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의 인디살롱] 앨리스 비셔스, 복고적 문화감성을 세련된 알앤비에 담다
OSEN 김관명 기자
발행 2018.07.23 14: 32

[OSEN=김관명기자] 최소 80년대생일 줄로만 알았다. 세기말적 분위기를 떠올리게 하는 사운드, 그리고 고전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와 일본만화 ‘세일러문’을 오가는 노랫말을 보면. 그러나 그녀는 1993년생, 이제 만 25세다. 어느덧 데뷔 5년차를 맞은 앨리스 비셔스(Alice Vicious) 이야기다. ‘사악한 앨리스’라는 예명 역시 몹시나 세기말스럽다. 
지난달 두번째 EP ‘Flavors’를 낸 앨리스 비셔스를 만났다. 인터뷰 자리에는 프로듀서 페인 비셔스(Pein Vicious)도 동석했다. 우선 앨리스 비셔스의 디스코그래피를 정리해봤다. 그녀는 2016년까지 리비(LiVii)라는 예명으로 활동했다. 
= 2014년 1월28일 싱글 Beep x 3

= 2014년 8월21일 싱글 C’mon
= 2014년 12월29일 싱글 Watch & Learn
= 2016년 5월20일 싱글 Luna
= 2016년 11월2일 싱글 Beautiful Creature
= 2017년 2월7일 싱글 Coupdburst
= 2017년 5월8일 EP Alice in Plastic Land
= 2017년 8월10일 싱글 Hide Out
= 2017년 12월4일 싱글 Selfish Things
= 2018년 4월9일 싱글 Feel Better
= 2018년 6월16일 EP Flavors : Be My Clyde, Hush #0, Moster, Hipster Boy, Feel Better(feat. Hiyadam)
= 반갑다. 음색이 참 뽀송뽀송해서 매력적이더라. 묻고 싶은 것도 많고. 언제부터 음악을 하고 싶었나. 
“어릴 때부터 계속해서 음악을 해왔다. 초등학교 때부터 홍대에 공연을 보러다니고 그랬다. 원래는 TV에 나오고 싶었다. 그러나 처음 들어갔던 기획사가 제가 생각했던 것과 달라 그냥 나오고 말았다. 디지털 음원을 내고 싶었는데 어떻게 무엇을 해야할지 아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 그때 계범주를 만나게 되면서 첫 싱글이 나올 수 있었다.”
= 어떻게 인연이 닿았나. 
“2013년 페이스북에 노래를 올렸는데 이를 보고 계범주가 페북으로 연락했다. 그래서 ‘Beep x 3’가 나왔다.”
= 당시는 리비(LiVii)라는 예명으로 활동했다. 
“예쁜 글자로 짓고 싶었다. ‘아이(i)’만 소문자다.”
= 왜 앨리스 비셔스로 바꿨나. 
“어머니가 본명을 개명해야 한다고 하셔서 앨리스로 바꿨다. 김앨리스가 지금 제 본명이다. 개명하는 김에 예명도 앨리스 비셔스로 바꿨다. ‘비셔스’는 어릴 때부터 펑크를 엄청 좋아해서, (펑크록 밴드 섹스피스톨즈의 멤버) 시드 비셔스(Sid Vicious)에서 따왔다. 제 안의 초심을 비셔스에 담았다.”
= 프로듀서 페인 비셔스와는 언제부터 함께 했나. 
(페인 비셔스) “(두번째 싱글인) ‘C’mon’ 할 때 처음 만나서 그 뒤로 계속 함께 해오고 있다. 본명은 김장우다. 앨리스가 먼저 비셔스를 쓰고 나서 페인 비셔스를 예명으로 쓰기 시작했다. 페인은 만화 ‘나루토’에 나오는 캐릭터 이름이다. 앨리스와는 동갑인데 족보가 꼬여서 제가 누나라고 부른다(웃음).”
= 앨리스 비셔스에 붙는 애칭이 ‘알앤비 요정’이다. 누가 붙여준 것인가. 
(페인 비셔스) “저희가 붙였다. 즐겁게, 신나게, 귀엽게 들을 수 있는 이미지가 좋았다.”
= ‘Flavors’ 앨범을 함께 들어보며 음악 얘기를 조금은 깊게 해보자. 첫 곡은 ‘Be My Clyde’다. ‘보니 앤 클라이드’(Bonnie And Clyde.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의 원제)의 그 ‘클라이드’인가. 
(앨리스 비셔스) “맞다. 엄청나게 유명한 커플이다. 그 중에서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강력한 커플이었다. ‘나의 센 남자가 되어줘’, 이런 분위기다. 곡을 쓸 때 보면 평소 안드러내려 했던, 제 안의 약한 부분이 나온다. 보니도 그런 부분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페인 비셔스) “이 곡은 알앤비 기반에 요즘 유행하는 힙합 장르인 트랩을 얹힌 트랩 알앤비다. 가장 트렌디한 음악을 만들려 했다. 캐치한 멜로디로 따라 부르기도 쉽다. 신나게 시작했다가 조금은 슬프게 끝난다.”
