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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노환규 전 의사협회장, "한예슬 의료사고는 'VIP 신드롬' 때문"

[OSEN=최나영 기자]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하트웰의원 원장)이 배우 한예슬의 의료사고는 'VIP 신드롬' 때문이라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배우이자 유명인인 환자의 흉터를 줄이기 위해 위험 부담이 큰 수술을 시도하다가 실수를 해 안타까운 결과를 낳았다는 주장이다.

37대 대한의사협회장을 지낸 노환규 하트웰의원 원장은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한예슬씨 의료사고와 VIP 신드롬’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노 원장은 "의사들도 처음에는 '어렵지 않은 수술인데 어쩌다가 이런 일이 생긴 거지? 안타깝다'라는 반응이 주였다. 그런데 후속 기사가 나오고 상황을 이해했다"라며 "(한예슬의) 혹을 가장 손쉽게 제거하는 방법은 혹이 있는 위치의 바로 위를 절개하는 것이다. 그러자니 흉터가 보일 것 같다고 생각한 집도의는 '기술적으로 까다롭더라도 혹의 아래쪽을 절개하면 브래지어 라인에 걸쳐 흉터가 안 보이도록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이 같은 수술 방법을 선택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환자에게 더 잘 해주려다 더 나쁜 결과가 발생한 것이다. 병원에서 종종 발생하는 전형적인 'VIP 신드롬'이라 할 수 있다. 건너편 피부까지 떼어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주치의는 지방종(혹)에 붙어있는 피부를 떼어내서 피부이식을 했다. 그러나 흉터의 발생은 피할 수 없게 되었다"라고 자신이 분석한 상황에 대해 전했다.

이 같이 결과가 좋은 경우 환자에게 '환상적으로 좋은 수술방법'이 되지만, 결과가 나쁜 경우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재앙이 되는 'VIP 신드롬'이 시행되는 이유는 '확률' 때문이라고도 말했다. 그는 "결과가 좋을 확률이 결과나 나쁠 확률보다 높다고 판단될 때, 의사들은 환자를 위한 방법을 선택하는 유혹을 받는다. 그 방법을 선택하고 결과가 좋으면 의사 혼자 만족하고 기뻐한다(결과가 좋아도, 환자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큰 혜택을 받았는지 대부분 모른다)"라고 전했다.

또한 "한예슬이 겪은 것은 의료사고가 맞다"라며 "환자는 물론 의료진도 원치 않은 결과가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의료사고가 맞는 것이다. 그래도 그 의도는 선한 것으로 보인다. 그 선한 의도가 결과의 책임에 대한 면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래도 선한 의도는 선한 의도대로 인정 받고 감안되기를 바란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 다음은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하트웰의원 원장)의 글 전문

배우 한예슬씨가 지방종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던 도중 의료사고를 당했다며 그 내용을 사진과 함께 SNS에 올렸다.

지방종은 지방으로 이뤄진 양성종양(혹)으로 대부분 간단한 수술 또는 시술(지방을 녹여서 빼내는 방법)으로 제거가 가능하다. 지방종은 비교적 흔한 질병이라서 주변에 간단히 지방종 제거술을 받은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이 기사를 접한 사람들은 "지방종 제거 간단한 줄 알았는데 이거 뭐지?"라는 반응을 보였다.

의사들도 처음에는 마찬가지 반응이었다. "어렵지 않은 수술인데 어쩌다가 이런 일이 생긴 거지? 안타깝다"라는 반응이 주였다. 그런데 첫 기사가 보도된 이후, 병원측의 설명을 담은 후속기사가 나오자 의사들은 보고서 상황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첫번째 후속기사에서는 "부위는 겨드랑이 아래 옆구리 부위이고, 의료진이 흉터가 보이지 않도록 브래이지어 라인에 맞추어 절개를 하고서 전기소작기로 혹을 제거하던 도중 피부가 화상을 입어 피부이식을 하게 된 것"이라는 병원측의 설명이 소개됐다.

그러나 배우 한예슬씨의 집도의는 홍혜걸 기자가 운영하는 '비온뒤 채널'에 직접 출연하여 수술과정을 설명했다. 집도의의 설명에 따르면 원래 혹(지방종)이 있던 위치는 사진의 아래 길다란 절개선의 위쪽 부위에 있었다고 한다. 이 때 혹을 가장 손쉽게 제거하는 방법은 혹이 있는 위치의 바로 위를 절개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자니 흉터가 보일 것 같다고 생각한 집도의는 "기술적으로 까다롭더라도 혹의 아래쪽을 절개하면 절개흉터가 브래이지 라인에 걸칠 수 있어 흉터가 보이지 않게 수술이 가능하다"라고 판단하고 '기술적으로 어려운, 그러나 흉터가 안보이도록 할 수 있는 수술방법'을 선택했다.

