져있더라고요. 그만 좀 울라고 할 정도였죠(웃음). 설악 역의 손석구는 사실 모험이었던 캐스팅었어요. 고심했던 배역인데 정말정말 잘해줬어요. 고성희는 참 고마워요. 20대 미혼인 여배우라서 자영 역에 쉽게 나서지 못할 텐데 선뜻 하겠다고 해줘서 고마웠죠. 악역인데 연기에 대한 욕심으로 나서주니 연출자로서는 미워죽겠을 정도로 너무 잘해줬죠. 전반적으로 좋은 배우들하고 좋은 인연 만들었다는 점이 가장 뿌듯해요." 
◆"원작보다 더 많은 메시지를 담았죠"
일본 원작에서 마츠유키 야스코와 아시다 마나는 따뜻한 모녀 연기로 열도를 울렸다. 하지만 일본 드라마 특유의 건조하면서 담담한 분위기는 한국으로 넘어와 더욱 극적으로 폭발했다. 허율이 학대 당할 때 시청자들은 함께 분노했고 이보영, 남기애, 이혜영의 모성애에 하염없이 감동하고 눈물을 쏟았다. 일본 원작과 비교할 수 없는 또 하나의 명작이 탄생한 셈이다. 
"초반 원작과 비교는 부담이었죠. 특히 허율 같은 경우는 원작 아이보다 3살 정도 많은데 어린 아이를 캐스팅했다면 이런 연기는 불가능했을 것 같아요. 일본 아역은 철저하게 울기만 했지만 허율은 굉장히 성숙하고 어른스럽게 연기했죠. 하지만 많은 부분 원작에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원작 자체가 놀라운 발상이잖아요."
"원작이 가진 후광에 우리는 살을 많이 붙였죠. 인간의 감성을 깊고 짙고 넓게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일본 드라마가 가진 건조함과 심플함에 비해 우린 울고 짜고 감성을 풍부하게 다뤘는데요. 좋고 나쁘다의 문제는 아니죠. 다만 저희는 단순한 학대 문제에 있어서 깊이 파고 들어서 이런 문제가 왜 발생했는지 고민하는 측면도 넣었어요. 의도적으로 배치하려고 했던 상징성이 담겼는데 이 점이 원작과 차별화 된 게 아닐까 싶어요. 공감해주신 시청자 여러분께 감사할 따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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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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