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레터] 성추행·의료사고·법과 정의...‘미스 함무라비’가 던진 돌
OSEN 유지혜 기자
발행 2018.05.22 11: 15

‘미스 함무라비’가 첫 방송부터 성추행, 의료사고 등 묵직한 키워드를 들고 극과 극 시선으로 풀어내 호평을 받았다.
지난 21일 오후 첫 방송된 JTBC 새 월화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에서는 학창시절 풋풋한 추억을 가졌지만, 서로 다른 신념을 품고 판사가 돼 시시각각 부딪히기만 하는 박차오름(고아라 분)과 임바른(김명수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박차오름은 남다른 패기를 가진 열혈 초임판사로 등장했다. 지하철에서 만난 성추행범을 응징하기도 하고, 의료사고로 아들을 잃은 엄마의 손을 잡고 함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는 성추행범을 응징하는 박차오름의 활약이 담긴 영상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후 이에 대해 한소리 하는 부장판사 한세상(성동일 분)에게 대항하듯 화려한 옷에 히잡까지 준비하기도 했다.

세상의 정의를 구현하겠다는 박차오름과 냉소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관전하는 임바름은 사사건건 부딪혔다. “약자가 비명 지르는 게 떼쓰는 거로만 들리냐”며 임바른을 비판하는 박차오름과 그런 박차오름에게 “역시 상류사회 출신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나는 그저 먹고 살기 위해 판사가 됐다. 법관의 임무는 세상을 바꾼다고 큰소리 치는 자들로부터 세상을 지키는 것”이라고 일침을 놓는 임바른의 시각차는 평행선을 달렸다.
‘미스 함무라비’는 첫 방송부터 실제로 세상에 만연하게 벌어지는 사건들을 끌어왔다. 성추행범 문제를 보며 “짧은 치마를 입은 여학생도 문제”라며 성추행 피해자의 옷차림을 지적하는 한세상의 한 마디는 성추행의 잘못 일부를 피해자에게 돌리는 일각의 편견을 고스란히 담아낸 대목이었다. 
의료사고 부분도 마찬가지였다. “사람이 죽었는데 매정하게 말할 수 있냐”고 의문을 품는 박차오름과 “수술하다 사망했다고 다 의사 잘못이라면 어떤 의사가 메스를 들겠냐. 규칙대로 싸워서 진 거다. 그럼 승복해야 한다”고 말하는 임바른의 대화는 이를 보는 시청자들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안기기 충분했다. 감정에 치우쳐 잘못된 판례를 만들어서는 안되는 법관의 시선과 사람의 생명이 달린 일을 그저 법과 시스템으로만 재단하려는 비인간적 행태를 비판하는 시선 모두 저마다의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 
‘미스 함무라비’는 특히 법이 사회의 질서를 지켜주기도 하지만, 정작 사회의 구성원을 지켜주지는 못하는 현실을 냉철하게 담아 호평을 받았다. 의료사고로 아들을 잃은 엄마와 함께 눈물을 흘리는 박차오름의 “어떤 게 정상이고 비정상인데”라고 묻는 절규는 정확함과 모호함 모두를 가진 법의 아이러니에 대한 촌철살인이었다. 법의 정의, 그리고 이 아이러니 가득한 법의 ‘사용 방법’에 대한 의문과 중요성을 던지는 ‘미스 함무라비’의 행보가 기대를 얻고 있는 이유다. 
법정극 중 가장 뒷북이지만, 현직 부장판사 문유석 작가의 법관으로서의 고민과 경험이 녹아든 ‘리얼리티 법정극’이기도 한 ‘미스 함무라비’. 과연 ‘미스 함무라비’가 웰메이드 법정극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 yjh0304@osen.co.kr
[사진] ‘미스 함무라비’ 방송 캡처, '미스 함무라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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