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승 인천과 무패 수원, 간절함과 변화가 만든 명승부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8.04.22 17: 54

간절함과 변화가 명승부를 만들었다.
수원은 22일 오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서 열린 2018 KEB하나은행 K리그1(클래식) 8라운드 원정 경기서 후반 추가시간 박형진의 극적인 역전 결승골에 힘입어 인천에 3-2 펠레 스코어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수원은 개막전 패배 후 7경기(5승 2무) 무패가도를 달리며 2위를 유지했다. 반면 인천은 6경기 무승(3무 3패)의 늪에 빠지며 10위에 머물렀다.

인천과 수원 모두 변화가 필요했던 한 판이었다. 전북전 승리 이후 5경기(3무 2패) 연속 무승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인천과 주중 가시마 앤틀러스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총력을 쏟았던 수원의 변화였다.
두 수장의 맞대결에도 관심이 쏠렸다. 서정원 감독과 이기형 사령탑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태극마크를 달고 그라운드를 누볐던 주인공들이다. 서정원(A매치 88경기 16골, 1990~2001년) 감독은 날쌘돌이로, 이기형(A매치 47경기 6골, 1995~2003년) 감독은 캐논슈터로 이름을 날렸다.
이기형 감독은 무승 기간 동안 문제점으로 노출됐던 수비 보완에 심혈을 기울였다. K리그1 출전 경험이 전무한 임은수의 제공권과 수비력을 믿고 수비형 미드필더로 과감히 선발 기용했다.
이기형 감독은 "어려운 순간 적극적인 선수로 변화를 줬다. 공격은 잘하고 있어 하던대로 적극적으로 할 것"이라며 "수비 전환에 문제가 있었는데 준비를 많이 했기 때문에 달라질 것"이라고 필승을 다짐했다.
서정원 감독은 로테이션에 초점을 뒀다. 지난 17일 가시와전서 선발 출전했던 11명 중 무려 6명을 바꿨다. 데얀, 염기훈, 바그닝요 등이 빠지고, 곽광선, 구자룡, 조원희, 임상협, 전세진, 김건희가 선발 기회를 잡았다.
서정원 감독은 "가시와와 주중 경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부담이 될 경우 부상 우려가 있어 로테이션을 가동했다"며 "우리가 힘들 때 지탱할 수 있었던 건 백업 자원들의 힘이 컸다"며 신뢰를 보냈다.
동기부여도 명확했다. 인천(10위, 승점 6)은 5경기 무승 고리를 끊고 중위권 도약이 절실했다. 개막전 패배 후 6경기(4승 2무) 무패를 달린 수원(2위, 승점 14)은 선두 전북 현대(승점 21)를 추격해야 했다. 
경기는 예상대로 치열했다. 인천이 전반 15분 만에 기선을 제압했다. 아크서클 근처서 얻어낸 프리킥 찬스서 아길라르가 센스 있는 선제골을 터트렸다. 수비 벽이 점프하는 밑으로 땅볼 슈팅을 시도해 수원의 골망을 흔들었다.
인천의 기세는 대단했다. 무고사와 쿠비를 앞세워 수원의 골문을 위협했다. 신화용 골키퍼의 선방쇼가 없었더라면 승부의 추는 일찌감치 인천 쪽으로 기울 수 있었다.
수원은 인천의 수비 약점을 계속해서 파고든 결과 전반 37분 결실을 맺었다. 우측면에서 올라온 장호익의 크로스를 전세진이 헤더로 프로 데뷔골을 터트리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19세 공격수 전세진은 K리그 데뷔전서 데뷔골을 넣는 기록을 썼다.
후반에도 박빙 흐름이 이어졌다. 초반 수원이 공격에 열을 올렸지만 소득을 얻은 건 인천이었다. 후반 10분 아길라르의 패스를 받은 문선민이 수비수 1명을 따돌리고 날린 슈팅이 수원의 골네트를 갈랐다.
변화의 칼을 먼저 꺼내든 건 마음이 급한 서정원 감독이었다. 전세진과 이종성을 빼고 염기훈과 김종우를 투입하며 숨겨둔 발톱을 드러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후반 21분 좌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조원희가 가슴으로 내주자 임상협이 기다렸다는 듯 오른발 발리로 마무리했다.
승리를 향한 열망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져갔다. 수원은 김건희가 나오고 데얀이 들어갔다. 인천은 문선민, 임은수, 쿠비 대신 박용지, 이윤표, 송시우가 차례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양 팀은 종료 휘슬이 울리기 직전까지 서로의 골문을 노렸다. 수원이 후반 추가시간 거짓말 같은 역전 드라마를 써냈다. 박형진이 빨랫줄 같은 왼발 중거리포로 인천을 무너트렸다.
무승 인천과 무패 수원의 이유 있는 변화가 만들어 낸 명승부였다./dolyng@osen.co.kr
[사진] 인천=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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