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피아노→랩"..별 걸 다하는 박정민의 근성(ft.칭찬해)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8.07.18 11: 32

 사실 영화 ‘변산’(감독 이준익)은 스토리나 형식이 신선하다든지, 현실과 맞닿은 주제를 건드린다든지 하는 특별함은 없다. 물론 주인공 학수(박정민 분)가 6년째 무명 래퍼의 길을 걸으며 시련을 맛보고 그 끝이 어느 정도 나와 있는 착한 드라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관객들이 청춘의 불안과 아름다운 이야기에 매료된 이유는 전적으로 배우 박정민의 흡인력 있는 연기 덕분이다.
박정민은 강력하고 흔들림 없는 팬덤을 가졌다거나 한류 스타의 지위에 오른 배우는 아니다. 하지만 삼십 대 초반이라는 비교적 어린 나이에, 매우 훌륭한 몇 안 되는 주연급 배우로 손꼽힌다. 그는 2011년 영화 ‘파수꾼’(감독 윤성현)으로 데뷔한 이래 현재까지 20여 편의 상업 장편 영화에 얼굴을 비칠 동안 단 한 번도 겹치는 역할을 맡은 적이 없었다. 이건 무시할 수 없는 능력이다.
또래에 비해 넓은 연기 스펙트럼 속에서 다양한 역할들 속에 빠져드는 재능을 보여주고 있어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매번 새로운 역할을 소화하면서도, 관객들에게 솔직하고 호감있게 다가갈 줄 아는 영민한 길을 걷고 있다.

영화 ‘동주’(감독 이준익)를 통해 다수의 영화제에서 남우 신인상을 휩쓸고 나서 본격적으로 영화판의 주연배우로 등극한 박정민이 처음 맡은 ‘아티스트:다시 태어나다’(감독 김경원) 속 재범은 전혀 다른 캐릭터였다. 일제강점기를 온 몸으로 부딪히며 자신의 뜻을 이뤄나가는 송몽규와 닮았던 그가 돈과 명예에 집착하는 갤러리 대표로 나타났다.
스릴러 ‘오피스’(감독 홍원찬)에서는 인턴사원을 무시하는 못된 선배 이원석이었으며, ‘더 킹’(감독 한재림)에서는 하는 일마다 다 말아 먹고, 정확한 직업이 없이 빌빌거리는 백수 남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상남자의 매력을 가진 카리스마는 아니지만 배시시 웃는 웃음 속에 장난기와 진지함이 모두 녹아 있었다.
다양한 영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박정민만의 장점은 하나의 이미지에 갇혀 있지 않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요소를 통합해 작품을 분석하고 출연을 결심한 뒤, 무엇이든 그리는 대로 나오는 새 도화지 같다.
시대극 ‘동주’부터 가족 드라마 ‘그것만이 내 세상’을 거쳐 첫사랑 로맨스 ‘변산’까지 종횡 무진하면서도 흥행을 견인한 건 그의 도전 정신 때문이었다. 선배 이병헌도 그의 자세와 연기력을 칭찬했으니 말 다 했다.
‘그것만이 내 세상’의 자폐아 오진태는 인간 박정민과 접점이 없어 연기하기 어려웠을 터인데, 그의 순수한 매력을 원 없이 펼칠 수 있는 놀이터였다.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다른 무엇도 아닌 서번트 증후군을 앓는 진태를 표현한 박정민의 놀라운 연기였다. ‘저 친구가 연기를 저렇게 잘했나?’ 싶은 놀라움이 시선을 붙잡았고 그가 연기한 진태 앞에 쏟아지는 시련과 코믹한 상황에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일관된 표정과 행동을 반복하는 박정민의 자폐 연기는 안정적인 가운데 때로는 귀엽게 때로는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변산’에서 무명 래퍼 학수의 가치관과 일상, 아버지와의 관계, 그리고 첫사랑을 표현하며 관심 가는 배우에서 놀랍도록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는 명함을 얻게 됐다. 가수들도 어렵다는 랩을 1년간 준비해 화려한 무대를 펼쳤기 때문이다.
시작 전 불안감과 초조함이 엄습하더라도 성공했던 캐릭터 이미지를 고수하려는 게 아니라, 언제나 관객들에게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기 위해 기꺼이 도전을 택하는 박정민에게는 근성과 자존심이 있다.
캐릭터를 위해 피아노 연습을 하든, 가사를 쓰고 랩 연습을 하든, 항상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최선을 다하는 호감 캐릭터로 자리매김했다. 인터뷰에서도 영화를 택한 계기부터 촬영 중 겪었던 에피소드, 개인적 일상 등 본인만의 매력을 어필해 칭찬이 자자하다.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드는 배우, 한 화면 내에서 웃음과 눈물의 디테일을 표현해낼 줄 아는 배우 박정민. 그가 어느새 원톱 배우로 성장했다. ‘타짜3’(감독 원오광)에서 카드를 붙잡고 있을 그의 얼굴이 벌써부터 궁금하다./ 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스틸이미지, 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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