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너가 못됐다”...‘이별이 떠났다’가 담은 미혼모의 현실
OSEN 유지혜 기자
발행 2018.06.10 13: 04

‘이별이 떠났다’가 모두가 반대하는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 조보아가 처한 상황을 통해 미혼모가 처한 냉혹한 현실을 그려 깊은 울림을 안겼다.
지난 9일 오후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이별이 떠났다’에서는 서영희(채시라 분), 한상진(이성재 분), 정효(조보아 분), 한민수(이준영 분), 정수철(정웅인 분)이 모두 한자리에 모인 모습이 그려졌다.
정효는 한민수의 아이를 임신하고 서영희의 집에서 지내고 있었다. 정효는 임신중절 수술을 받으려 했으나 이를 보류했고, 서영희는 그의 보호자가 됐다. 딸의 임신을 알게 된 정수철, 그리고 아들의 사건을 알게 된 한상진은 한민수를 데리고 정효를 찾아 떠났다.

이들은 마침내 제주도의 한 카페에서 마주하게 됐다. 정수철은 딸의 얼굴을 보고 눈물을 흘리면서도, 아이를 낳겠다는 말에 그만 정효의 뺨을 때리고 말았다. 이를 본 서영희는 정수철의 뺨을 때리며 “이 아이를 건들지 마라. 이 아이가 원하는 대로 내버려두라”고 엄포를 놨다. 한민수는 “또 엄마 마음대로냐. 엄마를 왜 떠났는지 잊었냐”고 윽박질러 상황은 악화됐다.
정효는 모두의 앞에서 아이를 낳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민수에 “우리 참 못됐다. 너무 큰 일을 만들어버렸다”고 후회했다. 하지만 한민수는 ‘우리’라는 단어에서 정확히 선을 긋고 말았다. 그는 “이렇게 모두가 반대하는데도 너 하고 싶은대로 하겠다는 너. 너가 못된 거다”라고 대답하고 자리를 떴다.
그동안 아이를 놓고 고민하던 정효는 마침내 엄마가 되는 길을 선택했다. “엄마가 되는 일은 모두가 똑같아져버리는 일”이라며 현실적인 충고를 아끼지 않으면서도 “네가 원하는 대로 하라”고 정효를 독려했던 서영희는 그런 정효의 선택을 존중했다. 하지만 서영희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정효의 선택을 반대했다.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은 정효와 한민수의 임신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이었다. 정효의 보호자 정수철, 한민수의 보호자 한상진, 그리고 임신의 당사자인 정효와 한민수가 그들이다. "누굴 위해서, 민수를 위해서? 저 아이를 위해서?"라며 출산의 선택을 지지하는 서영희를 이해하지 못하는 한상진, 고된 운명을 선택하는 딸을 보며 뺨을 때리고 만 정수철, 아직 아빠가 될 준비도, 마음도 안 된 한민수의 독설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최측근인 세 사람에게도 지지를 받지 못한 정효는 벼랑 끝으로 몰린 사람처럼 위태롭고 애처롭기만 하다. "모든 것을 되돌릴 수 있다"며 아이를 포기하길 권하는 정수철의 말에도 정효는 고된 '어린 엄마'의 길을 선택한다. 그런 용기 있는 선택을 한 정효는 모두로부터 "무슨 오기냐"는 말을 들어야만 한다. 이는 많은 미혼모들이 겪는 일이기도 하다. 아이를 지키려는 선택은 세상에 손가락질 받고, 가족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한민수가 말한 대로, 포기하면 모두가 편한데도 아이를 지키려고 한 그들의 선택이 “못됐다”는 한 마디로 수렴될 수 있는 잔인한 상황에 직면하기도 한다. 
‘이별이 떠났다’는 그런 정효의 상황을 통해, 아이를 지키고자 하는 엄마들이 벼랑 끝으로 몰리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그런 와중에도 아이를 낳겠다고 결심한 엄마들의 심리는 무엇인지를 냉정하고도 담담하게 그려낸다. 사회적인 이슈로 미혼모 주제를 선택한 드라마들은 많지만, 여자에서 엄마로는 가는 과정의 막연한 공포, 심리적 불안이나 이를 감내하고 엄마의 길을 선택한 여자들의 숭고함 등을 조명한 ‘이별이 떠났다’는 많은 이들에게 생각할 거리와 또 다른 울림을 안기고 있다. / yjh0304@osen.co.kr
[사진] ‘이별이 떠났다’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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