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경기가 배움터' 구승민, 진짜 필승조로 성장중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8.08.15 10: 02

"오늘 이렇게 또 하나를 배워갑니다."
롯데 자이언츠 구승민(28)은 올 시즌 후반기, 리그 최고의 불펜 투수 중 한 명이다. 후반기 12경기 2승 6홀드 평균자책점 0.71(12⅔이닝 1자책점), WHIP(이닝 당 출루 허용) 0.47, 피안타율 7푼5리 피OPS 0.306 등 모든 지표에서 리그 최정상급 불펜 투수임을 증명하고 있다. 주자가 있는 상황이든 없는 상황이든 구승민의 안정감은 돋보인다. 후반기 승계주자 실점율 역시 2할5푼(8명 중 2명) 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 14일 사직 한화전, 구승민은 후반기 보여준 안정감과 거리가 멀었다.  6-4로 앞선 8회초 마운드에 오른 구승민은 선두타자 이용규에 연거푸 볼 3개를 뿌렸다. 모두 스트라이크 존과 많이 차이가 있는 공들이었다. 3구 째의 공은 이용규를 맞힐 뻔 할 정도로 제구가 안됐다. 그러나 볼 카운트를 추스린 구승민은 이용규를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1사 후 정은원에게는 빗맞은 중전 안타를 허용했다. 이후 정근우, 제러드 호잉으로 연결되는 중심 타선. 제구가 좀처럼 되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정근우를 우익수 뜬공, 호잉을 1루수 땅볼로 처리하고 1이닝을 겨우 막아냈다.

구승민의 이날 투구 내용은 최근 들어 가장 나빴다. 4타자를 상대하면서 초구 스트라이크는 없었고 스트라이크 9개, 볼 7개로 공의 비율도 좋지 않았다. 구승민도 경기 후 이날 컨디션이 썩 좋은 편이 아니었음을 인정했다. 구승민은 경기 후 "오늘 평소랑은 다르게 제구도 안 잡혔다. 이상하게 집중이 되지 않았다. 첫 타자부터 볼을 계속 던졌는데 쉬운 경기가 아니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매일 대기를 해야하는 구원 투수의 특성상, 항상 컨디션이 좋을 순 없다. 컨디션이 안 좋다고 해서 아프지 않다면, 등판을 마다해서도 안된다. 컨디션 난조 속에서 등판하는 상황은 앞으로도 비일비재할 것이다. 그렇기에 지난 14일 경기는 구승민에게 또 하나의 배움의 장이었다.
그는 "8회 공을 던지면서 '아 이런 상황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면서 "컨디션이 좋을 때나 안 좋을 때나 공을 던져야 한다는 말을 맣이 들었는데, 실제로 겪어보니 정말 큰 공부를 한 것 같다. 오늘 이렇게 또 하나 배웠다"고 미소 지었다.
최근 구승민이 마운드에 오르면 타자들과 쉽게 승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에 구승민은 "볼 카운트를 쉽게 잡아가면서 내 공을 잘 던질 수 있었던 것 같다"면서 "카운트에 몰려도 지금은 어렵지 않게 공을 던질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상무 군 복무 시절 갈고 닦아서 온 주무기 포크볼도 후반기 호투의 비결. 구승민은 "포크볼이 유인구로 던질 때나, 스트라이크 존으로 던질 때 제구가 모두 내가 마음먹은 대로 잘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사실상 첫 풀타임 시즌, 지난해 상무에서 마무리 투수를 맡았지만 퓨처스리그와 1군 무대 필승조의 무게감은 차원이 다르다. 하지만 그 부담감마저 스스로 극복하면서 성장하고 있다. "부담을 가지는 순간 공에 힘이 들어가게 될 것이다"면서 "5회나 6회에 던지는 것처럼, 이닝만 다르다고 생각하며서 큰 의미를 두지 않고 공을 던지려고 한다"는 필승조로의 마음가짐을 전한 구승민이다. 
몸 상태도 문제 없다고 자신하는 구승민이다. 지난 2일, 광주 KIA전에서 오른쪽 늑간근 염증으로 잠시 쉬어갔다. 지난 5월 초 다쳤던 부위가 재발했다. 모든 이들이 걱정했지만 구승민 자신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때 잠깐 쉬었던 것이 등판이나 컨디션 관리에 큰 도움이 됐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매 경기를 이제는 토너먼트처럼 치열하게 싸워야 하는 롯데다. 긴박한 상황에서 마무리 손승락 앞에 등판하는 새로운 필승카드, 구승민을 얻었다. 그리고 구승민 스스로도 매 경기 배우면서 필승조에 걸맞는 투수로 성장하고 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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