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현장] "김성균·이혜영이 외계인?"..평범하게 특별한 '나와 봄날의 약속'
OSEN 박소영 기자
발행 2018.06.20 14: 49

아디다스 트레이닝복을 입은 앞집 아저씨, 요구르트를 건네는 아줌마, 대학 동아리 후배라며 친한 척하는 여자, 불치병 환자인 여대생.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들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들은 외계인이었다. 지구 종말을 앞두고 생일을 맞이한 인간들 앞에 홀연히 나타나 친구, 연애, 일탈, 영감을 선물한 착한 외계인들 말이다. 물론 지구 종말이라는 끔찍한 결과는 어쩔 수 없었지만. 
백승빈 감독이 오랫동안 시나리오를 쓰고 메가폰을 잡아 영화 '나와 봄날의 약속'이 완성됐다. 미스터리 판타지물인 이 작품은 4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돼 김성균-김소희, 송예은-김학선,이주영-장영남, 이혜영-강하늘이 호흡을 맞췄다. 

앞집 아저씨라며 여중생 앞에 나타난 외계인이 김성균이다. 그는 왕따 소녀 한나(김소희 분)에게 하룻 동안 친구가 돼 주며 생일선물로 지구 종말까지 안긴다. 김성균은 친근한 매력을 무기로 보는 이들의 마음마저 훔친다. 
낭만주의와 영미문학을 가르치는데 한 번도 사랑을 해 보지 못한 마마보이 교수(김학선 분) 앞에는 난데없이 죽음을 앞둔 청순 여대생(송예은 분)이 등장한다. 둘은 연인처럼 꿈 같은 시간을 보내고 교수는 나이 50 넘어 처음으로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대학 시절 여성운동으로 이름을 날렸던 주부 수민(장영남 분)는 독박육아와 고된 집안일에 지쳐 담배 한 개피로 일탈을 꿈꾼다. 그 앞에 대학 후배(이주영 분)가 나타나고 무료한 일상에서 벗어난 수민은 짜릿한 일탈을 만끽한다. 
이들의 이야기를 영화 시나리오로 작성하려는 감독이 바로 강하늘이다. 산 속에서 지구 종말과 외계인 얘기를 써내려가던 그에게 영감을 준 건 갑자기 등장한 의문의 요구르트 아줌마(이혜영 분). 그렇게 '나와 봄날의 약속'이 탄생한다. 
백승빈 감독은 자신이 어렸을 때부터 꿈꾸던 지구 종말과 외계인 이야기를 현실감 넘치는 판타지로 완성했다. 강하늘이 연기한 캐릭터가 바로 감독 본인인 것처럼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백승빈 감독은 "어린 시절 공상과 몽상, 상상 속 친구가 있었다. 지구 멸망과 아포칼립스를 꿈꿨다. 저처럼 미친 정신을 가진 아웃사이더를 얘기하고 싶었다. 그들에게 외계인은 스스로 불러낸 저승사자"라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순 제작비가 1억여 원에 그친다. 그런데도 배우들 라인업은 초호화다. 모두 백승빈 감독의 발칙한 상상력과 참신한 시나리오에 반했기 때문. 배우들 모두 단박에 출연을 결정할 정도로 작품 자체가 매력덩어리다. 
김성균은 "대본이 너무 이상했다. 그래서 백승빈 감독님을 뵙고 싶었다. 실제로 만나보니까 감독님도 이상하더라.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인연을 맺고 작품을 하면 계속 이상한 작품을 만나지 않을까 기대했다"며 미소 지었다.  
백승빈 감독은 "어렸을 때부터 환상이 있었다. 외계인들이 인간세계에 침투하면 꼭 요구르트 아줌마일 것 같았다. 곳곳에 침투할 수 있으니까. 이혜영 배우가 흔쾌히 특별출연 해줘서 몸둘 바를 모르겠다"며 활짝 웃었다.  
이 작품에는 "결국엔 다 망하니까 다 같이 아름답게 망하자"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지구 멸망을 앞두고 받고 싶은 생일선물이 뭘까 같이 고민했으면 좋겠다는 게 백승빈 감독의 메시지다. 
이 정도면 참 이상하고 아름다운 '나와 봄날의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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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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