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의 인디살롱] 보컬 이주혁의 압도적인 존재감, 3인 밴드 기프트
OSEN 김관명 기자
발행 2018.06.27 14: 30

듣자마자 확 튀는 밴드 보컬이 있다. 음색이 특이해서건, 가창이 출중해서건. 최근 만나본 인디 밴드만 보더라도, 새소년의 황소윤, 오오오의 가성현, 잔나비의 최정훈, 문댄서즈의 홍폭스, 웨터의 최원빈, 아디오스 오디오의 마호 같은 이들이 그랬다. 물론 국카스텐의 하현우나 장미여관의 육중완, 노브레인의 이성우 같은 고참 보컬들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런 압도적인 보컬이 강호에 또 한 명 등장했다. 최근 1,2년 인디신의 주요 경연대회를 휩쓸다시피 하고 있는 3인 밴드 기프트(Gift)의 이주혁(사진 가운데)이다. 가창력을 과시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귀에 와닿는 청량하면서도 나른하고 포근한 촉감이 좋다. 마치 뜨거운 햇볕으로 성난 피부를 달래주는 기능성 화장품, 미세먼지와 땀으로 뒤범벅된 얼굴을 향해 솔솔 불어오는 선풍기 같다.
팀내에서도 이주혁의 존재감은 상당하다. 올해 나온 이들의 첫 EP와 싱글을 들어보면 거의 모든 곡이 ‘보컬’을 전면에 내세웠다. 통념의 ‘밴드 사운드’는 쉽사리 포착되지 않는다. 실제 만나본 드럼의 정휘겸(오른쪽), 베이스의 김형우(왼쪽)도 입을 모았다. “이번 앨범에서는 무엇보다 주혁(형)의 목소리를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 반갑다. 이주혁씨 목소리에 완전 반했다. 미성인데 칼칼한 결이 있다. 
(이주혁) “노래를 배우긴 했지만 발성 이런 것들이 정석은 아니다.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목소리를 내려 노력은 많이 했다. 많은 분들이 ‘특이하다’ 얘기 해주신다. 원래 제 목소리가 두꺼운 편인데 저는 애덤 리바인 같은 가벼운 목소리를 좋아한다.”
= 자, 본격 인터뷰를 해보자. 우선 눈에 띄는 것은 기프트의 화려한 수상경력이다. 2016년 야마하 어쿠스타 대상, 2016년 야마하 아시안비트 최우수상, 2017년 올댓뮤직 인디스땅스 우승 등 주요 경연대회에서 1등을 휩쓸다시피 했다.
(이주혁) “내심 바랐던 곳에서는 다 떨어졌다(웃음).”
= 대회에는 왜 그렇게 많이 참가했나. 
(이주혁) “2016년 팀 결성 후 이름을 알리려면 대회밖에 없었다. 그래서 2016년에 4개 대회에 지원했다. 일본에서 열린 아시안비트, 부천 버스킹, 하우스오브반스, 유니뮤직레이스, 이렇게 4개다. 뒤 2개 대회는 상금이 컸는데 예선에서 탈락했다. 아시안비트에서는 우승, 부천에서는 2등을 했다. 받은 돈으로 멤버들끼리 돈독해졌다(웃음). 제 기타도 좋아지고. 2017년에도 또 지원했다. 상금을 받아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
= 그래서 어떻게 됐나. 
(이주혁) “2017년에는 인디스땅스, 뮤지스탕스, CJ튠업 등에 ‘마구’ 지원했는데 튠업만 탈락하고 나머지 3개 대회에서 우승, 1개 대회에서 2등했다. 사실 2017년 목표는 튠업이었는데 거기서도 탈락했다(웃음).”
= 상금으로 올해 앨범을 낸 것인가. 
(이주혁) “그러려고 했는데 지난해 말 (현 소속사인) 록스타뮤직앤라이브를 만나는 바람에 회사에서 대줬다.”
= 록스타뮤직앤라이브와는 어떻게 인연이 닿았나.(이 회사에는 장미여관, 노브레인 등이 소속돼 있다)
(이주혁) “2016년 MBC ‘듀엣가요제’에 제가 나가게 돼서 영상을 보냈지만 1년 동안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가수들이 저를 선택하지 않은 것이다. 가성보컬이고 가창력이 짱짱한 게 아니니 그러려니 했다. 그러다 (장미여관의) 육중환 형님이 저를 선택하셔서 그 인연으로 록스트뮤직앤라이브를 알게 됐다.”
= 어떤 영상을 보냈나.(이에 대한 답은 동석했던 록스타뮤직앤라이브의 김경찬 이사가 거들었다)
(김경찬) “저도 그 영상을 봤는데, 침대에서 통기타를 들고 굉장히 불쌍하게 부르더라(웃음). 진심이 느껴졌다.”
(이주혁) “(버스커버스커의) ‘여수 밤바다’를 커버해서 불렀다.”
= ‘듀엣가요제’ 성적은 어땠나. 
