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관중석, 고요한 그라운드에서 외마디 비명소리가 들렸다. 한화 주장 이용규(35)가 또 종아리에 공을 맞고 교체됐다. 주장의 부상 교체 속에 5연패에 빠진 한화는 근심 한가득이다.
이용규는 13일 대전 KIA전에서 9회말 2사 1,2루 찬스에 들어섰다. 볼카운트 1-2에서 KIA 투수 문경찬의 4구째 직구가 몸쪽 깊게 들어갔고, 이용규의 왼쪽 종아리를 정통으로 맞혔다.
이용규는 오른쪽 다리를 홈플레이트 안쪽으로 높게 드는 타격폼이 특징이다. 무게 중심이 왼쪽 다리에 실리다 보니 공을 피할 틈이 없었다. 맞는 순간 ‘악’ 소리를 내며 통증을 호소한 이용규는 잠시 자리에 주저앉은 뒤 일어섰지만 제대로 걷지 못했다. 다리를 절뚝이며 그라운드를 떠났고, 대주자 이해창으로 교체됐다.
한화 구단은 경기 후 “이용규가 왼쪽 종아리를 맞고 아이싱 중이다. 현재 검진 계획은 없고, 상태를 지켜볼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날 밤 자고 일어나야 정확한 상태 파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용규는 선수 생활 동안 유독 종아리에 공을 많이 맞았다. 지난 2015년 7월31일 대전 KIA전에서 사구로 왼쪽 종아리 근육이 파열돼 3주 동안 재활했다. 한창 타격감이 좋을 때 입은 부상이라 아쉬움이 컸다. 2016년 9월11일 대전 SK전에선 파울 타구에 오른쪽 종아리를 맞아 시즌 아웃되는 불운을 겪었다.
2018년 6월30일 대전 롯데전에도 상대 투수의 공에 오른쪽 종아리를 맞고 교체됐다. 다행히 큰 부상이 아니었지만 보호 차원에서 다음 경기를 쉬었다. 자주 공에 맞다 보니 다리 쪽에 향하는 공은 이용규에게 트라우마와 같다. 한 때 종아리 전체를 감싸는 보호대를 쓰기도 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도 이용규는 타격폼 변화를 시도했다. 이 역시 종아리 사구를 의식한 것이었다. 시즌 전 이용규는 “다리를 안쪽으로 쓸고 가는 동작을 바꾸려고 했다. 캠프 때부터 이 동작을 줄이고 아예 없애려고 했는데 타격 타이밍이 잘 잡히지 않았다”며 원래 폼으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종아리 사구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수십 년 동안 몸에 밴 폼을 쉽게 바꿀 수 없었다. 1년 공백을 딛고 올 시즌 야심차게 준비한 이용규로선 부상 없이 풀타임 시즌 완주가 절실하다. 5연패 늪에 빠진 한화도 팀 분위기를 이끄는 주장 이용규의 상태가 심각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