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이슈] 故조민기 사후 3개월..남은 이들의 여전한 아픔
OSEN 박소영 기자
발행 2018.06.10 15: 32

고 조민기가 세상을 떠난 지 3개월. 여전히 남은 이들은 아프다. 
조민기는 지난 2월, 문화 예술·연극 방송계 전반에 걸친 미투 폭로 운동의 가해자로 지목돼 세간에 충격을 안겼다. 청주대 학생들은 연극학과 교수로 있던 조민기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앞다투어 폭로했다. 
1982년 연극배우로 데뷔한 그는 30년 넘게 연기를 하며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일일연속극, 미니시리즈, 대하 사극, 단막극, 주말극 등 다양한 드라마와 연극계를 넘나들며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그런 그가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청주대 교수로 재직하며 학생들을 성추행했다는 소식은 많은 이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연극배우 송하늘을 비롯해 피해자들의 폭로와 목격자들의 증언이 쏟아져 대중의 실망감은 커져갔다. 
조민기는 초반 혐의를 부인하던 입장을 뒤집고 성추문에 휩싸인 지 8일 만에 사과문을 냈다. 출연을 예고한 드라마에서도 하차해 방송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결국 조민기는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그런데 경찰 출석 3일 전인 지난 3월 9일, 조민기는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자신이 거주하는 광진구 아파트 지하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돼 많은 이들을 다시 한번 허탈하게 만들었다. 
그는 자신 때문에 상처 받은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며 잘못에 대해 법적 사회적 모든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자살로 생을 마감하며 이 야속마저 저버렸다. 조민기에게 제대로 사과 받지 못한 피해자들이었다. 
특히 송하늘을 비롯해 그의 성추문을 폭로한 피해자들에게 엉뚱한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아직까지도 따가운 비난의 눈초리를 받고 있고 살해 협박까지 당한 걸로 알려져 경악을 금치 못하게 만들기도. 
그리고 무엇보다 허무하게 그를 떠나보낸 가족들이 남은 아픔을 고스란히 떠안고 말았다. 조민기가 생전 방송을 통해 가족들과 단란한 모습을 종종 공개했기 때문에 그의 아내와 아들, 딸 모두 세간의 관심을 받게 됐다. 
조민기의 가족들은 3달간 숨죽이고 있었다. 하지만 쓸데없는 관심이 유족들을 괴롭혔고 급기야 딸 조윤경이 연예 기획사와 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다가 아버지의 미투 사건으로 무산됐다는 내용이 8일 방송된 TV조선 '별별톡쇼'에 담겼다. 
침묵하던 조윤경은 10일 SNS를 통해 "누군가의 딸로 먼저 얼굴이 알려진 저로서 아무 말 없이 제 SNS 활동을 시작한다는 것이 무책임하다고 판단하여 이렇게 글을 씁니다"라며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원래 하던 학업에 집중하고 내년에 가게 될 대학원 박사과정을 위해 성실히 준비해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출처 불분명한 이야기를 통해 저는 하루아침에 TV에 나오고 싶어했지만 무산된 사람이 돼 있었습니다"며 억울해했다.  
이어 그는 "제 대학원 생활 및 공부 과정에 대한 공유를 위해 브이로그를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영상 편집 기술, 센스가 부족하기 때문에 관련 기획사와 몇 번의 콘택트가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생각을 바꿨다는 것. 조윤경은 "저를 향한 저희 가족을 햔한 쓴소리들 모두 읽어보고 저 또한 많은 것들을 다시 생각했습니다"며 "이 글을 통해 또다시 이야기가 나오고 상처 받으실 분들에게도 정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고 덧붙였다. 
조민기의 선택은 여전히 남은 이들을 힘들게 만들고 있다. 미투 피해자들과 유족들의 고인이 남긴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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