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67→0.314’ 결과보다 과정, 노수광의 질주 일기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5.27 06: 05

SK 리드오프 노수광(28)은 시즌 출발이 썩 좋지 않았다. 징조는 3월에 있었다. 시범경기 막판부터 타격감이 떨어졌다. 그 결과 중견수 주전 경쟁에서 한 발 밀렸다. 팀의 개막 중견수는 노수광이 아닌 정진기였다.
노수광의 시즌 첫 9경기 당시 타율은 1할6푼7리였다. 꾸준한 출장 기회를 얻지도 못했다. 타율은 쉽게 올라오지 않았다. 개막 후 한 달 가까이 지난 무렵인 4월 19일까지의 타율도 2할2푼8리에 불과했다. 하지만 노수광은 그 후 한 달간 부지런히 달린 결과 26일 현재 3할1푼4리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극적인 끝내기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는 등 강한 인상을 남겼다.
변곡점이 있었다. 노수광은 올 시즌을 앞두고 캠프 당시부터 타격폼에 일부 수정을 가했다. 장타가 좀 더 나오는 등 몇몇 부분에서 효과는 있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았다. 노수광은 “크게 바뀐 점은 없었다. 다만 공을 좀 더 보려고 폼을 바꿨다”고 마말하면서도 “하지만 나와는 잘 맞지 않았다. 결국은 그게 아니더라”고 했다.

주위에서 ‘고민덩어리’라고 할 정도로 생각도 많이 했다. 그때 노수광은 빨리 포기하고 툭툭 털고 일어났다. “나에게 맞지 않는 것을 굳이 할 필요는 없었다”고 설명하는 노수광이다.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 노수광의 타율은 쭉쭉 올라갔다. 팀의 주전 리드오프 및 중견수 자리도 되찾았다. 4월 중순부터 반등하기 시작한 노수광은 5월에도 타율 3할5리를 기록하면서 제자리를 찾았다. 아직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지난해(.285)보다 타율이 올라갔다. 노수광도 한뼘 성장한 자신의 타격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다. 노수광은 “쳐야 할 공과 그렇지 않은 공을 구분하는 점에서 작년보다는 조금 나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결과보다는 과정에 중점을 뒀다. 보통 리드오프들은 최대한 타격을 아끼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노수광은 삼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이 원했던 공이나 생각했던 공에 얼마나 반응하는지를 면밀하게 분석했다. 노수광은 “삼진을 먹더라도 그런 공이 들어오면 반응해야 한다. 파울이 나고, 헛스윙이 나더라도 생각하는 코스에 공이 들어오면 손과 몸이 반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과보다 그런 자신의 느낌을 우선에 뒀다.
4월 중순부터는 손과 몸이 점차 잘 반응하기 시작했다고 말하는 노수광이다. 그 결과는 타율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충실히 따랐기에 지금도 자신의 상태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노수광은 최근 타율이 다소 떨어지기는 했지만 “감이 안 좋은 것은 아니다. 타구가 앞으로 나가지 않았을 뿐”이라고 명쾌하게 말했다. 생각하는 코스에 몸이 반응한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에 대한 신뢰는 여유와 자신감으로 이어진다. 노수광은 “4월에 안 좋았을 때보다는 반응을 하지 못한 횟수가 줄었다. 그리고 파울도 줄었다”고 말하면서 “앞으로도 이런 감을 유지할 수 있다면 삼진은 줄고, 볼넷은 더 많이 골라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속성보다는 기본부터 자신을 돌본 노수광이 이제 본격적으로 질주할 타이밍을 보고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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