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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커피 한 잔] 이매리 "부상으로 8년간 경력 단절..드라마 현장 바뀌어야"

[OSEN=최나영 기자] 아직도 많은 이들이 풋풋했던 그의 얼굴과 독특하게 예쁜 그의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이매리. 1994년 서울 MBC 공채 MC 3기로 데뷔한 그는 방송인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후 배우 등 다방면으로 활동 분야를 넓혀 존재감을 드러냈던 바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를 TV에서 보기 힘들었다. 정확히는 2011년 방송된 SBS 주말드라마 '신기생뎐' 이후 부터다. 그의 인생은 크게 '신기생뎐' 전과 후로 나눌 수 있다.



"연습은 계속 하는데 촬영은 계속 미뤄지는 거에요..그러면서 어깨가 파열됐고 무릎에는 물이 찼어요."

이매리는 '신기생뎐'에서 기생들의 교육과 관리를 맡는 부용각 상무, 이화란 역을 맡았다. 이매리는 배우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에 배역을 위해 부단히 준비했다. 드라마 측에서는 고전무용인 오고무를 배워야 한다고, 그리고 '두 달 뒤 타이틀신 촬영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에이 이매리는 매일 훈련에 매진했다. 하지만 촬영은 계속 미뤄졌다. 두 달이 지나면 다시 두 달 뒤라고 하고 그 두 달은 다시 넉 달로 늘어났다. 그러나 그렇다고 연습을 미룰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촬영이 언제 들어갈 지 모르니까. 결국 그의 어깨가 파열됐고 무릎에는 물이 찼다.

"부상이 심했어요. 지금까지도 재활치료를 하고 있어요. 당시 레슨비가 한 번에 10만원었기에 비용도 만만치 않았죠. 오고무가 오른쪽으로 도는 동작이 많은데 많이 쓰는 무릎이 아파오더라고요. '촬영을 안 하면 다리 관리를 하면서 연습하겠다'고 말했더니, '적어도 2주 안에 촬영이 들어간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몸은 몸대로 망가지고 돈은 돈대로 썼어요. 나중에 제 상황을 보더니 그 쪽(제작진)에서 당황하더라고요. 절 따로 불러내더니 '이렇게 열심히 할 줄 몰랐다', '우리 보험 안 돼 있으니, 다른 데 발설 말아라'고 말하며 출연료만 주면 안되겠냐고 묻더군요."

이매리에 따르면 캐스팅이 된 시기는 드라마 방영 10개월 전이었다. 당시 '두 달 뒤 타이틀신 촬영을 한다'라고 했으니 결과적으로 방영 8개월 전에 찍는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이매리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말이 안 된다. 어떤 드라마가 타이틀신을 그렇게 빨리 찍나. 아무래도 나한테 연습을 빨리 시작하라고 그렇게 말한 것 같은데, 정확하게 얘기해 주지 않고 계속 미뤄지기만 해 부상이 악화됐다"라고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이매리는 당시 부신피질호르몬저하증이라는 진단도 받았다. 치료 중에도 연습을 강행해 생긴 병이었다.

그리고 이매리는 무용 레슨비는 커녕 치료비 보상도 받을 수 없었다.

"일단 현장은 바쁘고 정신이 없어 이야기를 꺼낼 수 없는 분위기였죠. 그래서 시간이 흘러 말하니 '우리 원래 그런 거 알잖아요'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나중에는 스태프들이 바뀌어서 기록이 없다고 해요. 그래서 누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 수 없다고요."

드라마라는 것은 보통 프로젝트 팀처럼 끝나버리면 다들 해체가 되는 구조다. 그리고 제작을 하는 제작사가 있고 편성을 주는 방송사가 있다. 방송사에서 자체 제작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 방송사에서 외주를 줘 제작사에서 제작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렇기에 이매리가 제작사에 항의를 하면 방송국에 문의하라고 하고, 방송국으로 가면 제작사 소관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책임 소재를 찾는 것이 힘든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이매리는 이런 시스템의 희생양이 됐다.

"불우한 제작사를 생각해서, 그리고 작가님도 좋은 뜻으로 절 캐스팅 해주셨으니 넘어가려고도 했어요. 그런데 자꾸 있었던 일 자체를 은폐하려고 하는 모습들이 절 분노케 했습니다. 저와는 눈도 안 마주치고 의도적으로 무시했죠. 한 스태프는 '우리 보험 안 돼 있다'라고만 강조하더라고요. 나중에 그 분은 PD대상을 받으며 승승장구했어요. 그 때 제가 그 분께 메일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과거를 상기해 달라고."

