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답답할 정도로 현실적..'예쁜 누나'가 던진 딜레마
OSEN 박진영 기자
발행 2018.05.20 12: 44

답답할 정도로 현실적인 연애 이야기다. 분명 현실에 있음직한 일들의 연속이지만, 이를 드라마로 보다 보니 답답해진다. 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이하 '예쁜 누나')에 대한 이야기다. 주변 인물들도 주인공 윤진아(손예진 분)와 서준희(정해인 분)의 결정이나 흔들림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반대하고 나서기도 했다. 시청자들 평 역시 "공감"과 "답답"으로 갈렸다. 그만큼 토론할 주제와 딜레마가 존재했던 '예쁜 누나'였다. 
'예쁜 누나'는 '그냥 아는 사이'로 지내던 두 남녀가 사랑에 빠지면서 그려내는 '진짜 현실 연애' 드라마다. 손예진과 정해인이 극 중 4살 차이가 나는 연상연하 커플을 연기했다. 처음 두 사람이 재회하고 사랑을 키워하가던 과정은 설렘 그 자체였다. '체험 멜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켜보는 이들마저 설레게 하는 힘이 있었다. 
그냥 바라보면 봐도 예쁜 손예진과 정해인의 힘이 컸다. 분명 가족의 반대가 심할 것으로 예상되던 가운데 두 사람의 연애를 응원하게 되는 이유도 '예쁨' 때문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연애를 가족들이 알게 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특히 진아의 엄마 미연(길해연 분)은 준희에게 깊은 상처를 줄 정도로 막말을 해 시청자들의 공분을 자아냈다. 

여기에 준희와 진아의 거듭된 거짓말, 늘 오해를 만들어내는 상황들, 감정에 치우친 말싸움 등이 '예쁜 누나'를 가득 채웠다. 설상가상으로 진아는 회사 내 성추행 문제에 휘말리며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종전의 드라마였다면 여주인공이 이를 모두 극복하고 사랑을 쟁취하는 아름다운 결말이 그려졌겠지만 '예쁜 누나'는 전혀 달랐다. 
진아는 피해자였지만, 결국 회사 내 문제를 일으켰다는 이유로 본사에서 파주로 떠나게 됐고, 엄마와 싸운 뒤 집에서도 나와 35살에 독립을 하게 됐다. 준희와도 이별을 하게 된 진아는 3년이 지난 뒤에도 별다른 변화없이 똑같은 생활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에겐 30살이 넘으면 사랑이든 일이든, 어느 하나는 제대로 이뤄놓은 '진짜 어른'이 되어 있을 거라 생각하던 때가 있다. 진아 역시 마찬가지였을 터. 하지만 40살을 향해 가는 시점까지도, 그렇지 못했다. 하지만 일련의 사건들을 경험하며 진아는 알게 모르게 성장하고 또 성장했다. 그래서 일을 그만두고 제주도로 향한 진아의 얼굴이 그토록 편안했지 않았을까. 
사랑도 마찬가지. 드라마의 결말은 분명 진아와 준희가 재결합하는 해피엔딩이지만 두 사람이 끝까지 사랑을 하고 결혼을 했을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그저 인생의 한 과정일 뿐. 마냥 그 사람 때문에 설레고 좋기만 하던 시간은 지났다. 이제는 지난 날의 상처를 치유하고 서로를 보듬을 일만 남은 두 사람이고, 그래서 '예쁜 누나'가 가지는 의미는 더욱 깊고 진하다. 
물론 딜레마는 있다. 현실적인 이야기만을 그려낸다는 건, 시청자들에게 극과 극의 반응을 얻을 수밖에 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알려준 '예쁜 누나'다. 8주 동안 엄청난 화제성을 몰고 온 드라마이지만, 결과적으로 시청자들의 마음 속에 '좋은 드라마'로 남을 수 있을 정도로 성공을 했는지는 조금 더 생각해봐야 할 듯 하다.  /parkjy@osen.co.kr
[사진]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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