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첫방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혹시 분노 유발 방송인가요?
OSEN 하수정 기자
발행 2018.04.13 11: 29

며느리의 시각에서 며느리를 대변한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첫 방송부터 전국 며느리들과 예비 며느리들의 폭풍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12일 첫 방송된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결혼 이후 여성에게 보다 많은 책임과 희생을 요구하는 이 사회의 불합리한 관행을 과감하게 꼬집는 리얼 관찰 프로그램이다. 
관찰 카메라의 주인공은 결혼 3개월 차 민지영, 결혼 5년 차 박세미, 결혼 4년 차 김단빈 등이다. 이들을 모두 시댁을 방문했을 때 겪은 일과 그러면서 느낀 다양한 감정들을 솔직하게 공개했다. 

신혼여행을 다녀온 민지영은 시댁을 먼저 들러야 하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친정엄마는 스치듯 지나쳤다. 시댁 식구 앞에서는 옷 하나도 신중할 수밖에 없는 민지영은 오전부터 메이크업과 의상에 신경 썼고, "자기는 좋겠다. 우리 집에 갈 때, 편안하게 운동복 입고 가니까. 우리 부모님이 밥 먹으러 오라고 하면 여름에 맨발에 슬리퍼 신고 반바지 입고 야구 모자 눌러 쓰고 가잖아"라며 남편에게 말했다.
이에 남편은 "다음부턴 자기도 슬리퍼 신고 가"라고 했고, 민지영은 "편한 소리 하고 있네. 아주 속이 편안하다. 좋겠다. 자기는 항상 마음이 편안해서"라고 답했다.
시댁에 도착한 민지영은 곧바로 부엌으로 직행해 일을 했고, 남편을 비롯한 남자들은 전부 거실에 앉아 화기애애한 시간을 가졌다. 이때 "왜 며느리는 시댁에만 가면 부엌에서 벗어나지 못할까?"라는 자막이 더해졌다. 
이어 등장한 박세미는 '개그콘서트' 출신 개그맨 김재욱과 5년 전 결혼해 20개월 된 아들을 두고 있다. 현재 임신 8개월이다.
그러나 스케줄이 있는 남편 때문에 설날에 혼자 짐을 챙겨 시댁을 찾았고, 친정 식구들과는 전화 통화를 하는 게 전부였다. 시댁에 도착해 무거운 짐을 내려놓자마자 전을 부치며 음식 만들기에 돌입했다. 단 10분도 쉴 틈이 없었다. 여기에 시댁 식구들은 둘째도 아들이라는 말에 "그래도 엄마한테는 딸이 있어야 한다"며 셋째를 은근슬쩍 요구하기도 했다.
박세미는 만삭의 몸으로 설음식을 준비하고 아들을 돌보면서 지칠 대로 지쳤다. "허리랑 무릎이 나갈 것 같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그럼에도 시댁에서 며느리는 아프다는 이유로 늦잠을 잘 수 없는 존재였다. 
또한, "점심은 먹고 가라" "윷놀이는 해야 된다"며 시댁 식구들은 김재욱과 박세미 부부를 친정으로 보내주지 않았고, 결국 박세미는 윷놀이를 지켜보면서 속을 태웠다. 차례를 마친 박세미는 "솔직히 생각해 봐. 오빠 우리 집 가면 일 해? 앉아 있지? 근데 난 하루종일 일해. 그리고 홑몸이 아니잖아. 친정 부모님한테는 금방 갔다 오겠다고 했는데"라며 눈물을 쏟았다.
더이상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 요즘 사회는 결혼을 못 하는 게 아닌, 스스로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에서 보여준 대한민국 며느리들의 현실이 이렇게 때문.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첫 방송을 통해 공감대를 높이며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다른 말이 필요 없는 현실 그 자체인 리얼한 상황으로 인해 몇몇 장면에서는 분노와 화가 치밀어 오른다는 시청평도 꽤 많다.
이슈 몰이를 한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가 분노 유발에서 그칠 것인지, 불합리한 관행을 꼬집어 변화의 계기를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hsjssu@osen.co.kr
[사진]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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