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의 인디살롱] 인디신 어벤져스의 탄생, 에이치얼랏
OSEN 김관명 기자
발행 2018.07.15 14: 31

인디신의 어벤져스가 탄생했다. 델리 스파이스, 옐로우 몬스터즈를 거쳐 현재 잠비나이에서 활약하는 드러머 최재혁, 코어매거진 출신의 기타리스트 류정헌, 리플렉스 출신의 보컬리스트 조규현, 마이앤트메리를 거쳐 옐로우 몬스터즈에서 활동했던 베이시스트 한진영(이상 사진 왼쪽부터), 이렇게 4명이 만나 ‘H a lot’(에이치얼랏)을 결성했다. 4명 이름에 모두 ‘H’가 들어갔다고 해서 ‘H a lot’이다. 
지난 8일 나온 이들의 첫 정규 앨범 ‘H a lot’을 들었다. 지난해 10월 결성된 후 처음 낸 앨범이 정규앨범일 정도로, 이들은 쌓아놓은 것도 많고 들려줄 것은 더 많다. 첫 곡부터 그동안 잠시 잊고 살았던 록 음악의 에너지가 펄펄 넘친다. 류정헌의 현란한 기타, 최재혁과 한진영의 인상적인 비트, 조규현의 매끄러운 감성 보컬. 그냥 매력에 푹 빠지고 만다. 이들의 경력과 내공, 새 음악을 향한 결의를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다. [3시의 인디살롱]에서 에이치얼랏을 만났다. 

= 반갑다. 류정헌씨, 조규현씨는 구면이다. 조규현씨는 리플렉스 때 2차례 인터뷰를 했었는데 그새 살이 많이 붙은 것 같다. 
(조규현) “농구 하다가 허리를 다쳐 좀 쉬었다. 그새 10kg 정도 불었다.”
= 엄청난 어벤져스가 탄생한 것 같다. 각자 본인 소개를 부탁한다. 
(최재혁) “드럼 치는 최재혁이다. 현재도 잠비나이에서 드럼을 맡고 있다.”
(류정헌) “기타 치는 류정헌이다.”
= 코어매거진은 지금 어떤 상태인가.  
(류정헌) “2년 전부터 보컬이 없어 활동을 많이 안했다. 곡 작업 후 앨범만 내고 무대활동은 미뤘다. 평생 같이 할 수 있는 좋은 보컬이 나올 때까지 잠시 접기로 했다.”
= 그 이후에 새 팀 결성을 생각한 것인가. 
(류정헌) “아니다. 코어매거진을 접기로 한 것은 2016년 12월이고, 최재혁 형한테 새로 뭔가를 해보자고 한 것은 2015년 가을이다. 코어매거진에서 신스록을 하면서 박력 사운드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형한테 ‘던진’ 게 2년이 지나 구체화된 것이다.”
(한진영) “베이스 치는 한진영이다. 지난해 (최)재혁 형이 ‘같이 해보자’고 전화를 주셨다. 음악을 또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때였는데, 재혁 형과 함께라면 다시 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흔쾌히 수락했다. 음악을 다시 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들떴다.”
(조규현) “노래하고 기타 치는 조규현이다. 지난해 오전 11시에 전화가 왔다. 저한테는 새벽 같은 시간이다. 뜬금없이 ‘나야!’ 그러길래 ‘누구신데요?’ 했더니 ‘나, 재혁이 형이야!’ 이랬다. 벌떡 일어났다. 마치 퍼거슨한테 전화를 받은 느낌이었다. 워낙 존경하던 형님이라 너무 놀랐다. ‘지금 준비하는 팀이 있는데 되겠냐?’고 하셔서 바로 그날 저녁 합류했다. 그게 지난해 10월9일 일이다.”
= 리플렉스는 어떤 상태인가.
(조규현) “잠정 휴식 상태이다.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 정리를 해보자. 류정헌씨가 먼저 최재혁씨한테 새 팀 결성을 제안했고, 이후 최재혁씨가 한진영씨와 조규현씨를 끌어들였다. 
