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도 반전’ SK 신재웅, 베테랑의 새로운 발견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5.19 10: 02

SK 좌완 불펜 신재웅(36)은 전형적인 슬로스타터 이미지가 강했다. 초반에는 항상 저조한 출발을 보이곤 했다. 신재웅은 “내가 그런 모습을 보였으니 그런 이미지가 생긴 것”이라고 과거를 곱씹는다.
실제 2012년 이후 성적을 보면 이미지가 숫자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2012년 이후 신재웅의 5월 평균자책점은 6.11이었다. 6월은 4.13, 7월은 3.16, 8월은 2.97이었다. 요약하면, 4~5월의 신재웅은 리그 평균보다 못한 투수였다. 그러나 6월 이후로는 리그 정상급 투수였다. 두 얼굴이었다. 물론 개인적으로 만족스럽지는 않은 기복이었다. 신재웅도 이를 솔직하게 인정한다.
그런데 그런 신재웅이 올해 달라졌다. 신재웅은 18일까지 시즌 18경기에서 16⅓이닝을 던지며 6홀드 평균자책점 1.65의 호성적을 내고 있다. 이닝당출루허용률(WHIP)은 1.04로 뛰어나다. 무엇보다 어느 상황에서든 마운드에서 공격적인 투구로 효율적인 피칭을 벌인다는 최대 장점이 있다. 동일한 조건에서 리그 전체를 따져도 신재웅보다 좋은 성적을 낸 좌완 불펜은 손에 꼽을 정도다.

SK의 시즌 전 불펜 구상에서 가장 정상적인 흐름을 밟고 있는 선수가 바로 신재웅이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힐만 감독은 “연투를 하더라도 구속을 유지하고 있다. 변화구도 체인지업을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유리한 카운트를 잡아가는 능력이 좋고, 꾸준히 자신의 구위를 지속하는 피칭을 보여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그렇다면, 항상 슬로스타터였던 신재웅을 바꾼 비법은 무엇이었을까.
신재웅의 설명은 다소 역설적이다. 자신이 슬로스타터라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그에 맞게 시즌 준비 프로젝트를 짰다. 정면돌파를 선언한 셈이다. 신재웅은 “손혁 코치님과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시즌 개막에 맞춰서 최대한 구위를 끌어올릴 수 있도록 캠프 때부터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인내가 필요했다. 실제 신재웅은 캠프 당시 멀찌감치 치고 나가는 다른 투수들을 보며 “압박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오키나와 캠프 당시 다른 투수들은 벌써 140㎞대 중반의 공을 던지고 있었지만, 신재웅은 140㎞가 안 나오는 공도 있었다.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할까봐 조바심도 났다. 하지만 오히려 자극의 계기로 삼았다. 신재웅은 “다른 투수들의 좋은 구위를 체감하다보니 계획대로 더 철저하게 준비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떠올렸다.
손혁 코치도 신재웅의 경기 출전 간격을 조절하며 구위가 서서히 올라올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 결과 예년과 달리 초반부터 굳건한 피칭을 선보였다. 힘 있는 공을 던지면서 상대를 제압하고 있다. 우타자 상대 체인지업이 잘 먹히면서 좌·우타자 모두에게 약하지 않은 본래 장점이 살아났다. 누가 나오든 1이닝 이상을 소화할 수 있는 진정한 필승조 자격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마무리 옵션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신재웅은 “좋을 때는 구속이 빠르지 않아도 공의 회전수가 많으니 공끝이 좋아지는 결과가 있었다”면서 “원래 스타일인 공격적인 투구가 잘 되다보니 더 집중할 수 있는 여건도 된다. 잘 하려는 것보다는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고비를 넘긴 베테랑의 여유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제는 이것을 이어가야하는 과제가 남았다. 그 과제를 잘 아는 신재웅이 아직 웃지 않는 이유다. 신재웅은 “시즌이 끝날 때까지는 모르는 일이다. 매일 경기가 있으니 준비를 잘해야 한다”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사실 몸 관리가 가장 힘들다. 젊은 투수들은 회복력이 빠르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컨디션 조절에 신경을 쓰겠다”고 다짐했다. 신재웅이 이 기세를 이어간다면, 이 베테랑의 야구인생은 예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길어질 수 있다. SK 불펜에는 고무적인 일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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