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작가 흥망성쇠, 관건은 디테일 '촘촘하거나 헐겁거나' [박지은vs김은숙②]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20.05.14 17: 48

2020년 한류 드라마를 대표하는 두 스타작가의 명암이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 '사랑의 불시착'으로 흥한 박지은 작가와 '더킹: 영원의 군주(이하 더킹)'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김은숙 작가의 이야기다. 눈 높은 시청자를 위한 촘촘한 세계관 그 '디테일'의 차이가 흥망성쇠를 갈랐다.
# 시청자 눈높이 상향평준화, 예측불가능한 '작가 변신'도 필수

각자의 필모그래피로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김은숙, 박지은 작가이지만 두 사람의 이미지 차이는 극명하다. 김은숙 작가의 경우 2004년 '파리의 연인'부터 보다 긴 시간 국민 드라마를 만든 스타 작가로 자리매김한 만큼 보다 공고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소위 '신데렐라 이야기'로 불리는 백마 탄 왕자와 가련한 여자주인공의 사랑 이야기가 그의 주 장르다. 여자 주인공이 대통령 딸이었던 '프라하의 연인'이나 톱 여배우로 등장한 '온에어' 등 김은숙 작가의 공식을 벗어난 작품이 손에 꼽을 정도다. 
반면 박지은 작가는 '내조의 여왕' 기혼 여성을 대상으로 한 통속극과 '넝쿨째 굴러온 당신'처럼 가족 단위 시청자를 노리는 주말극으로 시작해 로맨스 미니시리즈로 장르를 넓혀왔다. 어떤 작품일 것이라는 고정된 이미지는 없지만, 그만큼 폭 넓은 캐릭터 활용과 구성을 보여주는 게 강점이다. 
문제는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며 특정 작가의 고정적인 매력을 넘어서는 그 이상을 추구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지상파에서 tvN과 OCN 등 케이블로. 그리고 JTBC를 중심으로 한 종합편성채널에 웹드라마 여기에 넷플릭스 같은 다국적 플랫폼까지. 드라마 채널이 걷잡을 수 없이 확장되며 한국 시청자들이 감상한 수작의 종류와 수, 장르도 다양해졌다.
이 가운데 김은숙, 박지은이 선보이던 주 장르 '로맨스'가 '장르물'에 밀려난지 오래다. 시청자들은 장르물에 로맨스를 끼얹는 복합장르 같은 편법도 거부하며 오직 '완성도'만을 추구하고 있다. 이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것이 '예측불가능한 전개'다. 하지만 그렇기에 무엇을 풀어내던 '신데렐라 이야기'라는 김은숙의 강점이 득에서 독이 되고 있다. 지친 심신을 멋진 남자 주인공으로만 달래던 시청자들이 변화의 맛을 알아낸 까닭이다.
# 사소한 것도 눈엣가시...관건은 '디테일'
그렇기에 현재 한국 드라마 시장에서는 사소한 요소 하나하나가 작품의 이미지를 좌우한다. 소위 '디테일'이 흥행 여부를 가르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가 활성화되며 사소한 장면과 대사 하나가 작품의 전반적인 이미지를 단정 짓게 만들고 있다. 
'파리의 연인' 속 "애기야 가자", '시크릿 가든'의 "그게 최선입니까?", '상속자들'의 "나 너 좋아하냐?" 등 방송 당시엔 화제였지만 지금 와서 돌이키기엔 다소 유치한 감성이 된 무수한 유행어를 가진 김은숙 작가의 경우 이미지 고착화와 '디테일'에 대한 압박이 더 심한 편이다. 전작들의 명대사가 유치하고 오글거리는 대사로 변모하며 '더킹'의 "왜 그래 맥시무스"가는 지나갈 법한 대사도 인터넷 밈으로 취급당하고 있다. 여기에 노골적인 PPL까지 도마 위에 오른 상황. 간접광고나, 고작 말일 뿐인 맥시무스를 향한 대사들은 '더킹'의 부차적인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작품의 주된 줄거리인 평행세계를 뒤덮어 버릴 만큼 파급력을 자랑하고 있다. 
반면 박지은 작가는 자신을 드러내는 확고한 이미지를 그리지 않는 대신 캐릭터와 디테일을 채우고 있다. '사랑의 불시착'의 경우 남녀 주인공 리정혁(현빈 분)과 윤세리(손예진 분)의 사랑 이야기에 도달하기까지 북한 주민들의 생활 이야기가 자세하게 그려지며 몰입감을 높였다. 조연 캐릭터에 대한 활용도도 높아지며 세밀한 설정이 작품의 여백을 채웠다. 극 중 소재들을 실제 있을 법한 이야기로 묘사하는 세심함이 시청자를 붙들고 버티게 만든 모양새다.
/ monamie@osen.co.kr
[사진] OSEN DB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