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OSEN+] 아시나요 e스포츠 ‘입스’
OSEN 고용준 기자
발행 2020.05.06 07: 17

스포츠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오묘한 세계이다. 육체적인 능력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측면에서도 결과의 영향을 미친다. 지난 2월 종영한 드라마 ‘스토브리그’로 대중에 주목받게 된 ‘입스’는 정신적인 면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사례중 하나다. ‘입스’는 부상 등의 큰 충격이나 심한 쇼크를 겪었을 때 몸이 통제를 따르지 않는 반응으로 중압감 같은 심리적인 요인도 그 이유다.
야구에서는 ‘블래스 증후군’으로 알려지기도 한 ‘입스’는 일종의 정신적 증후군으로 드라마에서 유민호(채종협 분)의 경우 처럼 제구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축구나 농구, 골프 등 다른종목에서도 ‘입스’의 예를 흔히 발견할 수 있다.
바로 경쟁 상태에서 불안을 느끼는 상황도 이에 해당되기도 한다. 그도로 긴장하게 되는 경기 중 상황은 자신이 그동안 습득한 운동기능을 많은 관중 앞에서 보여야 한다. 이와 동시에 기록으로 비교되면서 상대와 격렬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선수 자신을 제외한 누군가가 이와 같은 경쟁물을 평가하게 되는 상황이 경쟁 불안을 유도하기도 한다.

물론 e스포츠에서도 ‘경쟁 불안’으로 유도된 강박 불안이 나왔던 사례가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LPL 펀플러스서 뛰고 있는 ‘칸’ 김동하다. 김동하는 지난 2018년 롱주 시절 bbq전서 과호흡으로 인해 2세트에서 ‘라스칼’ 김광희와 교체되기도 했고, MVP전에서는 이를 악물고 경기에 임하다가 인터뷰 도중 으스러진 어금니가 깨져나가면서 인터뷰가 중단되기도 했다. 강한 승부욕으로 인한 강박 불안으로 김동하는 멘탈 트레이닝 이후 어느 정도 심리적인 안정을 찾았다.
e스포츠에서는 ‘입스’라는 표현 보다는 강박 불안에 따른 ‘멘탈 트레이닝’이라는 표현으로 경쟁 불안에 대해 해법을 찾는다. ‘멘탈 트레이닝’에 가장 대표적인 인물 중 한 명이 KT 롤스터의 안효연 코치다. 서울대학교에서 스포츠심리학을 연구하고 있는 안효연 박사는 지난 2016년 락스 타이거즈(현 한화생명e스포츠) 멘탈 트레이닝을 시작으로 e스포츠와 연을 맺었다. 안효연 박스는 그동안 킹존을 거쳐 이번 2020 시즌 KT에 이르기까지 e스포츠에서 멘탈 트레이닝의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OSEN+는 안효연 박사의 도움을 받아 e스포츠에서 시행되고 있는 ‘멘탈 트레이닝’을 알아봤다. 
경기력이라는 단어를 먼저 정의할 필요가 있다. 유도 복싱과 같은 체급 종목 외에도 야구 축구 농구 수영 등 일반 스포츠 종목에서도 체력과 체격에 바탕을 둔 기술 발휘 수준에 따라 경기력이 결정되기도 한다. 그러나 e스포츠에서는 체력과 체격이 아닌 상황 요인에 따라 경기력이 달라질 수 있다. 
e스포츠의 경우 체력과 체격에 바탕을 둔 기술이라는 기본 베이스가 아니라 상대의 슬럼프, 밴픽 실패, 팀원의 실수, 커뮤니케이션 난조 같은 본인 외에 외부적인 상황에서 경기력에 큰 영향을 받는 경우가 있다.
실시간 피드백을 줄 수 없다는 e스포츠 경기 방식을 고려할 때 승패의 책임은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비중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에 선수들의 위기 대처 능력 향상이 필수 요소가 됐는데, 여기서 코칭 스태프의 역량을 가늠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코칭 스태프의 강박 불안이 나타나기도 한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1년내내 합숙생활을 하는 종목의 특성상 훈련과 관리를 수행하는 업무의 고충이 코칭 스태프의 탈진을 유발 하기도 한다.코칭스태프가 탈진할 경우 당연히 경기력에 큰영향을 미치므로 KT의 경우 ‘멘탈 트레이닝’를 선수단 전체가 적극 참여해 팀워크를 향상시키고 있다.
