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기훈 과외 들은 김건희, 부진 넘어 희망의 불씨를 찾다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18.04.12 06: 00

부진의 터널을 헤매던 김건희(23)가 희망의 불씨를 찾았다.
수원 삼성은 11일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2018 KEB하나은행 K리그1 6라운드 강원 FC와 원정경기에서 3-2 역전승을 거뒀다. 수원은 이번 시즌 원정 5경기(리그 3경기,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2경기)에서 전승을 기록하며 '원정 깡패'의 면모를 이어갔다.
4월 힘든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수원은 이날 주전 멤버들을 대거 제외하고 경기에 나섰다. 지난 5라운드 FC 서울과 경기와 선발 라인업이 무려 8명이 달라진 상황. 특히 공격진에서는 데얀-염기훈을 모두 벤치에 대기시켰다.

김건희도 오랜만에 서정원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데얀을 대신해서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김건희는 서정원 감독의 기대에 완벽히 부응했다. 김건희는 전반 0-1로 뒤진 상황에서 크리스토밤의 크로스를 상대 수비수와 볼경합에서 밀리지 않고 헤더 골로 연결했다.
수원의 두 번째 득점에도 김건희가 있었다. 1-2로 뒤진 상황에서 김건희는 상대 수비수를 제친 이후 가볍게 왼발 슈팅을 날렸다. 이 슈팅은 맥고완의 발을 맞고 그대로 강원 골문을 흔들었다. 골 장면뿐만 아니라 경기 내내 김건희는 부지런히 움직였다.
왕성한 활동량으로 계속 상대 수비수에 부딪히면서 수원 최전방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경기 후 서정원 감독은 “워낙 신체 조건도 좋고 테크닉도 있는 선수다. 이 경기를 시작으로 좋은 경기를 할 거라 기대한다”고 김건희를 칭찬했다.
고교-대학 시절 뛰어난 실력을 자랑한 김건희지만, 프로 무대는 쉽지 않았다. 2016년 데뷔 이후 멈추지 않는 부진이 이어졌다. 프로 무대에 고전하면서 김건희의 자신감도 무너졌다. 경기 전 수원 관계자가 “(김)건희가 자신감이 떨어진 상태라 걱정이다”고 말할 정도.
경기 전 우려와 달리 김건희는 길었던 부진의 터널의 해법을 찾은 것처럼 보였다. 김건희는 경기 후 인터뷰서 “(염)기훈이 형이 경기 전 15분 과외를 해줬다. 움직임이나 전술, 어떻게 신체 조건을 살릴지 다양한 부분을 설명해주셨다. 기훈이형 조언대로 잘 풀린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큰 형다운 모습을 보여준 염기훈은 “경기 전 건희한테 상대 수비진과 맞붙으면 잘할 거라고 조언했다. 이날 경기서 건희의 간절함이 나왔다. 앞으로 건희의 자신감이 올라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후배에 대한 애정을 보여줬다.
오랜만에 좋은 모습을 보여준 김건희는 경기 후 믹스트존 인터뷰서 살짝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오랜만에 팀을 위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니, 마음의 짐을 덜었다. 막 경기 중에 울뻔했다. 그래도 잘 참았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 경기 중에는 참을만 했다. 그런데 관중석에서 원정까지 응원 오신 팬들에게 인사를 드리러 가는 순간은 정말 눈물을 흘릴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수원 입장에서도 김건희의 활약은 큰 힘이 된다. 박기동이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김건희가 잘하면 잘할수록, 데얀의 부담은 덜어진다. 서정원 감독 역시 앞으로 혹독한 일정을 극복하기 위해 로테이션을 강조하면서 김건희에게 더욱 많은 기회가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는 “앞선 경기들서 못하다 보니 희망의 불씨가 사라진 느낌이었다. 이날 경기로 희망의 불씨를 조금이나 살린 것 같아서 기쁘다. 운이 좋았을 수도 있다. 계속 연습하고 상대에게 부딪혀서 불씨를 키워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염기훈의 조언을 듣고 김건희가 찾아낸 희망의 불씨. 강원전을 계기로 김건희가 그 불씨를 계속 키워나가 수원의 기둥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mcado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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