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레터] ‘미스 함무라비’, 뒷북 법정물→20년 현직판사의 고백담
OSEN 유지혜 기자
발행 2018.05.22 13: 01

‘미스 함무라비’가 리얼리티 넘치는 휴먼 법정극으로 브라운관에 첫 발을 내딛었다.
지난 21일 오후 첫 방송된 JTBC 새 월화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에서는 서로 다른 시각 때문에 사사건건 부딪히는 판사 박차오름(고아라 분)과 임바른(김명수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초임판사인 박차오름의 정의로움과 임바른의 냉철함은 극과 극이었다.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판사가 된 박차오름과 “세상을 바꾼다고 큰소리 치는 자들로부터 세상을 지키는 것”이 법관의 임무라고 차갑게 말하는 임바른의 평행선 달리는 신념의 차이는 좁혀질 줄 몰랐다.

두 사람의 입장차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는 의료사고로 아들을 잃은 엄마를 보는 박차오름과 임바른의 시선이었다. 임바른은 “규칙대로 싸워서 진 거다. 그럼 승복해야 한다”며 잘못된 판례를 만들지 않기 위해 냉철함을 유지해야 하는 법관의 자세를 강조했고, 박차오름은 그런 임바른의 모습에 “생때같은 아들이 죽었는데 제정신일 엄마가 어디있느냐”며 “어떤 게 정상이고 비정상인데”라고 분노했다.
박차오름과 임바른의 격돌은 ‘미스 함무라비’가 던지는 질문의 핵심이기도 했다. 드라마에는 ‘법’이라는 존재의 의미와 임무, 그리고 이를 다루는 사람들의 자세에 대한 질문이 가득했다. 법 자체에 집중하는 ‘미스 함무라비’는 권선징악의 무기로 법을 이용하거나, 스릴러적인 묘미를 주기 위해 법정을 등장시키기도 했던 다른 법정물과는 또 다른 형태임에는 분명했다.
사실 ‘미스 함무라비’는 최근 쏟아지는 법정물의 후발주자다. ‘미스 함무라비’의 곽정한 감독도 “가장 뒷북 법정물”이라고 이를 인정했다. 10년 전 기획했던 드라마가 탄생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려 때마침 법정물의 홍수 속에 첫 발을 내딛게 된 것. 하지만 ‘미스 함무라비’가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건 20년 경력의 현직판사인 문유석 판사가 작가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곽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미스 함무라비’는 2016년 일간지에 연재되던 칼럼”이라고 소개하며 문 판사와 10년 전 만나 이 칼럼을 드라마화되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고백했다. 곽 감독은 “작가의 고민들이 쌓여서 나온 드라마다. 20년 경험이 집약된 거라서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주는 감동이 대중에게 좋은 드라마로 다가가기 위한 드라마로 적합하다고 생각했다”며 ‘미스 함무라비’가 남다른 리얼리티를 가질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현직 판사가 집필한 작품답게 ‘미스 함무라비’는 현직 법관의 근본적인 고민과 갈등을 차근차근 풀어냈다. 첫 방송에서는 성추행, 의료사고 등 묵직한 사회적 이슈들을 끌고 와 이를 과감하게 이야기하기도. 이런 강점들이 있기 때문에 ‘미스 함무라비’에 대한 많은 기대감이 쏟아지고 있는 중이다. 과연 ‘미스 함무라비’가 웰메이드 휴먼 법정극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 눈길이 모아진다. / yjh0304@osen.co.kr
[사진] ‘미스 함무라비’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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