(최재혁) “(류)정헌과는 원래 밴드 활동을 하면서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그러다가 음악 외적인 사교모임에서 처음 만나 맥주도 마시면서 친해지게 됐고, 어느날 정헌이 ‘같이 재미있는 것 해봐요’라고 가볍게 제안했다. 마침 그때가 옐로우 몬스터즈 끝물인데다 잠비나이를 하기 직전이어서 ‘해보자’고 답했다. 듀오로는 뭔가를 할 수 없어 새 멤버가 필요했고, (옐로우 몬스터즈에서 함께 활동했던) (한)진영은 믿을 수 있는 베이스인데다 스타일을 서로 잘 알기 때문에 제가 제안을 했다. 그렇게 보컬 없이 한 10개월 작업을 했다. 진영이 써놓은 곡이 많았는데 어울릴 만한 보컬 찾기가 쉽지 않았다. 리플렉스 보컬이 쉬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곧바로 규현한테 전화를 해서 스카웃을 한 것이다.”
(한진영) “규현은 (합류 전) 셋이 작업했던 곡에 가장 적합한 보컬이었다. 처음에는 음색이 유니크한 면이 많아서 과연 소화가 될까 걱정했는데 규현의 해석이 괜찮았다. 규현은 음색에 개성이 강해 디렉팅이 힘든 보컬이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좋은 쪽으로 변했다. 더욱이 규현이 노래만 하는 보컬이 아니라 기타와 작사작곡을 하는, 곡 해석이 되는 상태라 천군만마를 얻은 듯했다.”
= 팀 서열은 어떻게 되나. 
(한진영) “재혁 진영 정헌, 이렇게는 한 살 차이고, 재혁 형과 막내 규현은 띠동갑이다.”
= 팀 이름 ‘H a lot’은 어떻게 지었나.
(최재혁) “H가 먼저 나온 게 아니고, 정헌이 ‘무슨무슨 얼랏(a lot)이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다 멤버들 이름에 모두 ‘H’가 들어가길래 그렇게 지은 것이다. 멤버들 각자 히스토리도 있는 만큼 ‘H’가 ‘History’의 앞글자일 수도 있겠다.”
= 데뷔 무대는 올해 2월3일 하나투어V홀에서 가졌다. 노브레인, 크라잉넛, 레이지본 합동공연의 오프닝 무대에 섰다. 
(최재혁) “2017년 10월 규현이 합류해 지하작업실에서 같이 작업하면서 가을, 겨울을 보냈다. 과연 다른 사람들은 우리를 그리고 우리 음악을 어떻게 바라볼까 궁금했다. 테스트 받고 싶기도 했다. 숙제를 검토 받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설 자리를 지인들한테 부탁했다. 다행히 크라잉넛의 한경록씨가 흔쾌히 받아줘서 ‘세이브 더 펑크락’ 오프닝 무대에서 서게 됐다. 다들 아는 사이라 오랜만에 얼굴도 보고 반가웠다. 관객도 꽤 많이, 300명 정도 있었다.”
(조규현) “원래 무대에서 긴장을 안하는 편인데 그날은 조금 떨렸다. 1년반만에 선 무대라서 낯설고 이상하더라. 숨도 차고. 사실 예전 (리플렉스를 하면서) 목을 많이 쓴 상태라 병원에서 노래를 절대 부르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그동안 콧노래도 흥얼거리지 않았던 터라 목은 생생한 상태였다.”
= 1집 앨범 재킷이 독특하다.
(최재혁) “콜라주는 진영의 아이디어였다. 4명이 한 밴드라는 걸 확실히 보여주고 싶었다. 서로 역할 분담이 있는 것이니까. 솔로 앨범처럼 한 명이 돋보이는 게 아니라, 네 명이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사실 1집은 서로의 시선을 모으는 작업이었다. 지금은 각자 다른 곳을 보고 있지만 2,3집 정도가 되면 조금 더 정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류정헌) “하관 2개, 눈알 하나 빼고 나머지 얼굴은 저다. 멤버들이 좋아하는 것을 하나씩 집어 넣었다. 규현은 운동화, 진영 형은 고양이 귀, 재혁 형은 회, 저는 캠핑을 좋아해서 나무를 넣었다. 토성 자리에는 원래 재혁 형이 이빨을 넣었는데 너무 무서워서 토성으로 바꿨다.” 
= 1집 수록곡 몇곡만 같이 들어보자. 코멘터리를 부탁한다. 어느 곡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개인적으로는 첫곡 ‘easy’는 꼭 같이 듣고 싶다. 