“e스포츠 종목에서 체력이나 체격이 미치는 경기력 요소는 다른 종목과 차이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스포츠 상황에서 오는 요소들이 일반 스포츠종목에서 오는 것보다 더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죠. 또한 e스포츠 코칭에는 실시간 피드백을 해줄 수가 없습니다. 작전타임으로 경기흐름을 끊는 행위도 불가능하죠. 그렇기 때문에, 선수들 스스로 멘탈을 관리해야 하는 점이이 분야에서 심리 기술훈련(또는 멘탈트레이닝)이 중요하다고 여길 수 있는 점입니다. 그래서 골프 테니스 등에서 활발하게 연구나 적용사례가 등장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상황 요인 및 대처 능력의 중요성이 갈수록 올라가고 있다. LCK서 개막 5연패로 허덕이던 KT는 3월 31일 기준으로 파죽의 7연승을 내달리면서 어느덧 순위구도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뒀다. 안효연 박사는 ‘불안 관리’의 필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을 꺼냈다.
“불안의 관리는 스포츠심리 영역에서 가장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영역 중 하나입니다. 이에 다양한 측정도구, 종목과 성별, 연령대에 따른 차이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또한 불안(anxiety)을 각성(arousal)과 일맥하는 개념으로 해석하고, 적정각성(optimal arousal)수준에 대한 이론 및 가설이 연구되어 왔죠. 모든 선수들이 어느 정도의 긴장감을 안고 경기에 임하기 때문에, 이 영역은 관심 주제가 된 것 같습니다.
이러한 불안의 관리가 잘 되지 않아서, 부적감으로 오는 세팅 강박 현상 등 특정 강박행동으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소위 ‘멘탈이 나갔다’와 같이, 사고가 정지되어 집중력을 흐린다거나 하듯이 말이죠. 이런 것들이 경기 수행력과는 큰 상관이 없는 징크스와 같은 정체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꼭 무엇을 해야 경기에서 이길 수 있다는 비 과학적인 미신적 사고죠.”
탁월함을 위해 평소 훈련에 전념할 수 있고 스트레스나 집중이 흐트러지고 운이 없는 상황에서도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갖고 있는 여러 특성을 아울러서 부르는 정신력 역시 ‘멘탈 트레이닝’을 통해 한층 더 좋아질 수 있다.
안효연 박사는 체력, 운동기술, 전략능력과 마찬가지로 정신력도 훈련을 통해 길러진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멘탈 코치의 역할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전했다.
“간혹 선수들이 오해하는 것이, 멘탈 코칭의 역할을 심리상담사를 넘어 의사의 약처방 수준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심리상담은 멘탈 코칭의 활동의 극히 일부분입니다. 멘탈 코칭이 단순히 의사의 역할이나, 상담만을 하는 것이 아니며, 심리적 강인함, 정신력은 훈련을 통해서 얻어내는 것이라는 점이죠.
실제로 많은 선수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 것이 효과적인지를 모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도대체 루틴이라는 개념이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도 대부분이죠. 저는 지금 선수들이 추후 코칭스태프가 되어서도 기억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틈틈이 팀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알아야 생각이든 행동이든 할 것은 하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은 고치려고 할 테니까요. 바쁜 시즌 중에도 이런 시간을 감독님과 다른 코칭스태프들이 이해 해주는 것만으로 감사할 따름입니다
훌륭한 상담은 긴박한 시즌 중에는 ‘그저 힘들지?’ 라는 격려나 응원 목적의 대화를 잘 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서 멘탈 스킬(mental skill)을 훈련하거나, 사고를 전환하게끔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예를 들면, 해당 선수에게 필요한 사항을 인지시켜주고, 사고를 전환시켜주는 역할이 중요하죠. 팀 목표를 상기시켜준다거나, 의지나 포부 수준을 관리해주고, 자기 관리 및 컨디셔닝 점검, 팀워크 형성 등을 모두 아우르는 작업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글=고용준 기자 scrapper@osen.co.kr
사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 이 콘텐츠는 ‘월간 OSEN+’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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