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가 체질' 전여빈 "시청률 아쉽지만 마니아 多, 역주행했으면"(종합)[인터뷰]
OSEN 심언경 기자
발행 2019.09.30 11: 02

"'멜로가 체질'이 역주행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상상만 해도 행복해요." 
배우 전여빈은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카페에서 JTBC 금토드라마 '멜로가 체질'(연출 이병헌 김혜영, 극본 이병헌 김영영) 종영 인터뷰를 가졌다.
'멜로가 체질'은 서른 살 친구들 임진주(천우희 분), 이은정(전여빈 분), 황한주(한지은 분)의 일상을 코믹하게 그려낸 드라마다. 그렇다고 마냥 웃기기만 한 작품은 아니었다. 방영 전부터 그토록 강조했던 '말맛'이 재미를 보장하되, 인물들의 서사는 탄탄하고 진득하게 그려냈다. 그 중심에는 전여빈이 연기한 이은정이 있었다. 

이은정은 서른 살에 50평대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성공한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부와 명예, 사랑까지 모두 쟁취한 듯한 그지만, 사실 연인 홍대(한준우 분)를 잃은 뒤 그의 환상을 볼 정도로 상처가 깊은 인물이다.
이은정은 극 초반에는 자신이 홍대의 환상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지만, 이윽고 자신이 환상을 보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전여빈은 이 과정을 세밀하고 면밀히 표현해냈다. 
"은정이는 극 중 다른 캐릭터와는 결이 많이 달라요. 은정이의 아픔은 초반부터 트라우마라고 단정 짓고 풀어지는 게 아니라 현재진행형으로 전개돼요. 우리 드라마가 가진 희극성이 커서 은정이의 비극이랑 조화롭게 어우러지면, 묘한 드라마가 탄생하겠다 싶었죠."
이은정의 감정선은 홍대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홍대와의 만남부터 홍대의 죽음까지, 이은정의 마음은 잔잔한 듯 요동친다. 이러한 이은정을 완벽하게 구현하기 위해 전여빈은 적절한 톤을 구사하고자 노력했다고.
"홍대를 처음 만났을 때, 그와 사랑에 빠졌을 때, 그를 잃었을 때 은정이의 감정 상태는 모두 달라요. 특히 극단적인 선택 후에 홍대를 환상으로 맞이했을 때, 은정이는 홍대가 실재한다고 믿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대신 설레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은 아니고, 좀 더 힘을 빼려고 했고요. 혼자서 홍대와 대화를 나누는 톤을 연구했어요."
전여빈이 이은정을 이해하는 데에는 이병헌 감독의 도움도 컸다. 전여빈은 "은정이가 내면에 상처가 많은 친구니까, 코믹한 장면에서 어디까지 업을 시켜야 할 지 모르겠더라. 감독님께 여쭤보니 은정이가 웃을 수 있는 최대치를 정해주시더라. 그때 은정이에 대한 감이 생겼다. 은정이는 굉장히 감정 표현이 절제돼있고 많이 뱉어내지 못하는 사람이구나 싶었다"라고 밝혔다. 
'멜로가 체질'이 30대의 일상적 고민을 다룬 작품인 만큼, 극 중 주요 인물들도 대부분 30대로 설정됐다.  현장에는 자연스럽게 또래 배우들이 모이게 됐다. 전여빈은 현장 분위기를 묻는 말에 "정말 좋았다. 진짜 친구처럼 끈끈하게 붙어서 일했다"고 답했다. 
극 중 임진주, 이은정, 황한주의 우정은 보는 이의 부러움을 자아낼 정도 돈독하고 끈끈했다. 이처럼 세 사람의 관계가 돋보일 수 있었던 이유는 천우희, 전여빈, 한지은의 완벽한 합에 있었다.
"우희 언니도 지은 언니도 상대를 배려하는 사람들이었어요. 낯설 만큼 진심이 많이 느껴지는 현장이었어요. 우리가 동년배의 배우여서, 같은 직업을 가지고 있는 여자라서 서로를 대하는 마음이 비슷했던 건지 작품 속 세 친구가 각별하고 애틋해서 그 마음이 저희한테도 전해진 건지 모르겠지만요. 하하."