이매리는 혼자였고 절실했다. 그리고 그 절실함은 현재 진행형이다. 배우들의 경우 예술인복지재단을 통해 선재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고 한다. "법적으로 배우들 보험을 다 들어줄 의무가 없다"란 말이 돌아온다는 것이다. 산재보험을 들고 가려면 바로 '잘릴'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드라마 책임자들의)은폐와 시간 끌기는 여전하더라고요. 최근에 부산콘텐츠마켓에서 그 분들을 만나 다시 얘기를 나눴는데, 변한 것이 없었어요. '(당신을) 누가 캐스팅을 하겠어요?' 이런 얘기까지 하더라고요. 그게 할 소리인가요..'왜 그런 얘기를 하고 다니냐', '왜 불편하게 만드냐' 이런 말들이 되풀이 되고, 결국 저만 또 이상한 사람이 되더라고요. 전 오랫동안 커리어가 단절됐어요. 제가 바라는 것은 다시 일을 하고 싶은거에요. 그리고 제가 입은 피해에 대한 보상은 정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뜨고 싶어 그런 게 아니에요. 생존의 문제죠."

자국을 넘어 전세계로 퍼져나가는 한국 드라마. 관계자들 중에는 이렇게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하는 이매리를 한류의 걸림돌로 보는 시선도 있었다고 한다. 이매리는 그런 사람들에게 "한류 붐도 좋지만 인권이 먼저"라는 목소리를 내고 싶다고도 전했다.


"힘든 시기 내 편이 돼 준 이들은 외국 사람들이었어요. 한국사람들도 날 버렸는데..아랍 인도 터키 페루 친구들이 날 격려해주고 한국 갑질 문화를 들으며 오히려 '왜 안 싸워?'라고 말해줬어요. 그들은 ​제가 다시 힘을 내게 만드는 원동력이 돼 줬어요."

이매리가 이렇게 힘든 시기를 겪을 때 힘이 돼 준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이 아닌, 외국 친구들이었다. 인도, 아랍 등 외국 친구들은 그의 아픔을 함께 나누며 위로해주고 끝까지 싸우라며 응원했다.

현재 이매리는 인도 아랍 등과 활발한 문화교류를 하고 있다. 힌디어를 전공하기도 했고, 그의 부친이 7년간 중동에서 근무한 것에 영향을 받기도 했다. 이매리는 실제로 2014년 카타르수교 40주년을 맞아 세카타르 월드컵 성공 개최를 위한 콘서트를 기획했고 2015년 카타르 내셔널데이 행사에 참여했다. 2015년에는 아랍대표단을 수행해 추천서를, 2016년에는 오만대표단을 수행해 감사패를 받기도. 또 카타르월드컵 민간 홍보대사이기도 하다. 현재 꾸준히 힌디어와 아랍어를 공부하고 있다. 6월 1일부터 6일까지 엿새간 열리는 제 7회 아랍영화제에도 방문할 예정이다.

인터뷰 자리에서 이매리는 '라마단 카림(Ramadan Kareem)'이란 글귀가 담긴 종이를 들고 사진 촬영을 했다. 라마단 기간 무슬림들은 '라마단 카림'이라고 서로 인사한다. 이는 '행복한 라마단 보내세요!', '축복의 라마단' 등의 뜻이다. 5월 17일부터 6월15일까지가 이슬람교의 금식 성월인 라마단 기간이다.


현재 이매리는 국제커뮤니케이터 활동을 하는 회사 '마리얌커뮤니케이션'의 대표를 맡으며 라이센싱 관련 사업을 진행 중이고, 인도에서 구상 중인 홈쇼핑 프로젝트도 있다. 또 특허도 몇 개 냈다. 이 외 여러 아이디어가 많지만 역시 놓지 않고 있는 큰 목표는 다시 방송 활동을 부지런히 하는 것이다. 이렇듯 앞으로 다시 재기해 잃어버린 기회비용도 찾고 방송 활동과 국제커뮤니케이터로서 활발한 역할을 꿈꾸고 있다.

다치기 전에는 한 달에 수천만원씩 벌었지만 수년간 재활을 하며 많은 기회비용을 잃은 이매리이지만 언제까지 주저 앉아있을 수만은 없으니까. 한국 드라마 산업 책임자들의 태도가 변할 때까지, 목소리를 내겠다는 그다.

"제가 야망이 큰 사람이 아닌데 8년 동안 너무 큰 투쟁을 벌였어요. 이제 개인적인 삶을 찾고 싶고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요. 8년 동안 단절된 경력도 다시 이어가고 싶고요. 이를 위해서는 잘못된 것을 분명 다시 바로 잡아야 하고요. 저 같은 피해자들도 없어야 해요. '더 이상의 은폐는 안 된다'란 말을 꼭 전하고 싶어요." /nyc@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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