(이주혁) “‘가시나무’를 불러 우승했다.”(검색을 해보니, 2017년 3월 방송된 43회에서 시인과 촌장의 ‘가시나무’로 1라운드 우승, 44회에서 god의 ‘촛불하나’로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 기프트 얘기를 해보자. 멤버 각자 소개 및 결성 과정 설명을 부탁드린다.  
(이주혁) “94년생이고 중학생 때부터 음악을 하고 싶었다. ‘인기가요’에 나온 빅뱅을 보고 멋있다고 생각했고, EBS ‘공감’에 나온 제이슨 므라즈를 보고 내가 노래를 한다면 저런 모습이면 좋겠다 생각했다. 2014년 스물한 살 때 (거제도에서) 상경해서 무조건 버스킹부터 시작했다. 그러다 드럼 치던 정휘겸 형을 만나게 됐다. 휘겸 형은 당시 무척 유명했던 팀에서 퍼커션을 연주했었다. 나중에 같은 팀을 하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이 친구(김형우)는 공연에서 베이스를 잘 치길래 영입했다. 한번 거절 당했었다(웃음).”
(김형우) “베이스를 치는 95년생 김형우다. 원래 그림을 좋아해서 고등학교 때 디자인 전공이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같은 그림을 그려야 하고 수능 스트레스도 받고 해서 점점 멀어지게 됐다. 그러다 뮤지컬 배우인 친형이 취미로 베이스를 연주하길래 가르쳐 달라고 한 게 시작이었다. 너무 재미있었다. 잘 치면 (음악으로) 먹고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고3 때 늦게 준비해서 국제예술대를 가게 됐다. 기프트를 만나기 전에는 재즈 연주팀 아니면 혼자서 활동했다.”
= 왜 처음에는 거절했나. 
(김형우) “재즈 신에서 열심히 하던 때였고, 좋은 클럽에서 연주하는 등 나름 바빴다. 그리고 사실 제가 직접 영입제의를 받은 것도 아니다. 연락을 받은 동갑 후배가 자신의 선에서 끊은 것 같다. 어쨌든 다시 제의가 왔을 때에는  연주만이 아니라 다른 것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합류하게 됐다.”
(정휘겸) “이고초려다(웃음).”
= 정휘겸씨도 본인 소개 부탁드린다.
(정휘겸) “93년생으로 드럼을 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 바이올린 같은 악기들을 이것저것 배웠다. 고등학교는 누나가 있던 애니메이션과로 진학했지만 잘 안맞았다. 대학은 영화연출과를 지원했다가 다 떨어졌다. 군대 가기 전에 해보고 싶은 것 해보자, 이런 마음으로 독학했던 기타를 들고 홍대를 가서 버스킹을 했다. 그러다 보컬 한 명을 알게 됐고 그 팀에서 퍼커션을 처음 쳐봤다. 망한 시즌이기는 하지만 ‘위대한 탄생’에도 출연했다. 그 팀이 와해된 후 마침 주혁이를 만났고, 이후 베이스(김형우)가 들어오면서 자연스럽게 기프트가 결성됐다. 드럼을 본격 파기 시작한 것은 아직 1년이 안됐다.”
= 팀 이름을 왜 ‘기프트’로 지었나.
(이주혁) “고등학교 보컬팀 친구가 박효신을 무척 좋아했다. 팀명을 지을 때 그 친구가 떠올랐고, 박효신 노래 중에 ‘Gift’가 있어서 팬심을 담아 짓게 됐다.”
= 지난해까지는 기프트가 4인조로 활동했다. 기타리스트 김승태씨는 언제 나갔나. 
(이주혁) “승태 형은 버스킹을 하다가 2016년에 알게 된 형이다. 처음에는 둘이서 기프트로 활동을 하다가 사운드에 한계를 느끼게 됐고, 같은 버스킹 출신으로 승태 형과 잘 알던 정휘겸 형이 세션으로 합류했다. 그리고 형우가 가세하고. 승태 형은 앨범을 제작하면서 의견이 갈려 올 초 팀을 나갔다. 그래서 지금은 제가 기타도 담당하고 있다. 제가 기타를 치면서 무대에 설 수 있게끔 (이전 곡에 대한) 편곡도 다 바꿨다.”
= 이제 노래를 함께 들어보자. 코멘터리 부탁드린다. 먼저 지난 5월10일 발표한 EP ‘Heart Of Midnight’부터. 
#1. 잘가 
(정휘겸) “이 곡은 불을 끄고 녹음했다.”
(김형우) “지금 들리는 건반은 예전 팀에서 건반을 치던 친구(배환)가 연주했다. 편곡 과정에서 합류했다.”
(이주혁) “새벽 4시쯤에 신촌 자취방에서 쓴 곡이다. 옆방에 귀가 예민한 분이 있어 일렉 기타를 들고 숨죽여가며 썼다. 여자친구랑 헤어지고 고민하던 친구 얘기에 공감해서 쓴 곡이다.”