#. 1집 ‘H a lot’ 수록곡 = 1. easy 2. prom 3. never ever 4. we will be fine 5. 711 6. nothing but a dream 7. frank 8. many knots 9. be ok 10. if you ask me(타이틀)
(최재혁) “easy, prom, we will be fine, if you ask me, 이렇게 들으면 될 것 같다. ‘easy’는 초반에 작업했던 곡이다.”
(류정헌) “(한)진영 형이 들어와서 처음 작업했던 곡이다.”
(최재혁) “처음에는 다 영어가사였는데 (조)규현이 오면서 한글가사가 들어갔다. 지금까지 해온 공연에서 이 곡이 1번곡이라 앨범에도 1번곡으로 넣었다.”
= 질주의 느낌이 아주 매력적인 곡이다. 
(한진영) “처음에는 좀더 헤비했는데 규현이 들어오면서 멜로디쪽으로 더 갔다. 사실 다른 곡들도 멜로디에 포커싱을 맞췄다. 악기들이 보컬을 방해하지 않는다.”
(최재혁) “예상보다는 믹싱과 마스터링이 조금 무난하게 나왔다. 악기 파트들이 좀더 와일드하고 센 느낌으로 나올 줄 알았는데 레코딩 때와는 달리 평이하게 나왔다. 좀더 와일드하게 나왔으면 하는 1%의 아쉬움이 있다. 좀더 괴팍하고 불친절한 사운드였으면 어땠을까 싶다.”
(한진영) “깔끔해졌다.”
= ‘prom’은 무슨 뜻인가.
(최재혁) “외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하는 파티라고 한다. 곡 뼈대는 규현이 갖고 왔는데, 영화 ‘백 투 더 퓨처’에서 과거로 간 주인공이 엄마 아빠를 연결해주려고 무대에 올라간 그 장면을 떠올리며 만들었다고 한다. 화자는 찌질하게 엄마한테 못다가서는 아빠의 입장이라고 한다. 맞지, 규현?”
(조규현) “맞아요!(웃음) 곡 작업은 쉬었다. 그냥 ‘이런 것 있는데 해보실래요?’ 했고 합주를 하다보니 노래가 나왔다.”
(한진영) “규현이는 작업하기 전에 이미지나 테마를 먼저 잡더라. 고교 댄스파티에서 짝사랑에게 다가가려다 멈칫하는 그런 분위기가 재미있겠다 싶었다. 가사도 그런 식으로 접근했다. 다 같이 스트레스 없이 작업했다.”
(최재혁) “좋은 곡은 쉽게 만들어지는 것 같다. 다른 뮤지션도 그럴 것이다.”
(류정헌) “개인적으로는 컴퓨터랑 작업하면서 신경을 많이 쓰는 타입인데, 이 팀은 합주를 하면서 편곡이 동시에 되어가더라. ‘prom’은 그야말로 순산했다.”
= 아, 류정헌씨가 득녀를 했다고 들었다(인터뷰는 7월5일 이뤄졌다). 
(류정헌) “일주일 전이다. 자연분만했다. 이름은 서현으로 지었다.”
(최재혁) “듣는 사람들도 부담없이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비트가 너무 빠르거나 빡세지 않다. 우리 곡 중에서 가장 ‘이지’하게 들을 수 있는 곡이다.”
= ‘we will be fine’은 느낌이 완전 다르다.
(류정헌) “진통할 것 다 하고 나서 수술해서 낳은 느낌이다.”
(최재혁) “편곡이 길어졌다. 그러나 만들어진 결과물에 굉장히 만족한다. (편곡이) 잘못 간 길이 아니었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조규현) “제 인생가사다. 이야기를 가사에 통째로 담아본 것은 처음이다. 진영 형이 ‘얘가 다시는 이런 곡 못쓴다’라고 하신 적이 있다(웃음).”
(최재혁) “가사 내용도 그렇고 곡 전체 기승전결도 드라마틱하다.”
= 중간에 기타에서 약간 레트로적인 느낌이 난다. 
(한진영) “기타 솔로에서 1980년대 헤비메탈 느낌을 받으신 것 같다. 저희가 그 마지막 세대인데, 그런 톤과 라인을 정헌이 구현한 것 같다. 그랜드캐년에서 다리 벌리고 치는 기타리스트를 헬기가 찍는 그런 느낌이다.”
