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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칸 현장] '버닝' 이창동 감독이 밝힌 #N포세대 분노 #日하루키 소설(종합)

[OSEN=칸(프랑스), 김보라 기자] 이창동 감독의 8년 만의 신작 ‘버닝’(제작 파인하우스 필름, 배급 CGV아트하우스)은 범죄 미스터리 장르를 표방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네 청춘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대학 졸업 후 별다른 직장 없이 유통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는 종수(유아인 분)의 삶은 숨 쉴 틈 없이 팍팍하다. 어릴 때 집 나간 어머니는 그리움의 대상이 아닌 부담스러운 존재이며,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 매번 사고를 치는 아버지 역시 종수에게는 어깨를 짓누르는 짐 같은 대상이다.

가업을 이어 고향에서 농사일을 지으며 살던 종수의 일상에 어릴 적 동네친구 해미(전종서 분)가 찾아오고, 두 사람은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친구 이상의 감정을 느낀다. 담배를 피우면서 자신의 일상과 감정을 가감 없이 털어놓는 시간을 통해 이들은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된다.

행사 아르바이트를 하며 번 돈으로 아프리카 여행을 갔던 해미는 그곳에서 한국남자 벤(스티븐 연)을 만나고, 고생 끝에 함께 입국하면서 종수에게도 그를 소개해준다. 그때부터 심상찮은 세 사람의 만남이 그려진다.

종수는 특별이 하는 일 없이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부유하게 살아가는 벤을 동경하면서도 비교의식에 사로잡혀 자괴감에 빠진다. 보잘 것 없는 자신의 삶과 비교했을 때, 직업이 없어도 잘 먹고 잘 사는, 그를 질투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호감을 느낀 해미가 자신보다 그와 더 가까운 사이가 되자 한층 더 분노감에 사로잡힌다.

종수은 N포 세대에 속하는 인물이다. 사회, 경제적 압박으로 인해 연애, 결혼, 주택 구입 등 많은 것을 포기한 세대. 'N'은 가진 게 없고 포기한 게 너무 많아 셀 수도 없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불행이 어떠한 연유에서 벌어진 것인지도 명확치 않아 대놓고 분노를 표출할 수도 없다. 그저 그렇게 받아들이며 조용히 살아갈 뿐이다.

이창동 감독의 8년 만의 신작 ‘버닝’은 올해 제71회 칸 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올랐다. 출품한 한국영화들 가운데 유일하게 수상 후보로 오른 셈이다.

이에 17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 내 프레스 센터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전 세계 기자들을 만났다. ‘버닝’은 전날 오후 6시 45분(현지시간) 전 세계 첫 상영돼 5분여 간 기립박수가 터져나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연출자 이창동 감독을 비롯해 유아인, 스티븐 연, 전종서 등 주연배우들과 제작사 파인하우스 이준동 대표가 참석했다.

이 감독은 일본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반딧불이-헛간을 태우다’를 영화화한 이유에 대해 “원작이 갖고 있는 미스터리한 부분이 영화적으로 새로운 미스터리로 해석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작업을 하게 됐다”며 “일본 NHK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영화화해줄 수 있느냐?’는 제안이 들어와 처음엔 제가 아닌 젊은 감독들에게 요청 했었다. 저는 제작을 할 생각이었는데, 사정상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제가 쉽게 영화화할 수 없는 소설이라고 생각했지만 요즘 우리네 젊은이들의 이야기로 해석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영화화한 과정을 설명했다.

‘헛간을 태우다’를 각색한 ‘버닝’은 원작의 기본적인 스토리 라인을 그대로 이어나가면서도 이창동 감독만의 창작 방식을 더한 연출력으로 보는 재미를 더했다. 무엇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20대 청춘들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았다는 점에서 공감대를 높인다.

이 감독은 “요즘 젊은이들은 분노를 마음에 갖고 있으면서 쉽게 표출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도 그 분노의 대상이 무엇인지 분명치 않은 것 같다”며 “세상은 점점 편리해지고 좋아지지만, 나의 미래는 없다는 생각이 요즘 젊은 사람들의 감정인 것 같다. 그들에게 이 세상이 하나의 미스터리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버닝’에 많은 문화적 요소들이 숨어 있지만 제가 그것을 일일이 설명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라며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시고 본인 나름대로 받아들이고 해석하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칸(프랑스)=김보라 기자 purplish@osen.co.kr

[사진]ⓒ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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