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랜선라이프’PD “우리도 크리에이터 4인X젊은 세대 소통법 배운다"(인터뷰)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8.08.13 15: 01

인터넷에서만 볼 수 있었던 크리에이터들을 TV에서 볼 수 있다?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이 일을 JTBC ‘랜선라이프’가 실현했다. 크리에이터들을 TV로 끌고 나온 것.
크리에이터들은 인터넷에 접속해야만 만날 수 있는 인물이었지만 ‘랜선라이프’의 이나라 PD는 이들을 방송국으로 데려왔다. 요즘 크리에이터들이 연예인급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 그 중 ‘톱스타’라고 해도 될 정도의 크리에이터 대도서관, 윰댕, 밴쯔, 씬님을 한 자리에 모았다.

‘톱급’ 크리에이터들을 ‘랜선라이프’로 불러 모아 팬들은 그저 고맙고 반갑다는 반응. 이들 크리에이터들을 몰랐던 시청자들도 새로운 인물의 등장에 신선하게 바라보고 있다.
특히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스타 크리에이터들이 총출동한 만큼 매주 방송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하고 이들의 유튜브 페이지를 방문해 방송들을 찾아보기도 하는 등 인기가 더 높아지고 있다.
예능과 다르게 시청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것을 비롯해 크리에이터와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함께 공유한다는 것, 그리고 방송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콘텐츠들을 볼 수 있다는 점이 1인 인터넷 방송의 매력이다. ‘랜선라이프’를 연출한 이나라 PD도 그런 매력으로 1인 미디어에 관심을 가졌다.
“개인적으로 PD로 일한 지 10년차 이상 됐는데 소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돌파구가 됐던 게 유튜브다. 방송일을 하면서 유튜브를 보게 됐고 ‘랜선라이프’ 연출 직전에 여행을 갔는데 어린 친구들이 유튜브로 모든 걸 검색하더라. 어린 친구들이 크리에이터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는 걸 몸소 느꼈다.”
이나라 PD는 1인 미디어의 영향력을 몸소 느끼고 여행에서 돌아온 후 ‘랜선라이프’를 기획했다. ‘랜선라이프’는 최근 10대 사이에서 선망 직업 1순위로 꼽히는 ‘1인 크리에이터’의 리얼한 일상을 관찰하는예능 프로그램.
“사실 관찰 예능이 많아서 식상하지 않나 생각했다. 이들이 이미 충분히 그들만의 콘텐츠를 퀄리티 있게 제작하고 있고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을 소개하는 것만으로는 안 될 것 같아서 이들의 뒷모습을 보고자 했다.”
1인 미디어를 이끄는 유명한 크리에이터들이 많지만 이나라 PD는 인기 크리에이터인 것은 물론이고 욕설을 하지 않고 시청자들이 호감이라고 느낄 만한 크리에이터들을 찾았다. 무엇보다 1인 미디어 중 대표적인 인기 콘텐츠가 먹방, 게임, 뷰티, 토크인데 각 분야에서 인기도 있고 욕설을 하지 않고 훈훈하기도 한 크리에이터 대도서관, 윰댕, 밴쯔, 씬님을 섭외했고 이들이 이나라 PD의 러브콜에 답했다.
“어떤 크리에이터가 좋을까 고민하다 아무래도 인터넷을 중심으로 활동하다 보니까 방송계 쪽에서는 말을 세게 하거나 비주얼적으로 눈살이 찌푸려지게 하는 분들을 배제했다. 사실은 유튜버들이지만 네 분이 가장 방송 친화적인 분들이라고 생각했다. 말도 깔끔하고 예쁘게 하고 방송 콘텐츠 비주얼도 호감인 분들이라 이들이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섭외했는데 다행히 허락을 해줘서 방송에 출연하게 됐다. 그리고 크리에이터들이 낯선 시청자들에게 이들을 설명해야 하는데 뷰티, 먹방, 게임, 토크가 가장 큰 카테고리라 시청자들에게 설명하기 적합한 카테고리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톱’인 분들을 모시고 싶었는데 대도서관, 윰댕, 밴쯔, 씬님을 다행히 모실 수 있었다.”
이에 대도서관은 “우리야말로 영광이다. 그리고 PD님이 영리했다. 보통 1인 미디어를 방송으로 가져와서 활용한다고 하면 ‘랜선라이프’처럼 1인 미디어를 대하지 않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1인 미디어가 주인공으로 출연한 게 처음이었다. 이 정도까지 메인으로 해줄지 몰랐다. 정말 놀랐다. 섭외를 받고 나서 긴가민가하면서 출연했는데 이렇게까지 크리에이터들을 존중해줄지 몰랐다. ‘랜선라이프’가 잘됐으면 좋겠고 시청률 올리기 위해 노력하겠다.”
