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영제국 훈장 받은 데포..."기쁘지만 세상 떠난 로워리가 떠오른다"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18.06.09 15: 42

'환상적인 사람' 저메인 데포(36, 본머스)가 영광의 자리에서 세상을 떠난 어린 친구를 떠올렸다.
저메인 데포는 9일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수여하는 대영제국 오피서훈장(OBE)을 수상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자선 단체의 활동을 인정받아 이러한 영광을 안았다. 데포 재단은 영국과 캐러비안 해의 불우한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설립됐다.
데포는 수상 직후 영국 'BBC'와 인터뷰서 "이 상을 받아서 진심으로 영광이다. 사람들은 저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뛴 축구 선수로만 알고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상을 받은 것은 정말 특별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데포는 수상 소식을 두바이에서 휴가를 보내는 중 그의 어머니에게 전해 들었다고 한다. 그는 "어머니가 흥분해서 전화로 소식을 전하셨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진짜야? 정말 내가 훈장을 받을 수 있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미소를 보였다.
영광의 순간이지만 데포는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바로 선덜랜드의 어린 팬이자 자신의 절친한 친구였던 브래들리 로워리를 떠올렸기 때문.
2011년 생인 로워리는 2013년 '신경아세포종'이라는 희귀암 진단을 받고 병마와 싸워야만 했다. 투병 중인 로워리가 선덜랜드와 데포의 열혈 팬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선덜랜드 구단에서는 그를 홈경기 시축 행사의 주인공으로 초청했다.
이후 데포와 로워리의 인연은 이어졌다. 로워리는 지난 2017년 3월 열린 월드컵 최종예선 리투아니아전에서 데포의 손을 잡고 마스코트 키즈로 입장하기도 했다.
한편 데포는 2016-2017시즌 선덜랜드가 강등당하자 본머스로 팀을 옮겼다. 두 사람은 이후에도 꾸준하게 연락을 주고 받으며 우정을 이어왔다.
여러 축구 팬들과 구단들도 로워리를 위해 자선 행사와 수많은 이벤트를 개최하며 그의 쾌유를 기원했다. 하지만 무심한 병마는 결국 우리 곁에서 로워리를 데려갔다. 축구를 좋아하던 꼬마 소년은 지난해 7월 7일 결국 짧은 생을 마감했다.
로워리의 건강 악화를 알고 있던 데포는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데포는 로워리의 장례식에서도 참석해 친구를 기렸다. 데포는 "사실 상을 받아 기쁘면서도 복잡한 감정이 든다. 내 인생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순간이면서, 역설적으로 로워리를 떠올리게 되는 자리이다"고 말했다.
이어 "상을 받아 영광이다. 하지만 나를 위한 상이 아니다. 브래들리와 그가 사랑했던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나는 그가 우리 곁으로 돌아올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하겠다"고 애틋한 감정을 나타냈다. 
데포는 36세의 나이에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꾸준한 활약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많은 축구 팬들은 그의 축구 실력 이상으로 약자를 존중하고 베푸는 데포의 헌신과 애정에 더 큰 찬사를 보내고 있다. 실제로 선덜랜드에서 뛰던 시절 팬들은 그를 '환상적인 선수. 그리고 환상적인 사람'이라고 외치며 응원하기도 했다.
'환상적인 사람' 데포는 "로워리에 대한 좋은 기억이 머리에 남아 있다. 사랑하는 사람 특히 어린 아이가 그런 고통을 겪는 것은 보기 힘들다. 그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몰랐다. 우리 모두 포기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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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중간은 데포 SNS.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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