(최재혁) “1980,90년대에 그런 뮤직비디오가 많았다.”
= ‘if you ask me’도 곡 설명을 부탁드린다. 
(한진영) “맨 마지막에 만든 곡이다. 처음에는 4분의 4박자를 생각했는데 규현이 4분의 3박자로 하면 될 것 같다고 해서 쉽게 만들어졌다. 후반 멜로디와 가사는 규현이 정해와서 그야말로 순산했다.”
(조규현) “사람들이 월드컵에 대해 비관적인 얘기를 많이 했었다. 우리 대표팀이 3패로 떨어진다 이런 식으로. 한국축구를 응원하는 입장에서, 내가 선수라면 경기가 끝난 후 사람들한테 무슨 얘기를 할까 생각했다. 최선을 다해 뛴 끝에 쓰러지고, 그 다음에 이뤄지는 인터뷰를 생각하며 썼다.”
(한진영) “우리 선수들이 들어봤으면 좋겠다.”
(최재혁) “손흥민이 독일을 2대 0으로 이기고 나서 한 인터뷰 중에 규현이 가사와 똑같은 부분이 있더라. ‘열심히 했으니 부끄럽지 않다’ 이런 식.”
(조규현) “마지막 독일전은 선수들 뛰는 모습만 봐도 최선을 다해 열심히 했다. 정말 꿈같은 경기였다.”
(한진영) “펑펑 울었다.”
(최재혁) “그러나 언제까지 선수들 정신력에만 의존해야 할까 싶기도 하다. 어쨌든 이 곡은 엔딩곡 느낌으로 페이드 아웃 느낌으로 마무리됐다.”
= 1집 소감이 궁금하다.
(최재혁) “자본이나 대기업 연줄에 기대지 않고 4명이 온전하게 똘똘 뭉쳐 만든 앨범이다. 물론 순탄치만은 않았다. 뮤지션을 오래 해왔다고 하지만 이렇게 부족한 게 많구나 싶었다. 우리끼리 하다보니 놓치는 부분도 많았고. 아직 100번, 200번 안들어서 그런지 1집 곡들을 들으면 뭉클하다.”
= 7월27일에는 에이치얼랏 공연 무대가 있다. 
(류정헌) “오후8시 플랫폼창동61에서 열리는 ‘Burning’ 공연이다. 피아, 고고스타와 무대에 선다. 프라이데이 나잇 공연인데 6월에는 안녕바다, 전기뱀장어, 블루파프리카가 참여했다. 8월4일에도 프리즘홀에서 ‘Hello! Wallow’ 공연이 있다. 트라이 스테이트 코너(Tri State Corner)라는 그리스 밴드가 서울에 온 김에 한국 밴드랑 공연하고 싶다고 해서 성사된 무대다.(에이치얼랏을 비롯해 Vassline, Bursters가 참여)” 
= 끝으로 계획이나 포부, 이런 것을 들으면서 인터뷰를 마무리하자. 수고하셨다.
(최재혁) “에이치얼랏으로 첫 앨범을 낸 시점이니까 이를 좀더 즐겁게 지속할 수 있으면 좋겠다. 뮤지션이니까 좋은 음악 만들고 좋은 무대를 선보이고 싶다. 좋은 사람들 만났으니까 내년이고 후년이고 오래 하고 싶다.”
(조규현) “저는 원대한 포부가 있다. 우리가 멋있는 길잡이가 되고 싶다. 기타를 어제 산 친구들이든, 밴드 음악을 하려는 사람들이든. 저렴한 악기를 갖고도 멋있는 음악을 만들 수 있고, 멋있는 무대에 설 수도 있으며, 열심히 음악만 하면 잘 먹고 살 수 있다는 이런 길잡이가 되고 싶다.”
(류정헌) “저는 아직도 꿈이 록스타다. 동네가 아닌 월드 록스타. 에이치얼랏이 그 꿈을 이뤄줄 것이다.”
(한진영) “재혁 형이 말한 연장선상에서 다들 건강했으면 좋겠다. 공연도 오래하고 음반도 계속해서 내며 이 팀 생활을 즐겼으면 좋겠다.”
/ kimkwmy@naver.com
사진제공=심재익, 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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