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의 '트릭'과 스웨덴의 '1300회' 비디오 분석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8.06.19 05: 46

한국전을 승리로 마감한 스웨덴 야네 안데르손 감독은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꺼냈다. 안데르손 감독은 신태용 감독의 등번호를 감추고 월드컵을 준비했던 트릭에 대해 "우리를 혼란에 빠트리려고 했던지는 잘 모르겠다. 분석관 야콥센은 우리를 위해 분석한다. 1300회 비디오 영상을 분석했다. 또 그것과 무관하게 한국 선수들 등번호를 다 알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의외의 이야기였다. 안데르센 감독이 말한 1300회의 비디오 분석이다. 한국이 펼쳤던 모든 경기를 지켜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그정도의 분석이라면 이미 선수들 파악은 끝났다고 봐야한다.
그런데 당시 트릭에 대해 신 감독은 "외국인들은 동양인을 잘 구분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한국은 19일(한국시간)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에서 열린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1차전서 스웨덴에 0-1로 패했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한국은 철저한 준비를 펼쳤다. 상대에게 전술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상대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등번호를 가리고 경기를 펼쳤고 비공개로 마지막 평가전을 펼친 것은 의미 없는 행동이었다.
끊임없이 선수들 등번호를 바꿨고 라인업도 변화를 줬다. 그리고 트릭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선수의 사기를 꺾을 발언도 했다. 물론 그 마저도 트릭이었다. 스웨덴전 선발 명단을 보니 예상과는 달랐다. 플랜A도 아니었고 플랜B도 아니었다. 손흥민과 황희찬의 투톱이 아닌 수비적 전술로 경기에 임했다.
대한축구협회의 발표로는 4-3-3 전술이었다. 공격력이 뛰어난 손흥민과 황희찬도 역습 상황을 제외하고는 수비를 펼치라고 강조했다.
분명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열심히 수비를 펼쳤고 실점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문제는 이후 발생했다. 수비적인 전술 후 후반 중반이 넘어서면서 선수교체를 실시하는 것이 예상됐다. 트릭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전술이었다.
어쨌든 전반은 성공적이었다. 선수들은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희생하면서 경기를 펼쳤다. 또 변수도 파악하지 못했다. 박주호가 갑작스럽게 부상으로 빠지면서 제대로 몸을 풀지 못한 김민우가 출전했다. 트릭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신태용 감독이지만 분명 트릭은 비웃음을 살만한 행동이었다. 차라리 정공법으로 준비를 펼쳤다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수 있다.
물론 경기 전 스웨덴도 야비한 행동을 했다. 안데르손 감독은 "안데르손 감독은 1차전 상대인 한국에 대한 질문을 받자 "한국의 전력에 대해 분석하지 않았다. 첫 경기 이후 대진인 독일과 멕시코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한국의 전력을 분석하기 위해 '스파이'를 보내기도 했다.
어차피 상대 전술은 크게 달라질 것이 없었다. 또 우리가 가져갈 수 있는 전술도 많지 않았다. 오히려 경기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옳았다. 모두 결과론적 이야기지만 스웨덴은 예상보다 약했다. 스웨덴의 1300회 비디오 분석은 분명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발언이다. 꼭 잡아야 했고 잡을 가능성이 높았던 경기였다. / 10bird@osen.co.kr
[사진] 니즈니노브고로드(러시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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