‘랜선라이프’는 매주 금요일 오후 9시에 방송하는데 사실 쉽지 않은 시간대다. 그야말로 황금시간대에 편성된 이 프로그램은 동시간대 금요일의 터줏대감 SBS ‘정글의 법칙’이 방송되기 때문. 시청률은 아쉽지만 화제성만큼은 인기 예능 못지않다. ‘랜선라이프’ 방송 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출연자들의 이름이 오를 정도.
“시청률 지표가 아쉽긴 하지만 2049 타겟 시청률은 무난하다. 방송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꾸준히 다져갈 만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랜선라이프’는 방송을 제작을 하는 PD, 작가와 1인 미디어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 크리에이터들의 만남이라 아무래도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고민도 진행 중. 제작진은 크리에이터들의 아이덴티티를 해치지 않기 위해, 크리에이터들은 제작진의 의견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나라 PD는 “크리에이터들이 기획을 해서 주더라”라고 하자 대도서관은 “우리가 기획해서 줘야 하는지, 아니면 작가들의 의견을 수용해야 하는 건지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우리가 가장 고민하는 게 그거다. 콘텐츠 아이덴티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방송에 담으려고 한다. 유튜버가 낯선 시청자들에게는 콘텐츠 문법이 낯설기 때문에 쉽게 풀어달라고 한다. 이분들은 워낙 콘텐츠 아이덴티티가 강하고 ‘이게 왜 어렵지?’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어서 이 점에 있어서 합을 맞춰가는 게 제작하면서 가장 어려웠다. 우리가 우리 식대로 밀고 나가면 이들은 시청자들에게 ‘낯선 연예인’밖에 안 되더라.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 아이덴티티를 해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방송에 녹아들게 해서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게 지금도 과제다. 이렇게 해보기도 하고 저렇게도 해보고 편집방법도 바꿔보기도 하는 등 쉽지 않은데 우리도 공부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법,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법을 우리도 공부 많이 하고 배워가고 있다. 쉽지 않더라.”
대도서관도 ‘랜선라이프’에 출연하면서 제작진의 제작 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대도서관은 “우리도 재미있다고 느끼고 있다. 스튜디오에서는 가편본이 나오는데 스튜디오에서 볼 때는 ‘이게 이대로 나가도 되는 거야?’라고 생각하는데 완편본이 나오면 완전 다르다. 대단하다 ‘저걸 저렇게 살리네’라고 생각하고 많이 배운다. 그래서 우리 회사 직원들을 혼내고 있다. 이걸 보면서 많이 느꼈다”라고 했다.
“제작진과 크리에이터들이 서로 배워갔으면 좋겠다. 크리에이터의 작업방식이 우리와 달라서 스트레스가 있을 거라는 건 공감하는데 그런 부담감을 내려놓고 같이 콘텐츠를 만들 듯, 우리가 그들의 크루라고 생각하고 같이 작업했으면 좋겠다. 크리에이터들이 자신의 이미지를 콘트롤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걱정하고 자신의 얼굴이 화면에 보이지 않으면 낯설어하고 어떻게 찍히는지 몰라서 불안해한다.”
이나라 PD가 가장 필요한 건 ‘믿음’이라고 하자 대도서관은 “우리가 어떻게 나오는지 몰라 불안하다. 방송을 오래 해서 그런지 게임을 하고 있다가도 채팅 내용을 순간적으로 읽는다. 주변에 모니터 등 뭐가 많아야 오히려 집중되고 모니터를 보면서 내 상황을 업데이트하는데 방송은 그게 안 되니까 어렵다. 찍어놓고 방송까지 기다려야 하니까. 생방송은 재미없는지 재미있는지 바로 알 수 있고 TV는 그럴 수 없는 등 각각 장단점은 있다”고 했다.
“스튜디오에서 녹화할 때 크리에이터들이 농담처럼 의뢰했던 게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있는 모니터였다. 그 점을 꽤 고민하기도 했다. 씬님은 화면 1~2개를 보며 하다 다각형으로 하는 게 적응이 안 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에 씬님은 “뷰티 콘텐츠는 각도가 중요하다. 내가 원하는 그 자리에 카메라가 없으니까 불안하더라. 특히 커버 메이크업은 특정 각도에서 닮아 보이는 부분이 있는데 시청자들이 볼 때 안 닮았다고 해서 평소보다 민감하기도 하다”고 털어놓았다.
“열심히 하고 있고 본인의 콘텐츠를 확실히 보여주려고 하는 여러 크리에이터를 소개하고 싶다.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은 유튜브 소비층과 방송 소비층이 다른데, 이 간극을 줄이면서 세대가 대화할 수 있는 물꼬가 되고 싶고 ‘유튜브를 왜 보냐’는 편견을 깨고 싶다. 그런 방향으로 접근하려고 하고 그러다 보니 유튜브 콘텐츠도 소개하고 뒷모습도 담으려고 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관찰 예능들과 비교가 되는데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를 만드는 모습과 그들의 콘텐츠를 잘 부각하며 끌어가고 싶다.” /kangsj@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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