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칸 인터뷰②] '레토' 유태오 "2000대1 경쟁률 뚫고 캐스팅, 무조건 잘해야겠단 생각뿐"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8.05.13 21: 01

 (인터뷰①에 이어)러시아 영화 ‘레토’(감독 키릴 세리브렌니코프)의 유태오가 무명의 설움을 딛고 주연배우로 캐스팅된 소감을 전했다.
유태오는 13일 오후(현지시간) 칸 팔레 드 페스티발 내 영진위 부스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제가 영화 ‘하나안’(감독 박루슬란)이라는 영화를 재미있게 봤다. 원래 감독님과 알고 지낸 사이였고 너무 재미있게 봐서 연락을 드렸는데 알고 보니 81년생 저와 동갑이더라"고 작품에 도전한 과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어 "그 분이 러시아권에서 에이전트 역할을 하신다. 제게 작년 5월에 전화를 하셔서 오디션에 대해 언급하셨다. 일명 ‘러시아의 박찬욱 감독님'이 계신데 빅토르 최의 어린 시절을 담은 영화를 준비하고 계시다고 하더라. 그래서 제게 어린 나이의 배우를 찾아달라고 해서 일단 알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유태오는 처음 오디션 소식을 접했을 땐 관심이 없었지만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 하게 됐다고.

‘레토’는 러시아의 언더그라운 록 신이 막 태동하던 시기 1981년 여름 레닌그라드를 담은 작품이다. 유태오는 2000대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주인공 빅토르 최 역할을 맡았다.
"주변 친구들이 너도 (프로필 등을)보내보라고 해서 셀카를 찍어 보냈다. 이후 1주일 뒤에 그쪽에서 제 영상을 보내달라고 연락이 왔더라. 그래서 저희 집 주차장에서 영상을 찍어 보내드렸고, 또 다시 일주일 뒤에 모스크바에서 오디션을 보자는 연락을 받았다. 이게 웬일인가 싶었다(웃음). 그때부터 기사를 검색했더니 2016년에 난 기사가 딱 하나가 있더라. 6개월 동안 주연 캐스팅이 안 됐다는 건 ‘그럼 나도 가능성이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도전해봤다."
유태오는 "저는 빅토르 최가 어떤 감수성일지 해석을 하고 모스크바에 갔다. 낮부터 오후 4시까지 오디션을 시키더라. 여러 차례 오디션을 거쳤는데 PD님이 몰래 ‘너가 될 것 같다’고 하시더라. 감독님이 처음으로 저를 보고 ‘이 사람이다’라는 말을 했다고 하더라. 이후 2주가 흐르자 캐스팅 됐다는 최종 연락을 받았다. 2000대1 경쟁률 뚫고 캐스팅됐으니 무조건 잘해야겠단 생각뿐이었다"고 설명했다.
캐스팅 조건에 대해 “감독님이 반드시 한국 사람이어야 하고, 얼굴이 어려 보여야 한다는 게 중요했다. 더불어 연기 경험도 있어야 한다는 3가지 조건이 있었다. 러시아 사람을 비하하는 게 아니라, 그들은 25세만 지나면 금세 늙는다. 비하하는 건 절대 아니다. 날씨가 건조한 탓이다. 감독님이 오랜 시간 주인공을 찾다가 못 찾았고, 결국 오디션 자리에서 저만의 해석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유태오는 빅토르 최를 분석한 자신의 생각에 대해 “감수성이 풍부하고 시적인 부분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예전에 화가가 되고 싶었다고도 하더라. 그런 것들에서 오는 정체성의 혼란이나 우울해하는 감성이 저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감독님도 그것에 동의하셨다. 어릴 때 저도 (한국계 유럽인에 대한)정체성 혼란을 느꼈다. (한국인이 맞는지)나의 뿌리에 관한 혼동부터 여러 가지 혼란을 느꼈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한국인 출신인데 유럽사람이라는 ‘유라시안’이라는 조건이 저와 빅토르 최 밖에 없었던 거 같다. 그와 나 사이에 동질감이 있다. 제가 그를 연기하면서 멜랑꼴리함(우울함)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던 거 같다."
빅토르 최는 한국계 러시아의 록가수 겸 영화배우로, 키노라는 록그룹을 결성해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펑크록에 아름다운 선율과 자유지향적 음악으로 소비에튼 전역의 젊은이들에게 큰 지지를 얻었다. 그는 영화 ‘이글라’에 출연해 오데샤에서 열린 영화제에서 최고 배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앞서 ‘레토’는 지난 9일 오후 10시(현지시간) 뤼미에르 극장에서 최초로 공개됐다. 연출을 맡은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은 공금횡령을 이유로 촬영장에서 연행, 수개월 간 구금돼 결국 올해의 칸을 방문하지 못했다.
전날(8일) 진행된 레드카펫에서 유태오를 비롯해 배우들은 감독을 대신해 감독의 얼굴이 그려진 뱃지와 이름이 새겨진 말을 들고 레드카펫 위를 걸어 감독의 부재를 알리기도 했다.(인터뷰③에서 이어집니다)
칸(프랑스)=김보라 기자 purplish@osen.co.kr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