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레터]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며느리도 남의 집 귀한 자식입니다
OSEN 김나희 기자
발행 2018.04.13 09: 44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가 며느리에게만 과대 기능을 요구하는 한국 사회의 고질적 문제를 리얼하게 담아내 씁쓸함을 안겼다.
지난 12일 방송된 MBC 교양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에서는 결혼 13일 차 새댁인 배우 민지영, 만삭인 개그맨 김재욱의 아내 박세미의 시점에서 시댁에서의 생활을 리얼하게 담아내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이날 민지영은 "예쁘게 하고 오라"는 시어머니의 말에 아침부터 메이크업샵에 들렀다. 그는 친정 어머니가 정성스럽게 준비한 이바지 음식을 보며 눈물을 흘렸고, 시댁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부엌에 투입됐다. 시어머니가 앉아 있으라고 했지만 계속 일하는 집안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며 가만히 있을 수 없었기 때문. 이에 반해 남자들은 대화를 나누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이어갔다.

만삭임에도 시댁으로 향한 박세미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무거운 짐을 든 채 20개월 된 아들을 데리고 시댁으로 향한 그는 쉴 틈 없이 시어머니를 도와 제사 음식을 준비했다. 특히 시어머니는 은근히 딸을 원하는 듯한 마음을 내비쳤고, 이를 들은 박세미가 "셋재 말씀은 하지 마라"고 선을 그었음에도 계속해서 셋째 이야기를 꺼내 불편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박세미는 아이를 돌보느라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고 시댁 식구들이 큰 소리로 떠들어 아이를 재우는데도 애를 먹었다. 결국 늦은 밤 남편 김재욱이 도착해서야 모두들 잠자리에 들었고, 박세미는 다음날 새벽부터 차례를 준비해야 했다. 게다가 시댁 식구들은 차례를 끝내고 처가로 가려는 김재욱에게 윷놀이를 하다가 점심까지 먹고 가라고 붙잡아 박세미를 지치게 만들었다.
이날 민지영과 박세미의 시선에서 보여준 시댁의 풍경은 한국 사회에서 끊임없이 지적돼왔던 며느리들의 과대 기능을 여실히 보여줬다. 차례와 명절이라는 집안 행사를 이어감에 있어서 예전부터 내려오던 유교 사회의 관습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생겨난 문제였다. 이미 사회는 여성의 지식 수준이 높아진 것은 물론 맞벌이 부부가 아닌 집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바뀌었는데 말이다.
일부에서는 "그렇게 싫으면 하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집안 어른들에게 대들어 풍비박산을 내고 싶지 않은 게 일반적인 며느리들의 마음이다. 결국 이러한 한국 사회의 고질적 문제는 "나 때도 했으니 어쩔 수 없어"가 아닌, "나 때는 이랬지만 너네는 다르다"라는 어른들의 인식 개선이 더 중요하다는 것. 
이날 며느리들이 시댁행을 불편해할 수밖에 없는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내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사위'라는 호칭에 당연히 따라붙는 '남의 집 귀한 아들'이란 인식이 '며느리'에게도 자연스럽게 생길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기대해 본다. 실제로 '며느리'도 정말로 '남의 집 귀한 딸'이니까. / nahee@osen.co.kr
[사진]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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