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에 남았으면..." 이재원 성장, 박경완의 흐뭇한 미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8.16 10: 01

무릎 부상 여파로 지난해 자존심을 구긴 이재원(30·SK)은 2018년을 앞두고 독한 마음을 먹었다. 주전 선수들은 휴식차 으레 빠지는 가고시마 마무리캠프 참가를 자청했다.
박경완 SK 배터리코치는 당시 이재원의 이런 마음가짐에 대해 “흐뭇하다”고 했다. 그런데 단지 흐뭇함만 느낀 것은 아니었다. 막중한 책임감이 박 코치의 마음 한켠에 자리 잡았다. 열심히 하려는 제자를 어떻게든 좋은 방향으로 인도해야 했다. 그래서 마음가짐을 달리 먹었다. 스스로도 공부와 대비를 많이 하고 캠프에 참가했다. 맞춤형 지도 방식을 수십 번 고민했다.
박 코치는 현역 시절 당대 최고의 포수였다. 이미 “준비된 지도자감”, “차기 감독감”이라는 평가도 많이 받았다. 이미 자신의 확고한 코칭 이론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박 코치도 자신이 어떻게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지도자 경험이었다. 이는 시간만이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였다. 박 코치도 자신이 생각했던 구상대로 선수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경우에서는 깊은 고민을 느끼기 일쑤였다.

처음에는 자신의 스타일대로 선수들을 지도했지만, 상황에 따라 그것이 꼭 옳지는 않다는 것도 느꼈다. 이에 박 코치는 선수를 몰아붙이기보다는, 자신이 조금씩 바뀌기로 마음먹었다. 그런 박 코치의 ‘새로운 리더십’이 사실상 처음으로 적용된 선수가 바로 이재원이었다.
처음으로 1군 배터리 코치가 된 2015년 마무리캠프 당시까지만 해도 박 코치의 스타일은 ‘강훈련’과 ‘호랑이’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재원을 지도하면서 그런 박 코치의 생각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 물론 확실하게 가져가야 할 부분은 양보나 타협이 없다. 그러나 좀 더 융통성을 둔 ‘여우’의 모습까지 갖추며 지도자로서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는 게 구단 관계자들의 평가다. 이재원은 그런 박 코치의 강훈련과 배려 속에 더 성장했다.
이재원은 올 시즌 맹활약으로 프리에이전트(FA) 전망을 밝히고 있다. 공격 성적은 사실 포수로서는 나무랄 곳이 별로 없다. 박 코치가 주목하는 부분은 수비다. 박 코치는 “캐칭과 블로킹에서 모두 큰 성장을 했다. 투수들의 평가나 신뢰를 보면 확실하다”고 강조하면서 “그간 여름에 처지는 경향이 있었는데 올해는 선수 스스로가 많은 준비를 한 것이 보인다”고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물론 아직 박 코치가 보기에 부족한 점도 있다. 박 코치도 이에 대해 부정하지 않는다. 하고 싶은 말이 많다. 그러나 빡빡한 주입식 교육은 최대한 자제하려고 한다. 박 코치는 “선수들도 나름대로 다 생각이 있을 것인데, 한 번에 많은 것을 요구하면 선수들이 힘들어한다. 가장 중요한 것만 하나씩 말해주려고 한다”고 설명하면서 “분명한 것은 이재원이 포수로 아직 더 성장할 수 있다는 것”고 힘줘 말했다.
올 시즌 뒤 FA 자격을 얻지만, 때문에 내심 팀에 남아줬으면 하는 게 박 코치의 마음이다. 박 코치는 “볼을 스트라이크로 만드는 프레이밍은 번외고, 스트라이크를 스트라이크로 만들 수만 있으면 그 자체도 좋은 포수다. 이재원의 캐칭이 그런 측면에서 정말 많은 발전을 했다. 블로킹도 다른 포수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면서 “양의지(두산)에 비해 전체적인 경력은 떨어질지 몰라도 포수를 늦게 시작했다는 점에서 더 오래 마스크를 쓸 수 있는 선수”라며 은근히 제자 챙기기에 나섰다. 이재원의 포수 경력, 박 코치의 지도자 경력이 상호 작용 속에 동반 성장하고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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