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레터] "선의 폄훼 NO"..왜 수지를 탓할까
OSEN 선미경 기자
발행 2018.05.21 21: 00

좋은 의도로 시작한 일에 예상하지 못했던 피해자가 발생했다. 결국 법적대응까지 고려하게 되면서 수지가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수지는 지난 18일 자신의 SNS를 통해 유튜버 양예원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한 청와대 국민 청원에 동의하는 영상을 게재했다. 수지는 사람대 사람으로, 진심을 담아 이번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장문을 글도 게재했다.
하지만 여기서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 수지가 동의를 표시한 청와대 청원 글은 순식간에 이슈를 모았고, 동의자 수가 늘어났다. 수지라는 스타의 파급력을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그러나 해당 글 속 스튜디오의 상호와 주인이 변경되면서 문제가 됐다.

결국 수지는 19일 다시 한 번 SNS를 통해서 "제가 얼마 전 동의 표시를 한 청와대 청원 글 속 스튜디오의 상호와 주인이 변경돼 이번 사건과 무관한 분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 글에 제가 동의 표시를 함으로써 피해가 더 커진 것 같아 해당 스튜디오에 죄송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라는 사과의 글을 게재했다.
수지는 "좋은 뜻으로 하는 일이라도 이런 부분들을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것은 분명 저의 불찰입니다. 지금이라도 해당 스튜디오가 이번 일과 무관하다는 걸 알려야 할 것 같아 이 글을 올립니다"라며 스튜디오의 피해가 최소화되길 바라는 마음도 덧붙였다. 좋은 의도였고, 수지의 진심이 느껴지는 글이 덧붙었기에 수지를 향한 네티즌의 응원도 커졌던 상황.
이후 21일 피해를 본 해당 스튜디오는 장문의 글을 통해 수지와 청와대 측에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스튜디오를 인수해 사용하고 있는 입장에서 현재 양예원의 사건과는 무관한 입장인데,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상호가 그대로 노출됐고 수지가 동의를 하면서 피해가 커졌다는 것이다.
스튜디오 측은 이미 5월 17일 오전 6시께 현재의 스튜디오가 양예원 사건과는 상관 없는 곳이라고 입장을 밝혔지만, 수지가 상호명이 그대로 노출된 국민청원에 동의하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을 문제삼았다. 수지가 많은 팬들의 지지를 받고, 대중에게 알려진 유명인이기 때문에 영향력이 더욱 커졌다는 것. 실제로 수지가 국민청원에 동의하고 알린 후, 청원동의자 수는 1만명에서 17만명까지 급속도로 늘어났던 것.
해당 스튜디오 측은 사건의 본질을 알리고 싶다는 수지의 진심과 선의를 폄훼하려는 의도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다만 유명인의 영향력 행사가 무고한 일반인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와 고통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이들의 입장에서는 사건과 아무 상관도 없는 자신들이 극심한 피해를 보고 있기에 당연한 마음이었다.
결국 해당 스튜디오 측은 "해당 국민청원 게시자는 물론 신상 유포자들, 댓글 테러범들, 명예훼손성 청원글을 오랜시간 방치한 청와대, 그리고 수지씨의 책임은 법률대리인의 검토를 거쳐 민형사상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수지 역시 피해 스튜디오 측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앞서 사과글을 통해서 세심한 부분까지 살피지 못한 자신의 불찰을 인정하며 사과한 것. 물론 수지의 사과 한 마디가 해당 스튜디오의 피해를 모두 보상해줄 수는 없겠지만, 수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진심을 전하려는 모습이었다. 일단 수지의 소속사인 JYP엔터테인먼트 측은 "스튜디오 측의 글은 접했고 향후 진행사항은 저희도 법률대리인에 자문을 구하고 의견에 따를 것"이라는 입장이다.
도움이 되고자 하는 좋은 마음에서 한 일이 의도하지 않은 피해자를 만들어서 수지도 피해자도 더 안타까운 사건이다.