(앨리스 비셔스) “브릿지에 기타가 들어가면서 분위기가 섹시해진다. 이 곡은 처음부터 타이틀곡으로 내정, 비디오를 생각하면서 멜로디를 짰다. 귀여우면서도 섹시하고 파괴적인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 2번째 트랙은 ‘Hush #0’이다. 왜 숫자를 붙였나. 
(페인 비셔스) “같이 프로듀싱한 외국 친구의 앨범에도 ‘Hush #’이 들어간다. (숫자를 붙이면) 무슨 뜻인가 궁금해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지금 드럼 비트가 강하게 들리는데 이는 90년대 감성과는 대조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앨리스의 옛날 감정을 섞어 2020년대 음악을 추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음악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 맞다. 앨리스 비셔스를 관통하는 것은 ‘레트로’인 것 같다. 예전 1980년대 국내에도 방영됐던 외국 드라마 ‘말괄량이 삐삐’ 이미지와도 많이 겹친다. ’‘Hush #0’ 가사에 ‘부리나케’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도 그렇다(웃음). 
(앨리스 비셔스) “웃기려고 옛날 단어를 쓴다. 이 곡은 원래 함께 작업했던 외국 친구가 전체 가사를 영어로 원했지만, 결국 한글 가사를 집어넣었다.”
= ‘Monster’는 들을수록 매력이 넘치는 곡이다. 
(앨리스 비셔스) “개인적으로도 가장 좋아하는 노래다. 팬들도 이 노래를 좋아하더라. 이 곡은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에서 영감을 받았다. 야수에 감정을 이입해 만들었다.”
(페인 비셔스) “(2016년에 나온) ‘Luna’는 만화 ‘세일러 문’에서 주인공의 가장 친한 친구인 고양이 이름에서 따왔다. 그 고양이를 통해 다른 세계로 가고 싶다는 바람을 담았다.”
(앨리스 비셔스) “다른 작품에서 영향을 받아 곡을 쓰는 편이다. (2016년에 나온) ‘Beautiful Creature’는 영화 ‘록키 호러 픽쳐 쇼’의 영향을 받았다.”
(페인 비셔스) “(2017년에 나온 EP) ‘Alice in Plastic Land’는 만화 ‘원피스’의 크로커다일 캐릭터를 좋아하는 마음을 담았다.”
= 가사 중에 ‘유리병 속에 담긴 저 빨간 꽃이 시들어 버리기 전에’, 이 대목이 시각적으로 강렬하다.
(앨리스 비셔스) “‘미녀와 야수’의 한 장면으로 나왔다. 꽃이 시들면 야수가 사람으로 변하지 못하는 대목이다.”
= ‘Hipster Boy’, 이 곡은 마운틴 듀 같은 청량감이 있다. 어떤 곡인가. 
(앨리스 비셔스) “제가 개인적으로 비판하고 싶었던 내용이 있었다. 주변에 SNS에 너무 몰입하는 친구들이 많다. 현실보다는 SNS에 더 집중하는 걸 비판하고 싶었다.”
(페인 비셔스) “온라인에 업로드만 하고, 만나보면 진심이 없고. 그런 친구들이 꼴보기 싫어서 대놓고 공격하는 내용이다.”
(앨리스 비셔스) ‘이 곡에서 ‘힙스터(hipster)는 너무 유행을 따라간다, 이렇게 좀 안좋은 의미로 썼다.”
= 설명을 듣고 보니, 가사 중에 나오는 ‘put your phone down’(휴대폰을 내려놓아라)이나 ‘넌 매일이 likes likes’의 의미를 명확히 알겠다. 마지막곡 ‘Feel Better’는 히야담(Hiyadam)이라는 일본 뮤지션이 피처링했다. 
(앨리스 비셔스) “일본 랩퍼다. ‘같이 해보고 싶다’고 먼저 연락이 왔다.”
(페인 비셔스) “일본에서 녹음을 보내줘 합쳤다.”
(앨리스 비셔스) “가장 팝적인 노래 같다.”
= 앨범 재킷 역시 상당히 복고풍이다. 
(앨리스 비셔스) “유튜브나 사운드클라우드에 보면 각 곡마다 따로 재킷이 있다. 폰트도 그렇고 메이크업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옛날 잡지나 옛날 사진, 빈티지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 제가 1990년대 그런 무드를 좋아한다. 추억에서 못벗어난 셈이지만 세기말 분위기가 좋다. 이것이 음악과도 연관이 되는 것 같다.”
= 올해 계획을 들어보며 인터뷰를 마무리하자.
(페인 비셔스) “내년이 될 수도 있겠지만 EP를 한 장 더 낼 것 같다. 8월에는 공연도 연다. 팬분들이 항상 공연을 보고 싶어하신다. 그래서 작게 준비하고 있다.”
(앨리스 비셔스) “앞으로도 90년대를 지향하면서 팝과 알앤비를 할 것 같다. 듣기 편하면서도 꽂히는 멜로디 만드는 걸 좋아한다. 다행이 이 친구(페인 비셔스)가 사운드를 미래적으로 멋있게 잘 만들어주고 있다.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음악이 앨리스 비셔스의 시그니처로 남았으면 좋겠다.”
/ kimkwmy@naver.com
사진제공=앨리스 비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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