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모션] ‘SK 역사 도전’ 노수광의 엔진은 꺼지지 않는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8.16 13: 02

“코치님, 코치님, 제발요”
15일 잠실 두산전에서 12-2로 이긴 SK 선수들은 서둘러 짐을 챙기며 인천 복귀를 재촉하고 있었다. 그러나 딱 한 명의 선수만 자신의 짐을 챙기는 것도 잊은 채 정경배 SK 타격코치를 졸졸 따라다니고 있었다. 정 코치는 두 손으로 귀를 막는 장난을 취하며 빙그레 웃었다. 장난기가 있었던 정 코치와는 달리, 자문을 구하는 선수의 심정은 절박해 보였다. 노수광(28·SK)이 그 주인공이었다.
다소 의아해 보인 장면이었다. 이날 못한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선발 1번 좌익수로 출전한 노수광은 이날 2개의 안타와 2개의 볼넷을 기록하며 무려 4출루 경기를 했다. 출루율은 리드오프 탑 수준인 4할2리까지 끌어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끝나자마자 정 코치를 찾았다는 것은 뭔가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의미다.
결국 노수광에 또 잡혀(?) 이야기를 나눈 정 코치는 “엄청나게 질문을 많이 하는 선수다. 매일 경기가 끝나면 이렇다”고 노수광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아지기 위해 부지런히 답을 구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런 노수광의 자세는 ‘노토바이’가 끊임없이 달릴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을지 모른다.
노수광은 올 시즌 리그 최고의 리드오프 중 하나다. 15일 현재 110경기에서 타율 3할3푼2리, 출루율 4할2리, 136안타, 6홈런, 43타점, 20도루를 기록했다. 공·수·주 모두에서 대활약을 펼치고 있다. 정근우(한화)의 이적 후 마땅한 리드오프를 찾지 못해 고민했던 SK는 단번에 리그 정상급 리드오프를 보유한 팀으로 변신했다. 리그 전체를 따져도 이만한 공헌도를 쌓은 리드오프는 손에 꼽는다.
노수광은 “작년만큼만 잘 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지금으로서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기대 이상으로 잘 되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불만족스러운 것은 아직 볼넷이 조금 적다. 볼넷으로 좀 더 나가면 출루율 측면에서 좀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실제 전반기보다는 더 많은 볼넷을 고르며 자신의 다짐을 실천하고 있다.
실제 노수광은 전반기 85경기에서 볼넷이 22개였다. 리드오프로서는 약간 적은 수치였다. 하지만 후반기 25경기에서는 16개의 볼넷을 기록 중이다. 수치상으로도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여기에 타율도 끌어올리면서(전반기 0.328, 후반기 0.344) 완전체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정 코치는 “타석에 들어가면 항상 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주지 않나”고 반문하며 노수광을 한껏 치켜세웠다.
이에 대해 노수광은 “내가 쳐야 할 공과 그렇지 않을 공을 분리하기 위해 노력을 한다. 타이밍을 앞에 두는 것은 아니다. 다만 타격 준비 자세를 좀 더 빠르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내가 칠 공만 치자는 생각을 하는데 이상하게 안 치면 볼이 되더라”고 살짝 미소 지었다.
단순히 운이 아니라는 게 정 코치의 설명이다. 정 코치는 “타격 준비 자세가 좋아졌다. 투수들이 공을 던질 때 다리를 들면서 방망이는 칠 준비를 하고 있다. 이 타이밍이 늦으면 치지 못하는 데 그것을 몇 달이나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선수 스스로의 노력”이라면서 “매일 덕아웃과 대기 타석에서 투수들의 공을 보고, 그 타이밍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한다. 연습량이 너무 많아 오히려 줄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노수광은 팀 역사에도 도전한다. 136안타를 기록 중인 노수광은 현재 176안타 페이스다. SK 팀 역사상 한 시즌 최다 안타는 2016년 정의윤의 179개다. 이에 비해 살짝 모자라기는 하지만 후반기 상승세를 감안하면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다. 붙박이 1번 타자로 타석 수가 많다는 점, 아시안게임 브레이크 동안 충분히 쉴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노토바이는 더 멀리, 더 힘차게 달릴 준비가 되어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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