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종합] 故최은희, 북한 피랍됐던 은막의 여왕..'영화같은 삶'
OSEN 최이정 기자
발행 2018.04.17 07: 10

배우 최은희가 운명했다. 향년 92세.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삶을 살았던 은막의 여왕이다. 
고인은 지난 16일 오후 5시 30분경 타계했다. 고인의 장남 신정균 감독에 따르면 이날 최은희는 병원에 신장투석을 받으러 갔다가 세상을 떴다.
1926년 경기도 광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1942년 연극 '청춘극장'으로 데뷔했다. 이후 영화 '새로운 맹서'(1947년),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1961) '상록수'(1961) '빨간 마후라'(1964) 등에 출연하며 한국영화사에 중요한 족적을 남겼다. 남편인 고 신상옥 감독과 함께 1960~70년대 영화계를 이끌면서 76년까지 130여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한국영화사 최고의 스타 중 한 명이었던 고인은 1978년 홍콩에서 북한 공작원에 의해 피랍되는 일생일대의 사건을 겪기도. 고인을 홍콩으로 초청한 사람은 한국의 한 영화사 홍콩지사장으로, 알고보니 북한 공작원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최은희는 몇 개월 뒤 역시 함께 피랍된 남편 신상옥 감독과 영화를 제작하며 1986년, 망명하기 전까지 북한에서 삶을 보냈다.
최은희는 이와 관련해 한 인터뷰에서 "지금도 악몽에 시달린다"라고 당시의 끔찍했던 기억을 토해내며 납치를 명령했던 김정일에 대해 "남편과 나를 이용해 북한의 낙후한 영화계를 일구려 했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몇 번의 탈출 시도 끝 베를린영화제가 열린 1986년 3월, 드디어 탈출에 성공했다. 영화제가 열린 오스트리아 빈에 도착한 이들은 택시를 타고 미국 대사관으로 달려갔고, 피랍 8년 만에 비로소 고국 땅을 밟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귀국 후에도 피랍 트라우마를 떨쳐버릴 수 없던 최은희. 이처럼 '민며느리'(1965) '공주님의 짝사랑'(1967) '총각선생'(1972) 등을 연출한 우리나라의 세 번째 여성감독이기도 한 그의 인생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로 채워져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이며 발인은 19일 오전이다. 장지는 안성천주교공원묘지. /nyc@osen.co.kr
[사진] 영화 '연인과 독재자', '폭군연산'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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