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수상 불발에도…'버닝', 건재한 거장 이창동의 증명 (종합)
OSEN 장진리 기자
발행 2018.05.20 08: 50

이창동 감독의 칸영화제 수상이 아쉽게 불발됐다. 
19일(이하 현지시각) 제71회 칸국제영화제는(이하 칸영화제)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폐막식을 열고 12일간 진행된 전 세계 최고의 영화 축제를 마무리했다. 
이날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은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만비키 가족'에게 돌아갔다. '만비키 가족'은 좀도둑질로 살아가는 가족이 갈 곳 없는 다섯살 소녀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칸 경쟁 진출 다섯 번만에 마침내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기대를 모았던 이창동 감독 '버닝'의 수상은 아쉽게 불발됐다. 그러나 국제영화비평가연맹(FIPRESCI, F´ed´eration Internationale de la Presse Cin´ematographique)으로부터 주어지는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수상하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은 폐막식에서 진행되는 시상식과는 별개다. 국제영화비평가연맹은 전 세계 영화 평론가, 영화 기자 등이 모여 만든 단체로 여러 국제영화제에 심사위원단을 파견한다. 국제영화비평가연맹이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최고의 작품성을 자랑한 영화들에 수여하는 이 상은 경쟁 부문 1편, 감독주간 부문 1편, 비평가주간 부문 각각 1편씩에게 주어지는데, 올해 '버닝'은 경쟁 부문에서 수상의 영광을 누리게 됐다. 
'버닝'은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수상함으로써 비평가들이 선정한 올해 칸의 최고 영화임을 입증했다. 앞서 '버닝'은 칸영화제 공식 소식지인 스크린데일리에서 칸 사상 최고 평점인 3.8점(4점 만점)을 받았다. 또한 아이온시네마, 투다스 라스 크리티카스 등 유력 영화 사이트에서도 경쟁 부문은 물론, 비경쟁 부문 영화들마저 제치고 최고의 평가를 받은 바 있다. 
폐막식에 앞서 팔레 드 페스티벌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이창동 감독은 "여기는 레드카펫도 없고 화려한 카메라 플래시도 없다. 레드카펫을 올라갈 때는 굉장히 비현실처럼 느껴졌었는데, 여기는 현실적이다”라며 "영화 '버닝'은 현실과 비현실, 있는 것과 없는 것,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탐색하는 미스터리 영화였다. 여러분이 함께 그 미스터리를 안아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한 미술, 음악, 촬영 등 칸영화제 공식 초청작 중에서 가장 뛰어난 기술적 성취를 보여준 작품의 아티스트를 선정하는 벌칸상(The Vulcan Award of the Technical Artist)도 '버닝'의 몫이었다. 벌칸상은 이창동 감독과 '오아시스' 이후 줄곧 호흡을 맞춰온 신점희 미술감독에게 주어졌다. 신점희 미술감독은 '아가씨'의 류성희 미술 감독에 이어 한국인으로서는 두 번째로 벌칸상의 주인공이 됐다. 
이창동 감독은 기대를 모았던 3연속 수상에는 실패했다. 이창동 감독은 '칸이 사랑하는 거장'으로, 그의 8년 만의 칸영화제 귀환이 기대를 모았던 터다. '버닝'으로 경쟁 부문에 3번째 진출한 이창동 감독은 첫 진출이었던 '밀양'으로는 전도연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겼고, 두 분째 진출작이었던 '시'로는 본인이 각본상을 안았다. 경쟁 부문에 진출해서는 빈 손으로 돌아온 적이 없기에 이창동 감독의 수상은 유력시됐다. 특히 공개 이후 최고의 평점을 달리면서 한국 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 작품이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까지 모았다. 
아쉽게 이창동 감독은 본 시상식과는 관련 없는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과 벌칸상에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버닝'은 칸에서 관객과 언론, 평단을 사로잡으며 이창동 감독의 건재함을 전 세계에 알렸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야기에 이창동 감독의 문법이 더해진 '버닝'은 은유와 상징으로 빚어진 신비로운 작품 세계로 가장 깐깐한 관객인 칸도 홀렸다. 수상의 불발은 아쉽지만, '거장' 이창동 감독의 귀환은 성공적이었다. /mari@osen.co.kr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