이어 전여빈은 출연진 간 뛰어난 호흡의 비결로 개그 코드의 합치를 꼽았다. 전여빈은 "모였던 친구들이 이상하게 개그 코드가 잘 맞았다. 억지로 호흡을 만들어내지 않아도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출연진 중 누가 가장 '도른자'였냐는 질문에는 한지은과 공명을 꼽았다. 하지만 전여빈은 "누가 덜 '도른자'냐 정도의 차이다. 어차피 다 '도른자'"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실제로 텐션이 가장 업된 사람은 지은 언니예요. 언니만의 긍정 에너지가 상당해요. 공명이는 컷이 나면 현장이 떠나가도록 크게 '오케이'라고 외쳐요. 알고 보니 모든 현장에서 그런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정말 깜짝 놀랐어요.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했죠. 하하."
'멜로가 체질'은 공감을 자아내는 인물들의 현실 일상을 맛깔나게 다루면서, 시청자들의 호평을 얻었다. 전여빈은 응원의 댓글 덕분에 끝까지 달릴 수 있었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첫 주연이기도 하고 평에 많이 휘둘릴까 봐 처음에는 반응을 안 봤었어요. 그런데 다들 악플이 하나도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 이름을 검색해봤는데 응원의 댓글이 정말 많았어요. '은정아, 아프지 마' '은정이 행복하게 해주세요' 등의 댓글에 감명을 받았죠. 순수하게 저희한테 이입해주시니까, 연기를 하는 배우로서 너무 감사했고요. 힘이 많이 났어요."
특히 '멜로가 체질'은 '주, 조연이 없는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았다. 극 중 인물들이 비중과 관계없이 저마다의 서사를 가지고 있어서다. 전여빈은 이런 평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 이병헌 감독의 따뜻한 면모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감독님이 했던 말 중에 기억이 남는 게 '왜 영화, 드라마에 코믹 요소를 가져가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어요. 본인이 살면서 많이 웃어보지 못해서 영화, 드라마로 누군가를 웃게 해주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 자체가 감독님이에요. 너무 따뜻하신 분이죠. '멜로가 체질'에서는 지나가는 사람도 다 주연이 돼요. 감독님이 사랑이 되게 많으신 분이라서 가능했어요."
'멜로가 체질'은 시청자들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16회 내내 시청률 1%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수치다. 하지만 전여빈은 아쉬움보다는 감사한 마음이 더 큰 듯했다.
"마니아층이 생긴 것만도 감사해요. 비슷한 시청률이라도 팬이 없을 수도 있고, 악평을 받을 수도 있잖아요. 입소문도 타고 있다고 하니 감사할 따름이죠. 지금이라도 역주행했으면 좋겠어요. 하하."
지난 2015년 영화 '간신'으로 데뷔한 전여빈은 쉴 틈 없이 '열일'해온 배우로 유명하다. 드라마 첫 주연작인 '멜로가 체질'까지 무사히 마친 그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이미 차기작이 정해져 있어요. 영화 '천문', '해치지 않아'가 있고, '낙원의 밤'에도 출연하게 됐어요. 준비한 영화들이 순차적으로 개봉이 되고 순조롭게 이어진다면, '낙원의 밤'이 끝날 때쯤 좋은 드라마를 하고 싶어요."
전여빈의 단기적인 목표가 좋은 드라마를 만나는 것이라면, 배우로서 장기적인 목표는 무엇일까.
"정말로 녹슬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시간이 지나도 내 연기가 편해지고 익숙해지지 않았으면 해요. 때로는 날것같이 새로운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고요. 어려울 것 같긴 해요. 어느 순간 '아, 이건 잘하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고요. 그래서 저 스스로 경계하면서 연기에 임해야 할 것 같아요. 공부도 많이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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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이와이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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