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연, 욱일기 '좋아요' 사과→삭제→2차 사과..논란 일단락[종합]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8.05.13 18: 00

[Oh!쎈 이슈] 스티븐연, 욱일기 사과→삭제→2차 사과..논란 일단락[종합]
한국계 할리우드 배우 스티븐 연이 욱일기 관련 사진에 ‘좋아요’를 눌렀다가 네티즌들의 비난으로 사과했지만 해당 사과문을 삭제하면서 더욱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2차 사과문을 게재하면서 논란이 일단락됐다.
‘욱일기 논란’은 스티븐 연이 최근 자신의 출연작인 영화 ‘메이햄’을 연출한 조 린치 감독의 사진에 ‘좋아요’를 누르면서 시작됐다. 조 린치 감독이 자신이 어린 시절 욱일기로 만든 옷을 입고 찍은 사진을 게재했는데 스티븐 연이 이 사진에 ‘좋아요’라고 누른 것.

군국주의를 대표하는 상징 욱일기는 일본의 국기인 일장기의 붉은 태양 주위에 햇살이 퍼져나가는 모양을 붙여 형상화 한, 현 일본 자위대의 군기이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일제 세력이 군기로 쓰며 악명을 떨쳤다.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등 여러 국가에서 욱일기를 금기시하고 있다.
스티븐 연은 미국 AMC 드라마 ‘워킹데드’를 통해 국내 팬들에게 얼굴을 알린 것에 이어 국내 작품에도 출연하며 친근해졌다. 최근 영화 ‘프랑스 영화처럼’, ‘옥자’, ‘버닝’ 출연을 비롯해 KBS 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 등에도 얼굴을 내비치며 친숙해진 배우가 됐는데 이 같은 상황은 팬들에게 크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때문에 스티븐 연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고 곧바로 스티븐 연을 자신의 SNS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한국어와 영어로 사과문을 올렸는데 영어 사과문이 문제가 됐다.
한국어 사과문에서는 “최근 내 동료의 어린 시절 사진과 관련, 사진 속 상징적 이미지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실수를 만들었다. 나의 부주의함으로 인해 상처 입은 분들께 사과드린다. 나 역시 한국 역사의 참담했던 순간과 관련된 모든 메시지, 이미지를 절대 가볍게 여기지 않고 있다. 인터넷상에서의 실수가 저의 모든 생각과 신념을 단정 짓는 것에 큰 슬픔을 느낀다”고 했다.
영어 사과문에서는 “나는 내가 태어난 나라의 역사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우리 역사 속 고통스런 순간을 상기시키는 이미지를 묵인하지 않는다. 최근 동료의 어릴 적 사진에 부주의한 실수를 했다. 이 상징을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사과드린다”며 역사를 잘 알고 있다고 하면서도 ‘좋아요’를 누른 것에 대해 자신을 비난하는 상황이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의 비판이 거세지자 스티븐 연은 해당 사과문을 삭제했다. ‘전 세계 전범기 퇴치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서경덕 교수는 스티븐 연의 사과에 일침을 가했다.
서 교수는 “한국어로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지만, 영어로 된 사과문에서는 ‘이번 일은 문화의 단면을 보여준다. (스마트폰에서) 넘기기 한 번, 실수로 ‘좋아요’를 누른 것, 생각 없이 스크롤을 움직인 것으로 사람을 판단한다. 인터넷 상의 세상은 굉장히 취약하다. 우리를 표출하는데 이런 플랫폼을 쓰고 있다는 것이 슬프다’고 했는데 이 같은 글은 자칫 ‘인터넷 상에서의 실수 한 번으로 사람을 재단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는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런 글을 올렸다는 것은 아직 제대로 된 반성을 하고 있지 않다는 뜻입니다. 지난 10여년간 ‘전 세계 욱일기 퇴치 캠페인’을 펼쳐온 저로서는 이번 영어 사과문은 그야말로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라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그렇다면 자신도 정말 실수였다고, 이번 계기로 욱일기에 대한 뜻을 정확히 알았다고, 다시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영어 사과문을 진심으로 올렸다면 이렇게까지 네티즌들에게 뭇매를 맞지는 않았을 것입니다”라며 마지막으로 “스티븐 연 욱일기 사태 진심으로 반성하세요”라고 한 마디 했다.
이 같은 상황에 스티븐 연의 국내 활동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비앤씨 그룹 측 관계자는 휴대폰 전화를 꺼놓은 상황이다. 또한 스티븐 연 출연하고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버닝’ 측 관계자도 OSEN에 이에 대해 따로 밝힐 입장이 없다고 전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버닝’을 보지 않겠다며 ‘보이콧’ 선언까지 하는 반응을 보였다.
결국 스티븐 연은 2차 사과문을 게재했다. 스티븐 연은 “최근에 제가 제대로 생각하지 못하고 지인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어린 시절 사진에 '좋아요'를 눌렀습니다. 저의 무지함으로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것에 대해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며 “저의 실수, 특히 어떤 방식으로든 가볍게 다루어서는 안 되는 역사의 상징에 대한 부주의가 얼마나 사람들에게 깊은 영향을 미치는지 배우게 되었습니다”라고 사과했다.
이어 “많은 사람들과 팬 분들의 걱정스러운 메시지로 인해 이 문제에 대한 저의 무지함을 깨닫게 되었고, 제가 처음에 급하게 올린 사과문이 더 많은 아픔과 실망을 드렸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상처 입은 분들께 사과드립다”며 “한국계 미국인의 정체성을 가진 사람으로서, 이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했어야 함에도 그러지 못한 점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이번 일이 제게는 중요한 배움의 과정이 되었습니다. 다시는 이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 것을 약속드립니다. 진심으로 사과합니다”라고 거듭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스티븐 연이 다시 한 번 사과문을 게재하면서 논란이 일단락 됐지만 아무래도 민감한 문제인 만큼 네티즌들의 분노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kangsj@osen.co.kr
[사진] OSEN DB, 서경덕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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