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특집] '1988 신인왕' 이용철 해설위원이 본 신인왕 판도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8.03.23 09: 06

'베이징 키즈'라고 불리는 올해 신인 선수들. 걸출한 재능을 갖춘 선수들도 많고, 시범경기까지 눈에 띄는 선수들도 등장했다. 이들에 대해 칭찬일색인 가운데, '신인왕 출신' 해설위원이 바라보는 신인왕 판도는 어떨까.
KBS 해설위원으로 KBO리그 현장을 누비고 있는 이용철 해설위원은 대표적인 신인왕 출신 해설위원이다. 경기상고와 단국대를 졸업하고 지난 1988년 MBC 청룡에서 데뷔한 이 해설위원은 29경기(6완투) 144⅓이닝 7승11패 평균자책점 2.74의 성적으로 신인왕을 수상했다.  
이용철 해설위원은 일단 올해 신인왕 판도에 등장할 인물로 4명을 꼽았다. 그러나 3명만 언급했다. 이 위원은 "강백호(kt), 한동희(롯데), 양창섭(삼성)이 단연 앞서 있지 않나 생각한다. 곽빈(두산)도 괜찮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아직 직접 보지는 못했다. 그래서 제가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kt 강백호는 올해 2차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지명된 대형 타자. 이미 시범경기에서도 두각을 나타냈고 이용철 위원의 눈에도 예사롭지 않은 재능이 눈에 띄었다. 기량적인 측면은 물론 멘탈적인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줬다. 이 위원은 "기량도 가지고 있지만 좋은 생각을 갖고 있다. 고졸 신인임에도 위축되지 않는 듯 하다. 또 플레이 하는 것을 보면 선배나 코치들이 가르쳐 주는 부분을 받아들이는 게 빠르다. 본인이 적응을 빨리 하는 것 같다"면서 "플레이를 하는 것을 보면 강단도 있어 보이고, 언론의 관심에 부담스러워하고 분위기를 이겨내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런 기색도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백호에게 강단과 과감함을 봤다면, 롯데 한동희에게서는 차분함을 엿봤다. 한동희 역시 롯데의 1차 지명으로 선택 받은 대형 내야수 재목. 이 위원은 "일단 차분해보인다. 기본기가 잘 되어 있다. 수비가 안정되다 보니까 집중력도 좋아 보인다"면서 "대성 가능성이 있다. 롯데가 과감하게 시즌 초부터 고졸 신인을 기용할 지는 모르겠지만 분위기 차원이라면 키우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는 말로 한동희의 성장 가능성을 언급했다. 
서울권 구단들의 1차 지명 선수로까지 거론되다 2차 지명까지 내려왔지만 전체 2순위로 삼성에 지명된 양창섭에 대한 평가 역시 호의적이었다. 그는 "상당히 좋은 매커니즘을 갖고 있다. 날이 더 풀리고 따뜻해지면 구속이 더 오를 수도 있다. 싸울 수 있는 구위가 되고 신인 답지 않게 변화구도 상당히 좋고슬라이더나 체인지업이 괜찮다"면서 "삼성에서 기회를 받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올 시즌 활약 가능성을 예측했다.  
이용철 위원이 먼저 언급한 3명의 선수들 모두 올해 고졸 신인이다. 고졸 신인이 프로 무대에서 단숨에 자리잡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가 된 상황. 하지만 지난해 이정후(넥센)가 2007년 임태훈(당시 두산) 이후 10년 만에 순수 고졸 신인왕을 차지한 것이 선례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언급했다. 그는 "이정후가 활약해 신인왕을 차지한 전례가 있으니 이들 역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다"고 했다. 
이어 직접 거론한 올해 신인들 이정후와 비교도 덧붙였다. 그는 "이정후는 파워가 부족했지만  빠른 공이나 변화구 대처 능력 등 기술적인 부분을 이겨냈고 슬럼프가 오거나 혹서기에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체력적 부분도 염려가 됐었는데 여름에 성적이 더 좋았다"며 이정후는 타고난 부분도 있고 체력 안배도 영리해서 잘 대처한 것 같다. 자신이 갖고 있는 기술이나 체력적인 부분들을 이겨냈다"고 전했다.
아직 시즌을 시작한 것이 아니기에 신인왕 판도를 감히 예단하는 것이 이용철 위원도 경계를 했다. 그는 "우열을 가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기량을 충분히 위기 상황도 겪어봐야 하고 20경기 정도 치러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면서 "강백호는 구단에서 기용을 하겠다는 생각을 밝혔고, 한동희는 경쟁을 하고 있지만 기량 차이가 크지는 않은 것 같다. 양창섭은 또 포지션이 다른 투수다. 나름대로 순번을 정하기는 이른 상황이다"고 말했다. 
다만, "연습경기와 시범경기, 그리고 정규시즌 경기는 다를 것이다. 벤치의 분위기도 다르다. 어떤 중요한 상황에서 치고 나가는 친구들이 빠르게 적응하고 앞서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클러치 상황이나 승부에 기여할 수 있는 임팩트를 만드냐가 자신감을 갖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면서 신인왕 레이스의 선결조건을 언급했다.
 
이용철 위원은 마지막으로 이들 신인들이 어떻게 데뷔 시즌을 보내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이 위원은 "일단 멋 모르고 시작할 것이다. 또 매일 경기를 해야 한다. 일희일비를 하면 안된다. 하루하루가 경험이다"면서 "자신의 플레이에 대해서 복기를 하고 본인이 자꾸 궁금증을 가져야 한다. 경험을 못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선배들에게 조언도 구하고 코칭스태프들의 도움을 많이 받으면서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또 "일단 매일 경기를 해야하기 때문에 잘 먹고 잘 자면서 관리를 해야 한다"면서 "매일 경기에 나서니 강약조절이 되야 한다. 어린 선수들은 언제나 힘을 쏟아 부을 수 있는 요령이 부족한데, 144경기 장기 레이스를 어떻게 적응을 하느냐가 관건일 것이다"고 덧붙였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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