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맘대로 해라” 강승호 바라보는 SK의 기대와 배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8.15 10: 02

“왜 LG에서 이 선수에게 공을 들였는지 잘 알 수 있을 것 같다”
SK 1군 코칭스태프는 한 선수의 잠재력에 대해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않는다. 지난 7월 31일 LG와의 1대1 트레이드 당시 팀에 합류한 내야수 강승호(24·SK)가 그 시선이 향하는 주인공이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의 전격 지시로 예상보다 일찍 1군에 합류한 강승호는 내야 전천후 백업 임무를 부여받고 팀에 적응 중이다.
SK 1군에서는 자리가 없었던 문광은을 내주고 얻은 군필 내야수 자원이었다. 성공 가능성을 논하기는 이른 시점이지만, 설사 실패한다고 해도 큰 손해가 없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트레이드다. 이에 SK도 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강승호를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일단 잠재력은 확실한 눈도장을 받는 모양새다.

염경엽 SK 단장은 트레이드 당시 “강승호의 최근 상태나 평가, 1군 기록은 아예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의외의 반응을 내놓으면서 “강승호는 드래프트에서 세 번째로 좋은 선수(2013년 전체 3순위 지명)였다. 분명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 경력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뭔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았을 것이고, 가능성을 터뜨리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코칭스태프의 첫 인상도 괜찮다. 힐만 감독이 훈련 하루를 지켜보고 즉각 콜업을 지시한 것은 상징적이다. 오히려 프런트가 놀랐다는 후문이다. 정경배 타격코치는 “LG의 지도자들이 왜 강승호에 공을 많이 들였는지 잘 알 수 있을 것 같다. 뛰어난 잠재력을 가진 선수들은 지도자들이 욕심을 내기 마련이다. 강승호가 그런 선수”라면서 “생각보다 손목 힘이 좋아 놀랐다. 중거리 타자로 발전할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을 지녔다”고 호평했다.
손지환 수비코치 역시 “어깨도 괜찮고 기본적인 수비도 괜찮다고 보고 있다. 최항 박승욱 등과 경쟁하면 좋을 것 같다. 최정이 휴식차 빠질 때 3루를 커버해줄 수 있으면 최항도 2루에 전념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아직 팀 분위기가 완벽하게 녹아들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훈련 자세도 성실하다는 것이 코칭스태프의 이구동성이다.
그러나 지금부터 당장 뭔가를 시키겠다는 생각은 없다. 오히려 코칭스태프들은 사실상 ‘방관’에 가깝다. 정 코치는 “LG에서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한 것 같더라. 일단 원래 공을 보고 공을 치는 스타일이니, 네가 편한 방법으로 타격을 하라고 했다. 몸이 일찍 돌아가는 것만 조금 주의해서 타격을 하라는 것, 이 팀에는 홈런으로는 명함을 내밀지 못하니 출루율에 더 신경을 쓰라는 이야기 정도만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손 코치 또한 “지금 기술적으로 뭔가를 바꾸는 것은 어렵다. 최대한 부담을 주지 않고 편안하게 훈련이나 경기에 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분위기에 적응하는 것이 우선이고, 그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코치의 몫이다”고 덧붙였다. 다행히 강승호도 이적 후 결과에 매몰된 야구보다는 더 즐거운 야구를 찾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코치들이 바라는 바다.
이제 SK는 강승호가 LG에서 성공하지 못한 이유를 분석하고 있다. 뭔가 교훈을 찾기 위해서다. 한 관계자는 “여러 지도자들이 정성껏 공을 들였는데 뜻대로 잘 풀리지 않고, 그러다보니 한 방향을 찾지 못하면서 오히려 독이 된 것 같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때문에 올 시즌은 그대로 두되, 마무리캠프가 시작되면 어떤 명확한 방향으로 선수를 육성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큰 틀은 정해졌다. 염 단장은 “유격수로 키우겠다”고 공언했다.
다행히 첫 출발이 그렇게 나쁘지 않다. 아직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기는 하지만 수치가 좋다. 강승호는 이적 후 9경기에서 타율 3할5푼3리(17타수 6안타), 1홈런, 5타점을 기록했다. 출루율은 4할5푼, 장타율은 0.706으로 OPS(출루율+장타율)는 1.156에 이른다. 물론 표본이 작아 그렇게 큰 의미는 없지만, 이 성적은 강승호에 좀 더 여유를 제공하는 발판이 될 것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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