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겨울은 안녕’ 정성훈, 김기태 신뢰에 보답하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5.19 06: 10

지난 겨울 KBO 리그의 시선은 한 베테랑 내야수에 쏠렸다. 갈 길을 잃은 정성훈(38)이 그 불운의 주인공이었다. 전 소속팀 LG는 이 베테랑을 전력 외로 구분했다. 문제는 정성훈을 불러주는 팀이 마땅치 않았다.
정성훈은 올해 만 38세의 베테랑이다. 타격 능력은 여전히 준수했지만, 수비 활용성은 떨어졌다. 나이를 생각하면 그 타격도 얼마나 더 지속될지 장담하기 어려웠다. KBO 리그에 불어 닥친 육성 바람도 베테랑의 한파를 가중시켰다. “일찍 새 팀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대다수의 팀들은 부정적인 생각을 드러냈다.
그때 KIA가 손을 잡았다. 김기태 감독의 의중이 짙게 깔린 영입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다른 팀들이 “장기적으로 볼 때 손해가 될 수 있다”고 말할 때, 김 감독은 미래와의 공존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정성훈은 고향 팀에서 마지막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정성훈은 김 감독의 신뢰에 보답하고 있다.

KIA 유니폼을 입은 정성훈은 여전히 좋은 타격 능력을 뽐내고 있다. 18일까지 32경기에서 타율 3할5푼2리, 9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89를 기록 중이다. 대타 타율도 3할6푼4리에 이른다. KIA가 바랐던 임무는 충분히 해내고 있는 셈이다. 5월 들어서는 비중이 높아지는 양상도 뚜렷하다. 5월 한 달 타율은 11경기에서 타율 4할3푼5리에 이른다. 화끈함은 모자랄지 몰라도, 중심타선에서 하위타선으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 몫은 충실히 하는 모습이다.
더 이상 팀의 주역은 아니다. 그러나 감초 임무는 확실하다. KIA 주축 타자들이 부진과 슬럼프로 고생할 때, 정성훈은 그 자리를 지키며 벤치에 옵션을 제공했다. 18일 광주 SK전에서도 3타수 2안타 1타점 2타점을 기록하며 힘을 냈다. 2회에는 기술적인 타격으로 이날 결승타를 때렸다. 5회에는 한동민의 2타점 적시타성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막아내며 실점을 막았다. 벤치의 기대에 100% 이상 부응한 하루였다.
사실 정성훈의 활약이 기대 이하라면 연봉 이상의 손해를 볼 수도 있는 KIA였다. 젊은 선수들이 성장할 기회인 타석을 무의미하게 소비할 수 있는 탓이다. 다른 팀들이 정성훈의 현재 기량을 인정하면서도 끝내 외면한 하나의 이유였다. 하지만 정성훈은 자신의 능력이 살아있음을 과시했다. 또한 욕심을 부리지 않고 팀 전력에 조화될 수 있음을 서서히 증명해나가고 있다. KIA의 선택과 구상은, 적어도 현재까지는 적절히 맞아 떨어지고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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