통상적인 방법으로 절개하면 혹의 위 아래를 양쪽으로 손쉽게 박리(혹과 주변조직을 분리시키는 작업)할 수 있는데 반해, 위 의료진이 선택한 방법처럼 혹의 아래쪽을 절개하면 박리의 방향이 위쪽의 한쪽 방향으로만 해야 하기 때문에 박리작업이 어려워진다. 그리고 혹의 중앙이 아닌 한쪽에서 박리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박리부위가 깊고 멀기 때문에 혹을 잡아다니면서 박리를 해야 한다. 이 때 혹의 반대편쪽 피부가 딸려나오게 되는데, 피부의 안쪽은 바깥쪽과 달리 지방종의 조직과 유사하게 보일 수 있다. 피부가 지방종 조직의 일부로 보이는 것이다. 집도의는 박리 도중에 박리층을 잘못 잡아서 피부에 결손이 생기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결국, 환자에게 더 잘 해주려다 더 나쁜 결과가 발생한 것이다. 병원에서 종종 발생하는 전형적인 'VIP 신드롬'이라 할 수 있다. 건너편 피부까지 떼어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주치의는 지방종(혹)에 붙어있는 피부를 떼어내서 피부이식을 했다. 그러나 흉터의 발생은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아무리 의도가 더 잘 해주려고 했던 것이라고 하더라도 결과가 나쁘면 그 책임은 모두 의사에게 돌아온다. 의사는 환자를 위한 최선을 생각하지만, 이 사건의 경우처럼 환자와 의사 모두가 원하지 않는 결과가 돌아올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은 왜 생기는 것일까?
의료진이 자신의 기술에 대해 지나치게 자만을 해서 생기는 것일까?의료진의 과욕과 교만이 불러온 나쁜 결과일까?

지금은 작고하신 필자의 스승이신 故홍승록 전 세브란스 흉부외과 교수님은, 심방중격결손(심장의 2개의 방 사이에 구멍이 난 질환으로 선천성 심장병 중 가장 간단한 심장병)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가 여자아이거나 젊은 여성인 경우에는 가슴을 종으로 절개하지 않고 항상 가슴아래선을 따라 횡으로 절개하고 수술을 하셨다. 심장수술을 할 때는 반드시 가슴을 열어야 하는데, 통상 위아래 종으로 절개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이 경우 환자는 평생 이 수술의 흉터를 안고 살아야 한다. 그런데 심방중격결손증은 가슴아래선을 따라 절개하고 수술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수술시야가 나빠 수술이 기술적으로 어렵고 따라서 의료진에게는 적지 않은 위험부담이 따른다. 그래서 대다수 흉부외과 의사들은 이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만약의 경우 잘못되면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故홍승록 교수님은 은퇴하실 때까지 자신의 책임 하에 가슴아래 절개방법의 수술을 고집하셨다. 다행히 별다른 사고가 없었다.

가슴이 잘 발달한 여성의 경우, 심장수술을 마친 직후부터 흉터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 수술방법은 결과가 좋은 경우 환자에게는 '환상적으로 좋은 수술방법'이고 의사에게는 '기술적으로 힘들고 괴로운 수술방법'이다. 그러나 결과가 나쁜 경우,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재앙이 되는 방법이다.

그런데 의사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왜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일까. 왜 VIP 신드롬은 없어지지 않는 것일까. 그것은 확률 때문이다. 결과가 좋을 확률이 결과나 나쁠 확률보다 높다고 판단될 때, 의사들은 환자를 위한 방법을 선택하는 유혹을 받는다. 그 방법을 선택하고 결과가 좋으면 의사 혼자 만족하고 기뻐한다. (결과가 좋아도, 환자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큰 혜택을 받았는지 대부분 모른다.)

배우 한예슬씨가 겪은 것은 의료사고가 맞다. 환자는 물론 의료진도 원치 않은 결과가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의료사고가 맞는 것이다. 그래도 그 의도는 선한 것으로 보인다. 그 선한 의도가 결과의 책임에 대한 면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래도 선한 의도는 선한 의도대로 인정 받고 감안되기를 바란다.

의사들은 단순히 그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불행히 결과가 나빴지만, 만일 결과가 좋았더라면 이번의 경우에도 의사는 혼자 뿌듯해하며 기뻐했을 것이고 환자는 기술적 어려움을 몰랐을 것이다. 이번 사고의 원인 중에는 '호의(好意)'가 차지하는 부분이 분명 크다.)

환자를 위한 최선, 사실 그것은 말처럼 간단하지가 않다.

한예슬씨의 경우 의료진이 생각한 최선은 단순한 종양의 제거가 아니라, 배우라는 직업을 고려한 '종양의 제거 + 가려질 수 있는 흉터'였던 것이다.

그 두 가지 목표를 모두 취하려다가 결과가 '종양의 제거 + 더 크게 남은 흉터'가 되어버렸다.

한예슬씨와 의료진 모두에게 위로를 전한다.

PS1. 의사의 실수는 실수대로 책임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실수를 있는 그대로 밝힌 의사의 용기는 조금 놀랍다. 그런 의사 찾기 쉬운 시대가 아니니까.

PS2. 어차피 인정할 거,,, 좀 더 일찍 인정하고 설명해주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nyc@osen.co.kr

[사진] OSEN DB, 한예슬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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