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칸 레터] "숨쉬기 힘든 고통"..'공작' 3인방이 밝힌 #윤종빈 #남북 정상회담(인터뷰 종합)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8.05.13 00: 25

 “진짜 촬영 기간을 생각하면 너무 힘들었다. 한마디로 숨 쉬기 힘든 고통을 느꼈다고 할까? 그래도 이제와 돌이켜보면 한층 성장한 것 같다.”
윤종빈 감독의 새 영화 ‘공작’에 출연한 배우 황정민, 이성민, 주지훈이 12일 오후(현지시간) 칸 팔레 드 페스티발 내 테라스 비주얼에서 열린 공식 인터뷰에서 이 같은 말로 촬영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공작’은 1990년대 중반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 실체를 파헤치던 안기부 스파이가 남북 고위층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실화 모티브의 첩보 스파이물이다.

어제 오후 11시(현지시간) 팔레 드 페스티벌 대극장에서 전 세계 최초로 공개돼 높은 관심과 호평을 받았다. 상영 후 관객들로부터 5분여간 기립박수를 받으며 미드나잇 스크리닝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에 황정민은 ‘얼굴이 상기돼 눈물을 흘린 것 같았다’는 질문에 “칸에서는 물론 한국에서도 레드카펫을 걷는 게 늘 긴장되고 불편하다. 어색하다. 아직까지 낯설다”고 답했다. 긴장하긴 했지만 눈물을 흘리진 않았다고.
황정민은 극중 육군 정보사 소령 출신으로, 군복무 중 안기부 스카우트로 발탁돼 북핵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한 스파이 ‘흑금성’으로 잠입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그는 사업가로 위장한 끝에 북한의 고위층 리명운(이성민 분)의 신뢰를 얻는 데 성공하지만, 1997년 대선을 앞두고 남한 수뇌부가 북의 고위급과 접촉하려는 낌새를 느끼고 혼란과 환멸을 느낀다.
이어 그는 “작년 7월에 영화의 촬영이 끝났다. 1년 전에 했던 걸 다시 끄집어내서 어땠는지 기억해내느라 (여기 와서)고생했다. 찍을 땐 대단히 조심스러웠던 얘기다. 쉬쉬하면서 촬영을 했었는데 (올해)남북 정상회담 분위기가 형성돼 너무 묘한 것 같다”는 감회를 전했다. 촬영 때와 달리 극적으로 남북한의 정세가 급변해 놀라울 따름이라고.
그와 대척점에 선 캐릭터를 연기한 이성민은 북한 대외경제위 처장 리명운 역을 맡았다. 명운은 모든 조건을 갖춘 엘리트로, 북한의 고위층을 만나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할 관문 같은 존재다.
어떠한 캐릭터든 제 옷을 입은 것처럼 소화하는 이성민은 냉철한 판단력과 따뜻한 마음을 가진 리명운으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그러나 이성민은 촬영 기간이 너무 고통스러웠다고 전했다. “지금 말하기에 부끄럽지만 배우로서 어떻게 이 캐릭터를 구현해야할지 몰라 굉장히 고통스러웠다. 너무 힘들었다. 심지어 숨 쉬기 힘든 고통을 느꼈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이성민은 “‘공작’의 촬영이 너무 힘들어서 배우로서 자존감이 바닥이었다. 지금 말하기에 부끄럽지만 그땐 그랬다. 하지만 황정민과 촬영하면서, 또 윤종빈 감독님 덕분에 여러 가지 해답을 얻었다”며 “흑금성이 남한을 위해 북한의 핵을 없애는 게 신념이었듯, 저 역시 리명운의 신념과 석영(황정민 분)을 통해 연기적으로 어떻게 나가야할지 도움을 받았다”고 고마워했다. 그러면서 “지금 정세가 이렇지 않았다면 (영화에 대한 평가가)이렇게 흘러가지 않았을 것 같다”고 예상하기도 했다.
주지훈은 극중 북한 국가안전보위부과장 정무택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주지훈이 그린 정무택은 경쾌하면서도 날카로운 남자로 완성됐다. 북한 대외경제위 처장리명운(이성민 분)과 미묘한 신경전으로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내면서도 사냥개 같은 투철한 근성을 가진 인물이다.
주지훈은 “촬영 중 너무 힘들었다. 마치 목욕탕 뜨거운 물에 4시간 갔다온 느낌이었다”며 “(당시 정치상황은)제 나이가 어릴 때라 남북의 정세를 잘 모르고 있었다. 그럼에도 대본이 잘 넘어가더라. 설명을 잘 못하는데도 대본이 잘 넘어가는 걸 보니 저와 잘 맞겠다 싶었다”고 출연을 결정한 과정을 전했다.
생애 첫 칸 초청에 대해서는 “기립박수는 난생 처음 받아봐서 너무 설레고 재밌다. 그냥 재미있었다고 말하는 게 맞는 표현 같았다”라며 “레드카펫은 한국에서도 많이 해봐서 익숙하지만, 기립박수가 좀 신기했다. 계단에 올라가서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 많았다(웃음). 돌아봐야 하나 싶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칸영화제에 초청 받았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신기했다. 칸영화제에 출품을 했을 거란 생각을 안했다”며 “감독님이 갑자기 밤 12시에 전화를 하더니 쓸데없는 말만 하고 끊으셨고 다시 새벽 3시에 전화를 하셔서 ‘칸에 가게 됐다’고 하셔서 너무 설렜다. 공항에 내려서 다시 설렜던 거 같다”고 말했다.
올해 이 영화는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현지시간으로 11일 오후 11시에 전 세계 관객들과 평단에 첫 공개됐다.
칸(프랑스)=김보라 기자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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