다음은 스튜디오 측의 입장 전문
제 참담한 심경을 전해 봅니다.
아픈 몸으로 이 글을 왜 쓰는지, 왜 써야만 하는지...
다시 이 일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머리가 아프고 잠이 오지 않습니다.
저는 이미 5월 17일 오전 6시경에 "피해자 분께서 공개한 촬영 날짜는 저희 스튜디오 오픈 이전이고 이후 인수한 스튜디오를 리모델링해서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어 사건과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습니다.
그날 저녁쯤 언론에서도 저희가 엉뚱하게 누명을 썼을지 모른다는
취지의 기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저희 스튜디오 상호가 노출된 국민청원이 올라왔고, 수지 씨는 해당 국민청원에 동의했습니다. 수지 씨가 동참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청원동의자 수는 1만 명에서 급속도로 늘어 하루만에 10만 명을 넘고 이틀 뒤에는 17만 명을 넘었습니다.
그 사이 저희 스튜디오 카페는 욕설 댓글이 달리고 인터넷에서는 제 사진이 가해자라고 유출되어 난도질당했습니다. 너무 무서웠습니다.
무심코 연못에 던진 돌멩이에 개구리 죽는다는 말이 실감났습니다. 누군가 저를 알아볼까 두려웠습니다. 휴대폰이 울릴 때마다 마음이 덜컹거립니다.
인터넷이 이렇게 무서운지도 처음 알았습니다. 가족 얘기를 들추며 하는 이야기에 울컥하였습니다. 제 와이프와 딸들을 보며 참고 이겨내려 했는데..
수지 씨는 저희 같은 일반인과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sns 게시글 하나에도 수십만 명이 클릭하는 수지 씨는 분명 본인의 영향력을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저희 스튜디오 위치와 상호를 그대로 노출하며 불법을 저질렀다고 낙인하고 있는 청원에 동의하고, 나아가 그 사실을 본인의 sns에 인증하려고 했다면, 최소한의 사실관계는 파악해보고 행동했어야 마땅한 거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유명인의 영향력 행사가 무고한 일반인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와 고통을 줄지 모른다는 생각은 안 해봤는지....
저희가 이번 사건의 피해자분들이나 수지 씨의 선의를 폄훼하고자 것은 결코 아닙니다. 경찰조사에도 성실하게 협조하고 피해자분들이 지목한 가해자가 아니라는 확인도 받았습니다.
사건과 전혀 무관한 제3자가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는 상식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수지 씨가 저희에 대한 사과글을 올렸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과 한마디에 이 일이 없던 일로 되는 것일까요. 수지 씨 탓만은 아니겠지만 저희 스튜디오가 이 일로 입은 피해는 어디에서 보상받아야 할까요.
부디 이 사건이 유명인의 섣부른 영향력 행사가 얼마나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지 교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해당 국민청원 게시자는 아직까지 아무런 사과가 없고, 청와대 담당자분은 잘못된 상호가 버젓이 있음에도 수정을 왜 안 해주는지..
국민신문고를 통해 민원을 신청했지만 아무런 조치는 이루어 지지 않고.. 하루하루가 답답합니다.
더는 기다릴 수만은 없습니다. 제가 이제껏 정성들여 아껴온 일터를 다시 만들고 싶습니다.
예전처럼 다시 되돌리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제 동료들의 응원과저를 끝까지 믿어주는 모델들, 주변의 지인분들을 생각하며...
그 첫 출발점으로 해당 국민청원 게시자는 물론 신상 유포자들, 댓글 테러범들, 명예훼손성 청원글을 오랜 시간 방치한 청와대, 그리고 수지 씨의 책임은 법률대리인의 검토를 거쳐 민형사상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입니다.
관련 없는 제2, 제3 피해자도 알아주셨으면. 그리고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저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끝까지 노력하겠습니다. /seon@osen.co.kr
[사진]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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