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 무비] "잊지 말자, 5·18"..올해도 만나는 '광주의 그 날'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8.04.18 15: 51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980년 5월 18일 광주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한 한국영화들이 줄줄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가 1209만 9971명(영진위 제공)을 돌파하며 역대 개봉영화 사상 1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5월의 광주를 소재로 한 영화들은 부채의식 때문에 비통한 울음을 터뜨리며 지켜봐야만 하는 힘겨움이 있었는데, 물론 ‘택시운전사’도 아프게 다가왔지만, 광주 시민이 아닌 두 명의 외부 인물을 통해 바라본다는 점에서 비교적 객관적으로 그 날의 광주를 담았다.
더불어 자숙 중이던 배우 엄태웅의 복귀작으로 관심을 모았던 ‘포크레인’(감독 이주형)도 지난 7월 개봉해 관객들을 만났다. 이 영화의 독특한 점은 피해자의 시선이 아닌 가해자의 상처를 담았다는 것이었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시위 진압에 동원됐던 공수부대원 김강일이 퇴역 후 포크레인 운전사로 살아가던 중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20여년 전 묻어두었던 불편한 진실을 따라가는 내용을 그린 진실 추적 드라마였다. 이주형 감독은 같은 해 열린 제21회 탈린 블랙나이츠영화제에서 감독상 및 에큐메니컬상을 수상했다.
그간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는 꽤 많았다. 1996년 이정현 주연의 ‘꽃잎’(감독 장선우)부터 설경구 문소리 김여진 주연의 ‘박하사탕’(감독 이창동, 2000) 역시 피해자의 입장과 시선이 아니라 공권력의 부당한 명령에 의해 망가진 한 개인의 삶을 다뤘다. 역순으로 흘러가는 시간 여행을 통해 한 남자가 왜 그렇게 밖에 살 수 없었는지, 순수했던 사람이 왜 미쳐 날뛰게 된 것인지 묘사하며 80년 5월의 광주를 담아 분노를 불러 일으켰다.
7년 후에는 가족과 이웃, 그 공동체를 지키려는 순수했던 사람들의 진솔한 모습을 진정성 있게 보여준 ‘화려한 휴가’(감독 김지훈)도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 앞에 섰다.
치열한 광주의 그 날을 살아간 택시운전사, 간호사, 고등학생, 선생님, 신부님 등 평범한 사람들의 사연을 담아 가슴 아픈 역사와 그 속의 사람들을 기억해냈다. 광주 시민들이 역사적 사건에 휘말리며 어려움을 겪는 이야기는 진한 울림과 감동을 선사했다.
‘26년’(감독 조근현)은 인기 웹툰 작가 강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했기에 원작의 탄탄한 스토리와 5.18이라는 소재가 스크린에 융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광주의 비극을 경험한 각기 다른 인물들이 전두환 전 대통령을 처단하기 위해 펼치는 액션 복수극은 많은 관객들에게 통쾌함을 날렸다.
올 5월 17일 개봉하는 영화 ‘힌츠페터 스토리’(감독 장영주)는 ‘택시운전사’의 주인공이었던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가 당시 실제로 촬영한 영상을 바탕으로 제작한 다큐멘터리이다. 계엄의 삼엄한 언론 통제를 뚫고 유일하게 광주를 취재해 전 세계에 5.18의 실상을 알린 위르겐 힌츠페터의 업적이 고스란히 담겼다.
내달 개봉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감독 박기복)은 1980년 5월에 멈춰있는 엄마 명희(김부선 분)를 이해할 수 없는 딸 희수(김꽃비 분)가 잊혀진 진실을 마주하면서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담은 드라마 장르의 영화이다. 어느 대학생의 의문사를 바탕으로 38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묵직한 울림을 선사한다./ 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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