(정휘겸) “공연하다가 처음 들었는데 굉장히 슬프더라.”
(이주혁) “타이틀곡 감이었지만 그래도 밴드곡으로는 2번 트랙이 나을 것 같아 타이틀곡으로 정했다.”
#2. 어느날 갑자기(It’s over)
(정휘겸) “이 곡도 이별 이야기다. EP 앨범 전체가 이별과 상실 얘기다. 통일성을 갖춘 셈이다.”
(이주혁) “4곡 모두 이별이긴 한데 다 다르다. ‘잘가’는 이별 후의 후회, ‘어느날 갑자기’는 이별 바로 직후, ‘내곁에 있어줘’는 이별 직전, ‘IF I’는 번외곡 느낌으로 세상과 이별을 그렸다. 어쨌든 EP 앨범은 보컬 중심으로 편곡했다. 기악 멤버들이 많이 참았다. 다음 앨범에는 밴드다운 면모를 보여드릴 계획이다. 요즘에는 밴드라고 해서 한가지 색깔로 가는 시대는 아닌 것 같다. 콜드플레이나 넬 선배들처럼 진화하고 싶다. 그런 밴드의 삶을 살고 싶다.”
#3. 내곁에 있어줘
(이주혁) “드럼 형(정휘겸)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다. 사실, (이 곡 내용 그대로) 작년에 이렇게 헤어졌다. 사운드적으로는 당시 아이리쉬 밴드를 좋아하던 때여서 절규하는 듯한 사운드가 나와도 좋겠다 싶었다. 베이스 동생(김형우)이 사운드 메이킹을 도맡아 했다.”
(김형우) “저희 밴드 자체가 악기 테크닉이 엄청난 팀이 아니다. 베이스도 마찬가지다. 뒤에서 주혁 형 목소리를 받쳐주는, 일종의 FX(특수효과) 사운드다. 이번 EP 초점은 주혁 형의 목소리를 극대화하는 것에 맞췄다. 튀지 않고 받쳐주는, 그러다 절규할 때는 함께 절규하는. 이런 식으로 작업했다.”
#4. IF I(2018 ver.)
(이주혁) “병에 걸린 사람이 병원 옥상에서 거리 사람들을 지켜보는 느낌으로 썼다. 제가 머리가 그리 좋지 않아서 들으면 바로 알 수 있게끔 가사를 쓴다. 이 곡은 그런 심정을 공유하면서 다 같이 가사를 썼다. 영어 가사는 드럼 형(정휘겸)이 다 했다. 드럼 형이 영어를 잘 한다. (일본에서 열린) 아시안비트에 나갔을 때에도 영어로 다 했다.”
(정휘겸) “어렸을 때 학원을 많이 다닌 덕분이다(웃음).”
= 다음은 6월22일 나온 싱글 ‘고백’. 델리스파이스 곡을 리메이크했다. 앨범 재킷은 누가 그렸나. 
(정휘겸) “누나가 그렸다.”
= 왠지 그림체가 익숙하다. 
(정휘겸) “일본만화 ‘H2’ 그림체다. 오마주다. 델리스파이스 원곡도 ‘H2’를 보고 쓴 것이라고 한다.”
= 그런데 이 곡의 화자는 남자인가, 여자인가.
(이주혁) “저는 남자로 생각하고 불렀다.”
(정휘겸) “원작은 여자다.”
(이주혁) “베이스 동생(김형우)이 전부 사운드 메이킹했다. EP 색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상태에서 몽환적인 감성을 더 살렸다.”
(김형우) “원곡이 워낙 명곡이라 어떻게 손을 대어야 할지 몰랐다. 원곡이 갖고 있는 멜로디, 오리엔탈한 감성을 잃지않는 선에서 우리가 가져갈 수 있는 것들을 집어넣었다. 주혁 형의 새벽처럼 촉촉한 목소리 이런 것들.”
= 기프트는 앞으로 더 자주 보고 듣고 싶은 팀인 것 같다. 올해 계획 잡힌 게 있나. 
(이주혁) “7월28,29일 CJ아지트 광흥창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다. 하루는 밴드 셋으로, 다른 하루는 어쿠스틱 셋으로 할 것이다. 물론 제가 기타도 친다. 미발매 자작곡들도 추가해서 지난 콘서트(6월1일 뮤즈라이브홀)에서 못보여준 잔잔한 감성의 곡들을 선보일 계획이다.”
(정휘겸) “기프트는 이제 시작한 밴드인 만큼, 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많이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김형우) “저도 비슷한 생각이다. 저희가 갖고 있는 장점을 최대한 살려서, 주혁 형 목소리의 감성을 잃지 않는 선에서, 넓은 스펙트럼의 사운드를 만들어가고 싶다. 국민 밴드, 국민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이주혁) “제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다.”
/ kimkwmy@naver.com
사진제공=록스타뮤직앤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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