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의 천재성, 美분석 커브 가치 MLB 2위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5.11 13: 30

류현진(31·LA 다저스)의 지난 스프링 트레이닝 화두는 커브였다. 기존 변화구 레퍼토리인 체인지업과 슬라이더에 커브까지 완벽히 섞겠다는 야심이었다.
MLB 진출 후인 2013년 류현진은 체인지업을 앞세워 14승을 따냈다. 체인지업을 공략하려는 상대 타자들의 노력이 집요해지자 2014년에는 고속 슬라이더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커브에 눈을 돌렸다.
류현진이 커브를 던지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KBO 리그, 그리고 메이저리그(MLB)에서도 완급 조절용으로 간혹 던지곤 했다. 하지만 주무기는 아니었다. 통계전문사이트 ‘팬그래프’에 따르면, 2013년 류현진의 커브 비중은 9.3%에 불과했다. 2014년은 13.4%였다. 그리고 정통 커브에 가까웠다. 이런 류현진은 타자들의 눈을 좀 더 현혹시키기 위해 낙폭은 조금 줄이면서도, 구속은 더 빠른 커브를 연마했다. MLB의 대세 트렌드를 좇았다.

부상 전까지 커브 비중은 전체의 17%까지 늘어났다. 좌·우 타자를 특별히 가리지도 않았다. 성과는 컸다. 현지 언론에서도 류현진의 두 가지 커브를 극찬했다. 구종 가치에서도 눈에 띄는 성장이 보인다. 부상 전까지 MLB 2위에 해당하는 위력을 발휘했다는 분석도 눈에 들어온다.
‘스탯캐스트’ 시스템을 이용해 투수들의 구종 및 구위를 정밀 분석하는 ‘MLB 퀄리티 오브 피치’는 5월 초까지 커브 퀄리티를 분석한 자료를 내놨다. ‘MLB 퀄리티 오브 피치’는 단순한 피안타율이나 범타 유도 비율을 떠나 스탯캐스트로 측정한 낙폭, 수직 브레이크, 수평 브레이크, 스트라이크존 접근 정도, 구속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평점을 매긴다. 류현진의 커브 점수는 5.72 QOPA였다.
이는 50구 이상의 커브를 던진 MLB 투수 중 마일스 미콜라스(세인트루이스·5.89)에 이어 당당히 리그 2위였다. 마르코 곤살레스(마이애미·5.60), 리치 힐(LA 다저스·5.57), 아담 웨인라이트(세인트루이스·5.56)보다도 나은 성적이다. 힐과 웨인라이트는 리그를 대표하는 명품 커브의 주인공이다. 그런데 류현진의 커브가 이와 버금가는 위력을 가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물론 표본이 적다는 점에서 성공을 단언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류현진의 커브가 확실히 진화했다는 점은 피부로도 느낄 수 있다. 여러 구종을 던지면서도, 모두 완성도가 높다는 것은 류현진의 천재성을 여실히 증명한다. 그럴수록 부상이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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